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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형 작가의 <프랑스의 전통 음식> - 카술레(Cassoul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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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전통 음식 카술레(Cassoulet)


 • 카술레(Cassoulet)는 프랑스 남부 랑그 도크 지방의 전통 요리로, 말린 흰 강낭콩과 다양한 고기를 주재료로 한 푸짐한 스튜다. 원래는 콩 대신 잠두콩을 썼고, ‘카술레’라는 이름도 도기 냄비인 카솔에서 유래했다. 이 카솔은 이셀이라는 마을에서 만들어졌고, 지금도 카술레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 


역사 속 전설과 진실 

전설에 따르면, 백년전쟁 당시 카스텔노다리(Castelnaudary)가 영국군에게 포위됐을 때, 주민들이 남은 모든 식재료를 한데 모아 만든 것이 카술레의 시초라고 전해진다. 말 그대로 전시 버전 ‘영양 폭탄’이었던 셈이다. 이 요리로 힘을 낸 병사들이 적을 몰아냈다는 이야기... 좀 드라마틱하다. 하지만 이건 좀 과장이 섞인 스토리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가 먹는 흰 강낭콩은 16 세기 이후에야 남미에서 유럽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그전에는 잠두콩, 또는 몽제트(mongette)"라고 불리는 콩이 쓰였다. 또 로마 시대부터 콩과 고기를 함께 넣어 끓여 먹는 문화가 있었으니, 카술레는 꽤 뿌리 깊은 요리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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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술레의 주된 재료인 흰 강낭콩


구성과 지역별 스타일 

기본은 오래 푹 삶은 강낭콩이며, 여기에 지방마다 다양한 고기를 넣는다. 스텔노다리(Castelnaudary)식은 거위 콩피와 돼지고기 어깨나 정강이 부위, 돼 지 껍질, 소시지를 함께 넣고 오븐에서 구워 고소한 맛이 진하게 느껴진다. 카르카손 (Carcassonne)식은 여기에 붉은 뇌조 고기나 양고기를 추가하기도 한다. 툴루즈식은 툴루즈산 소시지와, 오리 콩피, 향신료를 박은 양파, 당근 등을 넣은 다음 위에 빵가루를 덮고 오븐에서 표면이 바삭해질 때까지 여러 번 껍질을 깨트리며 익힌다. 이 세 도시가 각자의 스타일을 놓고 라이벌처럼 다투고 있다니, 참 프랑스답지 않은가? 요리에도 지역 감정이 있다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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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기 냄비 카솔


카술레의 중심, 콩 이야기 

카술레의 콩에는 품종도 중요하다! 카스텔노다리 콩은 IGP(지리적 표시 보호)를 받았고, 파미에르나 타르브 지역 콩도 유명하다. 과거에는 다 자국산이었지만, 전쟁 이후 수입 콩이 많아졌고, 그 때문에 맛의 품질도 들쭉날쭉했다. 하지만 토종 콩을 되살리자며 농업 협동조합들이 1990년대 중반부터 콩 재배를 시작 하여 2020년에 드디어 IGP 인증을 받았다. 


와인 궁합 

모든 음식이 그렇듯이 카술레에도 역시 이 지역의 와인이 잘 어울려서 코르비에르나 피투, 미네르부아 와인과 함께 먹으면 카술레의 맛을 진정으로 느낄 수 있다. “와인 없는 카술레는 라틴어 없는 신부”라는 명언도 있다고 한다. 


승부와 축제 

카스텔노다리는 아예 “카술레의 세계 수도”라고 자처하면서, 1970년부터 카술레 형제단을 운영하고 있다. 심지어 미테랑 대통령도 이 단체의 명예 단원 이었다고 한다. 매년 축제도 열고, 지역 경제의 핵심 산업 중 하나가 되었다. 전체 카술레 산업의 80%가 이 도시에서 나온다니, 정말 카술레로 먹고사는 도시라고 할 수 있다. 툴루즈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2022년엔 아예 툴루즈 카술레 협회를 만들어 맞불을 놨고, 개그 듀오인 슈발리에 뒤 피엘은 카술레 세계 대회까지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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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술레 형제단


세계 속 카술레의 사촌들 

포르투갈과 브라질에는 검은콩과 고기, 쌀로 만드는 페이조아다라는 음식이 있고, 스페인의 아스투리아스 지방에는 이 지방의 특산 콩을 사용하는 파바다 아스투리아나 요리가 있다, 또 캐나다의 퀘벡과 안틸레스 제도, 카탈루냐, 폴란드 등에도 비슷한 콩 요리가 많다. 카술레 요리는 그냥 콩 스튜가 아니라, 역사와 자존심, 전통과 유쾌함이 어우러진 프랑스 미식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감자탕이 국물 끝판왕이라면, 프랑스에선 단연 카술레다. 


<이재형 작가>


-이재형 작가와 함께하는 파리 미술관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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