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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젊은이, 엘로이즈 브뢰유(Héloïse Breuil) - '한국전에 참전했던 할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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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문화체육관광부 해외홍보원 코리아넷의 명예기자인 나탈리 피즈(Nathalie Fisz)씨가 korea.net 에 게재된 프랑스어 인터뷰 기사를 번역, 편집하여 게재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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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6월 한국 방문에서, 한국전쟁기념관의 프랑스 기념비 앞에서 선 엘로이즈 브뢰유


프랑스에는 대대로 한국에 특별한 애정을 품고, 인연을 이어온 가문들이 있다. 1950~1953년의 한국전쟁 당시, 22개국이 남측을 지원하기 위해 인도적·군사적 도움을 제공했으며 프랑스도 그중 하나였다. 우리는 1950년 9월, 라울 마그랭-베르네리 장군(Général Raoul Magrin-Vernerey,라프 몽클라르(Ralph Monclar)라는 가명으로 더 잘 알려져 있음)의 지휘 아래 창설된 유엔 프랑스 보병대대(BF/ONU)의 무훈을 기억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참전 용사들과 그 가족들을 잊지 않았으며, 그중에는 로베르 브뢰유(Robert Breuil)의 가족도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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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프랑스 참전용사 협회와 함께 한국 방문한 루이제트(아래에서 가장 왼쪽)


로베르 브뢰유의 미망인, 루이제트는 지금까지도 참전 용사들과 긴밀한 관계를 이어가며 한인 단체들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자녀 플로랑스와 아르노 역시 아버지를 추모하기 위해 한국을 다녀오기도 했다. 로베르 브뢰유의 손녀, 엘로이즈는 지난 6월, 유엔이 주최한 참전 용사 후손 청년 교류 캠프에 참가 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루이제트의 남편이자, 엘로이즈의 할아버지인, 로베르 브뢰유은 1930년에 태어나 18 세때 자원병으로 입대했고, 1952년 4월부터 1953년 7월까지 한국에 머물렀다. 그는 1952년 10월, 강원도 철원 휴전선 인근에서 벌어진 치열한 전투에 참가했다. 루이제트는 2007년 남편과 함께 처음 한국을 방문하며 프랑스 참전협회에 가입했다. 당시 협회 회원들이 대거 참여해 단장의 능선 기 념비와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찾았고, 한국전쟁기념관과 여러 추모지를 둘러보았다. 이후 2007년, 2010년, 2014년, 그리고 2023년 정전 70주년 때까지 여러 번 한국을 방문했다. 이번에 한국 국가보훈부가 파리 주재 한국대사관을 통해 협회에 초청장을 보내왔고, 이를 손녀인 엘로이즈에게 전했고, 그녀는 바로 참여하겠다고 했다. 루이제트는 손녀가 할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한국전쟁에 참전한 여러 나라의 참전 용사 후손들과 교류하며 한국을 직접 경험하는 모습을 보니 매우 자랑스럽고 감동 스러웠다고 하면서, 이제 그 이야기를 엘로 이즈에게 이어주고자 한다고 했다. 


본인 소개해 주세요. 

-18살이고, 프랑스 고등학교 마지막 학년에 서 수학과 경제·사회과학(SES)을 전공하고 있고, 앞으로 금융 분야를 공부하고 싶어요.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가 한국전쟁에 참전했고, 할머니와 함께 여러 차례 추모 여행을 다 녀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저도 꼭 그 여정에 함께하고 싶었어요. 


한국에 가게 된 계기는요?-

6월 5일 프랑스를 출발해 6일 한국에 도착했고, 6월 12일 프랑스로 돌아왔습니다. 제가 참가한 프로그램 이름은 2025 UN Sending States Descendants Exchange Camp였어요. 유엔이 주최하는, 참전용사 후손 간 교류 캠프였어요. 할머니가 예전부터 한국전 참전용사 후손을 한국으로 초대하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말씀해 주셨고, 저는 늘 참여하고 싶었습니다. 성인이 되자마자 할머니에게 신청 절차를 물었고, 한국대사관이 참전용사 협회 회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초청을 알게 되었어요. 그 메일에 답장을 보내 참가 신청을 했고, 덕분에 이번 추모 교류에 참여할 수 있었어요. 


한국에서의 일정은 어떻게 진행됐나요?

