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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메 박물관내 한식당 ‘미소 한옥’을 한국적인 것으로 설치, 장식한 문창돈 작가와 박송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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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6월 파리 16구에 위치한 아시아 전문 국립 박물관인 기메(Musée national des Arts asiatiques – Guimet)에 우리 한국식당, 미소(MiSSO 대표 이용경)가 입점하게 되었다. 10월 말까지 기메 박물관 옥상인 루프탑에서 한식 스트리트 푸드를 선보였고, 매주 목, 금, 토에는 문화 행사를 기획하여 한국 문화를 알리기도 했다. 


대표인 이용경 셰프는 « 음식과 문화는 함께 가야된다 »고 지난해 <파리광장>과의 인터뷰에서 강조한 바 있다. 지난 여름과 가을 동안 기메 박물관 루프탑에서는 우리의 전통 문화인 사물놀이, 북춤, 장구 연주, K뷰티, 세계적인 와인 마스터 지니 조 리 (Jeannie Cho Lee)와의 만남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기획하며 한식과 문화의 조합을 이루어 내고 있다. 


미소 한루프탑은 4월에서 10월까지 서비스를 하고, 곧 기메 박물관 지하 1층 한식당 '미소 한옥'의 오픈을 앞두고 있다. 식당의 문은 재불 작가인 문창돈 작가가 한국 전통 창살 문양을 도입해서 제작을 했고, 식당 내부는 박송희 작가의 우리 옛 책거리와 한지 작품이 장식되어 있다.


문창돈 작가, 우주의 DNA 탐구가 전통 창살 문양에 녹아들어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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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돈 작가, 기메 박물관 한식당 "미소 한옥"의 문(출입문) 막바지 작업 중 


지난해 12월 말 부엌 공사가 한창인 기메 박물관내 한식당 ‘미소 한옥’에서 문창돈 작가를 만났다. 식당의 문은 한국인이라면 바로 알아볼 수 있는 우리 전통 창살 문양이었다. 거의 완성된 문이었는데, 작가는 손잡이 부분이 마음에 안 든다며 수정할 것이라고 한다.


1989년에 도불하여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문창돈 작가는 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했다. 돌로 만든 작품부터 회화까지 작가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우주론적 주제를 다양한 형태로 탐구하고 있다. 따라서 각 그림이나 부조는 우주의 기능을 밝히거나, 우주의 원리를 설명하려고 시도한다. 소나무 예술가 협회 회장을 역임하였고, 2008년 처음으로 소나무 작가상을 제정하여 선정된 젊은 작가에게 협회에서 개인전을 열어 주기도 했다. 처음에는 작업 요청을 거절했던 문창돈 작가는 '기메 박물관내 한식당'이라는 상징적인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깊이 고민한 끝에 이를

수락했다고 한다. 


사랑방 같은 느낌이 나면서 한국을 알릴 수 있는 문

작가는 한 달 동안 고민하면서 많은 자료들을 찾아보았다. 사랑방 같은 느낌이 나면서 한국을 알릴 수 있는 것에 중점을 두면서 찾다가 조선시대의 경복궁 쪽으로 범위가 좁혀졌고, 본체 뒤편에 왕과 왕비의 침소였던 강녕전과 교태전의 문의 창살 무늬를 보게 되었다. 한자로 버금 ‘아(亞)’자 문양이었다. 당시 이 글자는 왕가의 상징이었다고 한다. 


작가는 이 문양이 한국을 표현하는 데 적합하겠다고 결정을 하게 된다. 한국을 다니러 가는 이에게 강녕전과 교태전 사진을 찍어오라고 해서 연구, 분석했다. 


형태는 그대로 유지하되 창살의 간격은 다시 계산을 해야만 했다. 정교함과 섬세함이 필요한 까다로운 작업이었다. 창살을 잇는 간극이 0.02mm인데 0.01mm 만 어긋나도 도미노처럼 모두 붕괴되어 버린다. 


우주의 DNA를 탐구하는 작품을 하는 작가는 이는 우주의 질서, 조화로운 시스템인 완벽한 코스모스라고 한다. 이미 이 같은 세밀하고 정교한 작업에 익숙해 있지만 이번 문 창살 작업은 꽤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문창돈 작가가 작업한 창살은 작은 홈으로 끼워지면서 얼키설키 서로 맞물려서 하나의 문양을 이루고 있었다. 


 버금 ‘아(亞)’는 여러 가지 뜻이 있는데, ‘하늘 아래 첫 집’ 이라는 뜻으로 조선 시대 왕족과 귀족들이 많이 사용했다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작가는 기메 박물관 한식당 ‘미소 한옥’의 문 작업을 하면서 해오던 작업과 부딪힌 면도 있었지만, 정신적인 교감도 많았다고 한다. 무엇보다 어마무시한 수학 시간이었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소나무예술가 협회 정기전에 문창돈 작가가 출품한 작품에 대해 언급을 하니, 작가는 될 수 있으면 손으로 작업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작가는 조각 같은 회화, 회화 같은 조각을 추구한다고 이야기를 이어간다. 잠시 혼란스러웠다. 그러고는 정신과 육체가 만나는 지점, 그 지점을 작품으로 표현하고자 한다고 했다. 혼란은 바로 진정되면서, 그 지점에서 작가가 예전부터 탐구해 왔던 ‘우주’를 느끼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리고 그 우주는 작가의 상상력 안에서 앞으로도 어떠한 제한 없이, 자유롭게 표현되어가리라 본다. 0.01mm 와 0.02 mm의 오차 사이에서 고민하는 문창돈 작가의 질서 있고, 조화로운 우주관 안에서 항상 새롭게 재탄생될 것이다.



