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지리상의 재발견’의 저자, 고 이진명 교수 1주기 추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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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13일 세상을 떠난 고 이진명 교수의 1주기 추모식이 5월 11일 토요일(현지시각), 고인이 잠들어 있는 말라코프 묘지(Cimetière (Columbarium) de la ville de Malakoff)에서 오전 11시부터 진행됐다.
2024년 5월 11일 고 이진명 교수 1주기 추모식에서 ©현 경(HK)
햇살이 유난히 강렬하게 내리쬐던 지난 토요일 추모식에는 고 이진명 교수의 부인 이시이-리 요코(Ishii-Li Yoko)여사와 아펠락(AFELACC,
한불언어문화교육자협회) 회원 및 동료, 제자 그리고 고인과 생전 각별한 인연을 맺었던 지인들이 참석해 그를 함께 추억하고 기리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추모식에서는 특히 고인의 부인, 이시이-리 여사의 추모사(追慕辭) 낭독에 모든 이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앞서 보낸 남편에 대한 진한 그리움을 잔잔한 회고로 풀어내면서, 고인과 함께 동고동락한 지난 50여년의 세월에 대한 깊은 애정과 남편에 대한 사랑 그리고 자부심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남편을 자신의 ‘보물’이라 표현하며 영원한 감사를 전한 여사는, 이날 고인과의 일화를 몇 가지 소개하며 생전 그의 진정한 인간적인 모습을 추억했다. 그가 얼마나 흐트러짐 없이 꼿꼿하고 강하며 독립적인 성정을 가진 이였는지, 죽음 앞에서도 마치 한 그루의 큰 고목 나무처럼 흔들림 없던 그의 모습을 회상했다.
또, 고인의 절제된 성격과 겸손함, 철저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본질에 충실하고자 노력했던, 말 그대로 ‘지성인’이자 ‘학자’ 그 자체였던 그의 모습을 회고했다. 이시이-리 여사는 끝으로 남편 고 이진명 교수를 ‘부처님처럼 좀처럼 만나기 힘든 큰 사람’이라 묘사하며, 영원한 경의를 표했다.
추모사 낭독이 끝난 후 참석인들은 서로 고인을 추억하며 담소를 나누고, 사진 촬영을 하며 추모식을 마무리했다. 이어 식당에 마련된 점심을 함께 했고, 고 이진명 교수의 1주기는 이렇게 지나갔다.
고 이진명 교수는….
프랑스 리옹 3대학 명예교수를 역임했으며, 프랑스에 한국학을 알리고 프랑스 내 방치되어 있던 고지도와 고문서를 발견해 한국의 독도 영유권 연구에 힘쓴 대표적인 재불 학자다. 지난2023년 5월 13일(현지시각) 파리의 자택에서 별세(향년 77세)했다.
고 이진명 교수는 경남 고성에서 태어나 경희고와 서울대 문리대 불문과를 졸업했다. 1971년 프랑스 국비 장학생으로 선발돼 노르망디 캉대학에서 역사학으로 학사·석사를 받았으며, 1977년 파리4대학에서 '프랑스와 일본의 경제교류사'를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1983년부터 2012년 정년 퇴임까지 29년간 리옹3대학 한국학 교수를 지냈다. 2000년 프랑스 정부 박사학위 지도 자격(HDR)을 취득했다. 1985∼2012년 파리7대학에도 출강하면서, 2000년부터 동 대학 동양학부 및 박사과정에서 박사논문을 지도하며, 다수의 제자를 양성하고 배출했다.
고 이진명 교수는 프랑스에서 한국학에 관한 논문 다섯 편, <독도 지리상의 재발견>, <한국어 문법 1, 2> <민족문화대백과 사전>, <새한불사전>, <독도사전>, <실용 한국어>, <한국어 한자 사전> 등 여러 권의 책을 집필했다.
특히, 1987년부터 국사편찬위원회 해외사료조사위원을 맡아 독도 영유권과 관련해 고지도와 고문서를 찾았다. 이 결과, <독도 지리상의 발견(1998)>, <Dokdo, A Korean Island'(2010)>를 집필했다. 1988년 출간한 <독도 지리상의 재발견>은 한국의 독도 영유권과 동해 표기 연구로, 백상출판문화상 사료정리부문상을 받았다.
고인의 대표적인 업적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이 책은 2005년 증보판이 그해 ‘한국의 아름다운 책 100선’ 중 인문학 부문 1위에 올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전시되었고, 이후 프랑크푸르트 고인쇄 박물관에 기증됐다.
또, 2015년 말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우리문화가꾸기회와 함께 '일본고지도선집'도 출간했다. 동해 표기 문제에도 관심을 쏟았다. 동북아역사재단이 지원해서 출간한 '한국어를 배웁시다'(2013, 2014)를 비롯해 '한국어 문법', '실용 한국어', '한국어 한자 사전' 등 집필에도 참여했다. 또, 프랑스어로 쓴 <한국어 문법 1, 2권>은 현지에서 중요한 한국어 참고 교재로 사용된다.
한편, 2009년 한불언어문화교육자협회(AFELACC)를 창립했고, 초대 회장을 역임했다. 유럽한인총연합회가 출간한 <유럽한인 100년의 발자취>의 대표 집필자 중 한 명이다.
고 이진명 교수는, 프랑스에서 가장 권위 있는 출판사인 갈리마르에서 모리스 코요 교수와 함께 한국 민담집 '바닷물이 짠 내력'을 공동 번역하는 등 프랑스에서 한국학, 한국어, 한국문화, 한국사를 가르치며 그의 일생을 바친 인물이다. 그 공로로 대통령 표창(1995), 국민훈장 석류장(2005)을 받았다. 또, 프랑스 정부로부터 한국학을 널리 보급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교육공로훈장 ‘슈발리에(Chevalier dans l'Ordre des Palmes académiques)’를 받았다. 퇴임 후, 그는 평생 모은 책을 모교(母校) 서울대에 기증했다.
<파리광장/ 현 경 dongsimje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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