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형 작가의 <파리의 연인들>(12) 카미유 클로델과 오귀스트 로댕

카미유 클로델과 오귀스트 로댕

1840년에 태어난 오귀스트 로댕(Auguste Rodin, 1840-1917)은 어릴 적부터 예술에 관심을 가졌다. 14세에 장식미술학교에 입학하며 조각에 대한 열정을 키웠고, 15세에 아버지의 격려 아래 본격적으로 조각을 공부하게 된다. 1864년, 그는 재봉사였던 로즈 뵈레를 만나 모델로 삼고, 이후 50년 넘게 그녀와 동거하지만, 결혼식은 1917년에야 올렸다. 결혼이 왜 이렇게 늦어졌을까? 약 10년간 젊은 여성 조각가 카미유 클로델과 불같은 사랑을 나누었기 때문이다. 

카미유 클로델(Camille Claudel, 1864-1943)은 1864년에 태어나 로댕보다 24살이나 어리다. 그녀는 매우 독실한 가톨릭 가정에서 자랐고, 아버지와 동생인 작가 폴 클로델과는 좋은 관계였지만, 어머니와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로댕처럼 그녀 역시 어린 시절부터 조각에 매료되었고, 아카데미 콜라로시에서 공부한 뒤, 여러 여성 예술가들과 함께 파리 노트르 담 데샹 거리에 작업실을 차린다. 그리고 당시 19살이던 카미유는 이곳에서 43세의 로댕을 만났다. 이 만남을 계기로 그녀는 그의 제자가 되고, 곧 친구가 되었으며, 결국은 그의 연인이 된다. 이들의 사랑은 뜨겁고 깊었다. 떨어져 있는 것을 견디지 못했던 두 사람은 토루엔의 이슬레트 성에서 자주 만났으며, 이 관계는 로즈의 눈을 피해 비밀스럽게 이어졌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카미유는 로즈의 존재를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된다. 그 녀는 로댕이 다른 여성들과도 관계를 맺고 있다고 의심했다. 그럼에도 로댕은 카미유에게 편지를 보내 이렇게 말한다. 

"더는 하루도 너 없이 보낼 수 없어. 아니면 미쳐버릴 거야. 이제 나는 아무 일도 하지 못해. 그런데도 나는 너를 미치도록 사랑해. 내 영혼 전부는 너의 것이야." 

그러나 이런 달콤한 말도 그녀를 붙잡을 수는 없었다. 1890년대 초, 두 사람은 결국 이별한다. 감정적인 상처뿐 아니라, 카미유는 예술적으로도 로댕의 그늘에서 벗어나려고 애썼다. 그녀의 작품이 계속해서 로댕의 영향 아래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것에 지친 그 녀는 스스로 독립적인 작가로 인정받기를 원했던 것이다. 1895년경, 두 사람의 관계는 완전히 끝났고, 소문에 따르면 카미유는 가끔 로댕을 몰래 염탐했다고도 전해진다. 

카미유 끌로델의 작품 <중년 (L'Âge mûr, 1899)> 

그러나 그녀가 거리를 두려 해도 사람들은 끊임없이 그녀의 작품을 로댕과 비교했다. 그녀는 탁월한 재능을 가졌지만, 파리 부르봉 강안에 위치한 작업실 두 곳에서 만든 작품들은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반면 로댕은 성공 가도를 달렸다. 세 곳의 아틀리에를 운영하며, 여성들과의 교류도 계속되었다. 카미유는 절망 속에서 점점 로댕이 자신의 평판을 망치고 있다고 믿기 시작했고, 그를 음모의 주범으로 여기게 된다. 세월이 흐르며 그녀의 망상은 심각해졌고, 결국 1913 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를 파리 근처의 빌르-에브라르 정신 병원에 강제 입원시켰다. 그녀는 아비뇽 근처의 몽파베 정신병원에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살게 되며, 어머니는 단 한 번도 면회를 오지 않았다.

카미유는 죽는 날까지 이것이 로댕의 또 다른 음모라 믿었다. 로댕은 1917년에 로즈와 결혼했지만, 그녀는 결혼 2주 만에 사망했고, 로댕도 그해 11 월 17일, 77세로 생을 마감했다. 카미유 클로델은 1943년 10월 19일, 정신 병원에서 7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는데, 사인은 영양실조였다.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 속에서도, 카미유 클로델과 오귀스트 로댕은 서로에게 영감을 받아 가장 위대한 작품들을 만들어냈다. 로댕은 그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녀에게 금을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보여 주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녀가 찾은 금은 그녀 자신의 것이다." 

비록 그녀는 생전에 명성을 얻지 못했지만, 오늘날 그녀를 기리는 박물관이 2017년 그녀의 고향인 노장쉬르센(Nogent-sur-Seine)에 문을 열었다. 

<이재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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