박송희 작가의 책거리와 한지 작품으로 식당 내부 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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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송희 작가. 기메 "미소 한옥" 식당 내부의 책거리 작품 앞에서 


지난해 12월 초, 한국에서 활동하는 있는 박송희 작가가 기메 박물관내 한식당 ‘미소 한옥’에 작품 설치를 위해 파리에 왔다. 식당에 들어서니 공예 작품들과 미색 빛의 조명이 어우려져 안온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공사가 끝나지 않은 식당 안에 들어서자 작가의 호랑이 작품이 눈에 들어온다. 전혀 무섭지 않은 호랑이 모습이었다. 한지 작품을 설치 중인 박송희 작가를 만났다. 


18세기부터 19세기까지 우리 조상들은 책 거리(책을 비롯한 여러 가지 물품을 그린 그림), 벼루, 먹, 두루마리꽃 등 책장의 사물들을 책거리로 그린 궁중 회화의 양식이 유행했다. 박송희 작가는 책거리를 작품의 주제로 삼아 감각적인 표현을 더했으며, 소박한 풍경을 그림에 담아냈다. 책장이라는 공간 프레임을 짜고, 고려시대의 나전상감과 청자상감 기법을 응용해 도자, 소반, 화훼를 오브제로 구성했다. 


박 작가는 지난해 5월 파리 포르트드베 르사유에서 개최된 코리아 엑스포(Korea Expo)에서 전시를 한 바 있다. 이를 계기로 기메 ‘미소 한옥’의 이용경 셰프와 인연이 되었다. 이날 인터뷰에 함께 한 이 셰프는 한국적인 것을 찾던 와중에 첫눈에 반한 작품이라고 이야기한다. 식당 안쪽에는 작가의 한지 작품이 걸려있다. 


워낙 강하고 질겨서 물이 묻어도 찢어지지 않는 한지에 굳이 다른 오브제를 곁들이지 않고, 오로지 한지만으로 꽃 작업을 했고, 그 작품이 걸리면서 생기는 그림자가 아름다워, 한지의 그림기법에 중점을 둔 작품이라고 작가는 설명했다. 


도자와 섬유 전공을 한 박송희 작가는 대학원에서는 도자기를 했다. 그때 작가 나름의 기법을 찾아서 민화, 책거리를 그리게 된 것이다. 작가는 나무, 옻칠, 도자기, 한지 등 다양한 재료들을 사용해서 작업을 한다. 책거리 작품은 고려시대 나전 상감과 청자 상감 기법에 근간을 둔 흙나전상감 기법으로 채색했다. 이에 대해 박송희 작가는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등 우리 전통이 모두 섞여있다고 밝 혔다. 


책거리는 역원근법을 사용해서 그리게 되는데, 이를테면 작품을 감상하는 측이 아닌 제작하는 쪽에서 원근법을 사용해서 그린 그림이라고 작가는 이야기 한다. 이게 조선 시대 정조 때 독서 장려에서 기인되었는데, 양반 사회로 내려오면서 내가(그림 그리는 작가)보여주고 싶은 물건 등을 그려 넣기 시작한 게 책가도라고 설명한다. 일종의 보여주기식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박송희 작가에게 보여주기식 책거리 작품은 아이와의 소중한 일상, 즉 자신의 일기라고 한다. 

작품에서 풍겨진 소박함을 이해하게 되었다.


한국적인 것들 중에서 가장 한국적인...

박송희 작가는 민화를 흙나전상감 기법으로 그려오면서 15년 동안 보아왔는데, 실제 민화를 보고 싶어서 알아보니 거의가 프랑스 기메 박물관 소장이라고 되어 있었다고 한다.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있던 호랑이 작품은 민화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한다. 이번에 기메 박물관에 와서 그 호랑이 작품을 찾아보았는데 전시되어 있지 않았고, 엽서로 나와 있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박송희 작가는 그 호랑이 작품은 한국적인 것들 중에서 가장 한국적인 것이라고 한다. 식당 내부 벽에 걸려있는 모든 작품들이 입체화 되어 공간감을 주면서 아름다운 그림자를 생성하고 있었다. 박송희 작가는 소감을 묻는 질문에, 항상 동경하는 예술의 나라 프랑스에서 작품을 가지고 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했는데, 그중에서도 동양 박물관에, 그것도 한국식당에 한국적인 작품을 걸게 되어 꿈꾸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파리광장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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