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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세 박물관, 피에르 보나르 특별전 (2015년 3월 17일-7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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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리광장편집부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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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지상과 지하를 거닐다 보면 그것 자체로도 하나의 예술작품인 전시, 공연 포스터들이 며칠 간격으로 바뀌어 지나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 중, 계절에 맞게 봄 꽃처럼 화사한 파스텔 빛깔의 실내장식과 열린 문 너머 자신의 머리를 매만지며 서있는 나부의 모습이 살짝 엿보이는 피에르 보나르의 작품(Pierre Bonnard , Nu dans un intéreur, 1912~1914)이 전시 포스터로 구성되어 햇살 가득 나른한 봄날, 뭇사람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피에르 보나르(1867~1947)는 19세기말 등장하는 나비파에 속한다. 나비는 예언자란 의미의 히브리어이다. 폴 고갱 Paul Gauguin의 강렬하고 순수한 색채, 오딜롱 르동 Odlion Redon의 상징주의, 일본 목판화의 구성과 장식성의 영향을 받은 나비파는 폴 세뤼지에Paul Sérusier와 모리스 드니 Maurice Denis가 신비주의와 영적인 성향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면 에두아르 뷔야르 Édouard Vuilard와 피에르 보나르는 중산층의 일상 같은 보다 현실적인 주제를 은은하게 표현했다.

피에르 보나르는 그의 전 예술시기에 걸쳐 “L'Arcadie”를 소개한다. 따라서 오르세 미술관에서는 "L'Arcadie" 즉 "이상향"을 전시의 주제로 내걸고 있다. 여기서 이상향이란 사람과 자연의 완벽한 조화를 의미한다. 오르세 미술관의 Isabelle Cahn은 보나르의 이상향이란 어떤 위대한 철학적 이상향이 아닌, 매일 집안과 정원(일상과 풍경)등 어디에서나 천국을 잠시 맛 볼 수 있는, 평범한 생활에서 만나는 이상화된 관점이라고 말한다. 전시장에는 보나르의 회화100여점과 사진 50여점이 9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있는데, 연대순으로 소개되어 작품의 깊이에 더욱 동화될 수 있다.

보나르는 평범한 일상의 위대함을 그리고 세밀함 보다는 형태의 단순함을 주로 화려한 색감을 통해 표현한다. 예를 들어 “L’Atelier au mimosa, 1939~1946 (미모사가 있는 작업실)”이란 작품에서 눈부시도록 화사한 샛노랑의 미모사를 통해 생동감 넘치는 효과와 더불어 어떤 이상향을 만들어 내듯이 말이다. 또한 장식적인 작품의 순수성과 단순한 형태는 그의 대표적 성향이다. 형태의 간결성은 일종의 환상을 자아낸다.

보나르의 뮤즈, 마르트Marth는 화가의 모델로 만나 연인 그리고 아내가 되어 보나르의 384점의 그림에 등장한다. 마르트는 정신적,신체적으로 안정되지 못한 다소 비밀스런 여인이었다. 보나르는 특정한 포즈의 그녀를 담은 것이 아닌 일상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그녀의 생활을 담았다. 보나르가 앵티미스트Intimiste (가정과 일상의 소박한 생활풍경과 사물을 담은 화가)의 별명을 얻게 된 것도 그녀의 덕이다. 보나르의 그림 속에서 그녀는 늘 자유롭고 흐트러진 상태이며 어린아이처럼 천진하게 나체로 잠들어 있다. 마르트의 독특한 습성은 보나르의 작품활동에 많은 영향을 미쳤는데 그녀는 결벽증이 있었고 유난히 목욕을 즐겼다. 따라서 보나르의 그림 또한 욕실에 있는 그녀의 모습이 많은 이유이다. 그러나 그의 모든 누드화는 이상화된 여인을 의미한다. 무지개 빛 피부, 들린 가슴, 명암처리로 보이지 않는 얼굴로 메뉴화 되어 있다. 또한 그의 화폭에 자주 등장하는 거울과 창가(빛)의 장치는 관능이 결여되지 않은 모던함을 보여준다.

그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는 방에는 휴가를 즐기는 가족, 마르트의 누드 등의 평범한 흑백사진들이다. 이렇듯 보나르는 순수한 색채와 빛으로 평범한 일상에서 범상치 않은 그만의 환타지를 추출해 냈다. 화가는 결함이 많은 여인과 평생을 사랑하며 살았다. 보나르의 “평범한, 보통의 사랑”이 그의 그림이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게 하는 이유일지 모르겠다. 마르트가 사망한 이후 보나르는 자화상과 풍경화에 전념하게 된다.

그의 노르망디와 지중해의 풍경들은 화가의 표현력에 정점을 찍는다. 보나르는 자신의 기억을 그려내며 사실과 상상을 포개어 놓는다. 더불어 그는 영원한 환상과 행복을 창조한다. 보나르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기억의 공간과 시간으로 도주한다. 그는 모든 것으로부터 취할 수 있지만 자신의 고유한 길로만 간다. 한때 그가 법률가의 길을 걸었지만 자신의 자유를 위해 화가의 길을 택한 것처럼. 보나르의 창조성은 한세기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사랑 받는 동시대성을 갖는다.

<파리광장 / 이은정 mesi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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