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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께브랑리 quai Branly 박물관 : 미지의 세계로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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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리광장편집부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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께브랑리(quai Branly)에는 에펠탑과 함께 세느강 둑길을 메우고 있는 박물관 하나가 있다. 바로 올해 개관 10주년을 맞이하는 께브랑리 박물관 (musée du quai branly)이다. 거리명을 따서 이름 지어진 이 박물관은 낮지만 넓직히 자리를 차지한 채 높이 솟아 있는 에펠탑과 의외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께브랑리 박물관 설립은 당시 임기중이었던 자끄 시라크 프랑스 전 대통령이 애착을 갖고 진행했던 프로젝트로, 세계적인 건축가 장 누벨이 건축물 설계에 참여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유리, 철과 같은 차가운 재료들을 사용하여 현대적이고 세련된 건축물들을 남겨 왔다. 

주옥같은 미술관들로 둘러싸인 파리에서 께브랑리 박물관은 숨겨진 진주와 같다. 호기심꾼들의 눈에 띄어 그들을 매료시키고, 아프리카 아트 뿐만 아니라 부족 예술 (art premier)의 매력을 아는 사람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으며 제 빛을 발하고 있다.

오랜시간 개인 수집가들과 각 미술관들이 수집해 온 콜렉션들을 하나의 큰 박물관에 집대성하며, 아프리카, 아시아, 오세아니아, 아메리카 즉 비서구 문명의 예술 작품들을 모두 한곳에서 볼 수 있게 한 것도 이 박물관의 특이한 점이다.

부족예술은 옛 예술가들에게도 큰 영감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카소, 모딜리아니, 브르똥 뿐만 아니라, 타히티에 정착하여 이국적 정취를 화폭에 담은 고갱이 이에 심취해 있었다. 20세기 유럽 최고의 미술상으로 꼽히는 폴 기욤 역시 아프리카 아트에 대한 열정을 시작으로 미술상으로 데뷔할 수 있었는데, 께브랑리 박물관에서도 그의 수집품들의 일부를 만나볼 수 있다.

상설 전시장으로 향하는 길은 마치 여행길을 떠나는 것 같다. 바닥에는 프로젝터로 투영된 낯선 단어들이 하나의 강을 이루어 쉼없이 흐르고 있는데, 그 강을 따라 구불구불한 복도를 오르면 나일강 탐사에 나선 것 같다.

전시장 입구에는 말리의 구아나 왕국에서 전해진 입상 한점이 손을 번쩍 들어 방문객들을 반기고 있다. 9-10세기의 작품으로 추정되며 왕국에서 높은 지위에 있던 인물을 표현하고 있다. 얼굴을 보면 남자인듯 한데, 길게 늘어진 젖가슴을 보니 여자이다. 작품은 왕국의 안전과 평화, 풍요를 약속하고 있다.

수집품들은 조각작품들뿐만 아니라, 마스크, 의식에 사용된 장식품과 의상, 일상도구들로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가령 나무나 돌을 깎아 만든 아프리카 조각품들을 보면 원시미 뿐 아니라 형태의 단순함에서 온 소박함과 진솔함이 묻어있다. 사람들은 풍만한 가슴과 생식기를 도드라지게 깎아내며 문명의 번영을 소망하고 있었다. 불안한 현재를 덤덤하게 이겨내려 했던 그들의 신념이 느껴지는듯 하다. 그들이 거행했던 의식을 통해 각 문명의 지혜와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는 것도 흥미롭다.

전시관 내부는 대륙별로 나뉘어져 있지만, 각 공간을 벽으로 막아 두지 않고 열린 공간으로 구성하여 꾸며놓았다. 모든 문명의 문화와 예술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듯한 인상을 받는다. 내부구조를 보더라도 강의 물줄기를 타고 올라가 각 문명을 만나보는 듯 한데, 세계 민속촌에 와있는 듯한 착각이 일기도 한다.


<파리광장 오솔잎, music_im@naver.com>

[이 게시물은 최고관리자님에 의해 2023-01-21 16:25:14 문화 / 예술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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