-저희는 서울에서 4일, 부산에서 2일을 머물렀습니다. 6월 6일에 여러 나라에서 온 또래 후손들을 만나 영어로 대화를 나눴습니다. 프로그램 소개와 함께 참가자들을 조별로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6월 7일에는 한국전쟁기념관을 방문해 각국을 대표하는 추모비에 헌화를 했습니다. 그 후 파주로 이동해 DMZ의 제3땅굴을 방문했어요. 암반을 뚫어 만든 낮은 터널이라 헬멧을 착용하고 약 400미터를 내려간 뒤 평평한 길을 걸었습니다. 터널 끝에서는 아주 작은 구간이나마 북한의 풍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곳은 매우 조용하고 습기가 많았으며, 일부 참가자들은 숨쉬기 힘들어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도라전망대(Dora Observatory) 에 들렀습니다. 도라산 정상에 위치해 비무 장지대와 북한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 이었어요. 그곳에서 우리는 국경과 북한 땅을 직접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그 뒤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음악 축제에 참석했고, 각 나라별로 준비된 패션 퍼레이드에 참가했어요. 저는 프랑스를 대표해 무대에 섰습니다. 


6월 8일에는 광화문 광장에서 오세훈 서울시장님을 만나 감사의 정원을 소개받았습니다. 곧 개장될 그 정원의 모형을 보여주셨지요. 이어 경복궁을 방문해 한복을 직접 골라 입어보고, 익선동 골목시장과 광장시장을 둘러 보았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을 견학하고, 한강 다리를 건너 친구들과 함께 사진 부스에서 사진도 찍었으며, 덕수궁도 방문했습니다. 


6월 9일에는 경기도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로 이동했습니다. 미군 관계자가 기지의 역 사와 한국전쟁 당시 미국 및 유엔의 역할을 설명해 주었고, 캠프 인근의 2사단 박물관 관장이자 예비역 군인이 자신의 경험과 함께 박물관을 소개했습니다. 저는 라울 마그랭 베르네리(몽클라르 장군)처럼 프랑스를 대 표하는 인물들의 전기가 여러 곳에서 소개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어 한국보훈복지의 료공단 관계자들이 활동을 소개했습니다. 


 6월 10일에는 부산으로 이동해 해변을 걸었고, 한국의 전통 자개 공예인 나전칠기로 북 마크를 만드는 체험을 했습니다. 


 6월 11일에는 각 팀이 ‘한국전쟁과 참전용사 를 잊지 않기 위한 방법’을 주제로 준비한 프로젝트를 발표했습니다. 우리 팀은 여러 개의 방으로 구성된 인터랙티브·감각적 전시를 기획했습니다. 첫 번째 방은 전쟁 전 평화로운 분위기를 표현해 일반적인 조명과 온도로 꾸몄고, 두 번째 방은 전쟁을 표현하기 위 해 어둡고 차가운 공간에 총성과 같은 음향 효과를 넣었습니다. 세 번째 방은 제 할아버지 로베르 브뢰유를 포함한 몇몇 참전용사들의 개인적인 이야기와 일화를 소개하는 공간이었어요. 우리는 이 전시의 3D 계획도를 만들었고, 12개 팀 중 3등을 차지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유엔평화기념관을 찾아 어린이 합창단의 노래를 들었고, 유엔기념 공원을 걸으며 묵념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참가자는 누구였나요?

-우리는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온 약 100명의 참가자들이 함께했습니다. 캐나다, 콜롬비아, 덴마크, 미국, 필리핀, 터키 등 다 양한 나라에서 왔습니다. 저는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었는데, 주로 전쟁 당시 우리 조부모나 증조부모가 어떤 일을 했는지, 그리고 각자의 학업 계획에 관한 이야기였습니 다. 자연스럽게 친분이 생겨 여러 친구들과 가까워졌습니다. 


이번 체험이 어땠나요?

-할아버지가 한국에서 겪었던 일을 훨씬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어요. 유엔의 활동, 프랑스 대대가 치른 여러 전투, 그들의 생활 여건 등도 많이 배웠습니다. 참가자 모두가 한국 전쟁과 인연이 있었고, 각자가 알고 있는 특별한 이야기와 중요한 사실을 나누었기 때문에 제가 기존에 알던 지식이 훨씬 풍부해졌 습니다. 매우 뜻깊고 값진 시간이었어요.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한 번 한국을 찾고 싶습니다. 또한 제 친구들과 함께 한국을 여행하며 그들에게 한국 문화를 직접 보여주고 싶어요. 그리고 이번에 사귄 한국 친구들을 다시 만나러 가고 싶은 마음도 큽니다. 


엘로이즈는 이제 막 성인이 되어 대학입학 자격시험(바칼로레아)을 마쳤고, 노장르르와 (Nogent-le-Roi) 축구팀에서 활약하는 활기찬 젊은이다. 그리고 그녀는 가족이 그랬던 것처럼, 한국 전쟁에 참전한 유엔 프랑스 대대의 용사였던 할아버지 로베르 브뢰유를 기리며 그 뜻을 이어가고 있다. 


<파리광장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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