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김희준 씨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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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준 배우
프랑스 영화에 한국인이 역할을 맡아 출연하는 일은 그리 흔하지 않다. 지난 5월 8일 개봉된 영화 <L’Esprit Coubertin>에서 정식 역할을 맡은 한국인 배우 김희준씨를 만나, 어떻게 프랑스 영화계에 입문할 수 있었는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본인 소개 좀 해주세요.
한국, 대학로에서 연극배우로 오래 활동하고 대학에서 강의를
하다가 좀 더 멋진 경험을 쌓고 싶어서 유학을 왔어요. 처음에는연극학 박사 과정으로 들어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저는 한국에서 실기를 계속해서 가르칠 계획이었기 때문에 다시 방향을 바꿔 연기 실기학교를
가기로 결정했어요. 학교를 알아보다가 프랑스 유명 배우, 쟝 폴 벨몽도(Jean-Paul Belmondo)가 후원하고 그의 가족,
올리비에 벨몽도(Olivier Belmondo)가 학교장으로 있는 ‘L’entrée des Artistes’
라는 연기학교를 알게 되었어요. 거기 입학하고 싶었지만 제가 불어를 잘 못해서 처음에는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일단 이력서를 보자고 해서 보여주었어요. 제가
한국에서 한 활동들이 많아서 이력서 내용이 풍부한걸 보고는 놀라더라고요. 활동한 것들을 웹상으로 볼 수 있냐고 해서 준비한걸 보여주었어요.
다음날 연락을 주겠다고 해서 기다렸는데 연락이 왔어요. 그 학교가
3년제인데 2학년으로 바로 입학 허가가 되어 학교를 다니게 되었고 그렇게 프랑스
연기학도들과의 첫 시작점이 되었어요.
-학교 생활은 어땠어요 ?
처음 학교 생활은 불어가 안되어서 힘들었어요. 불어가 안되어도 일단 제가 한국에서 논문을 쓴 것들이 요즘 프랑스 연기학도들이 추구하는 메소드 연기 (배우들이 그들의 생각과 감정을 배역에 완전히 몰입시켜 실물과 같이 몰입하여 연기하는 기법)여서 훈련법을 다루는 초반에는 제가 강의했던 내용들이 대부분이라 다행히 잘 넘어갔어요. 무대 수업을 하게 되면서 무언가를 보여주어야 되겠다 싶어 열심히 준비를 해서 제 스타일로 연기를 보여주었고 관심을 끌게 했죠. 그러던 중2학년에서 3학년으로 올라가는데 30여명의 학생들 중 7,8명만 갈 수 있다는거에요. 시험을 보는데 저는 한국 영화 <올드보이>의 한 장면과 다른 프랑스 영화 코미디 장면 하나를 선택했어요. <올드보이>를 불어 버전으로 바꾸어서 연습을 했죠. 학교장이 연습하는걸 보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연습이니까 한국말로 해도 되겠느냐고 하니, 그러라고 했어요. <올드보이> 명장면 중 울다가 웃다가 빌면서 본인의 혀까지 자르는 그 장면을 연기 했어요. 연기가 끝나니 장내가 조용하더라고요. 그때 선생님이 시험 볼 때 한국말로 하라고 했어요.
그래서 제가 여기 프랑스인데 그래도 되냐고 하니, 너가 하는 행동에서 감정이 다 느껴진다고 하면서 한국말로 해도 되겠다고 하면서, 심사위원들한테 이야기해 놓겠다고 하더라고요.
Ecole ‘L’entrée des Artistes’ 졸업 공연 <Old Boy> 장면 중
그렇게 시험을 봐서 6명의 심사위원들 만장일치로 3학년으로 올라갔어요. 3학년에서는 졸업 공연을 준비하는데, 제가 그때 연기한 <올드보이>가 강렬했는지 불어버전으로도 해보자고 하더라고요. 쟝 폴 벨몽도가,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학교 공연에 꼭 참석을 해요. 그러니 여러 프랑스 배우들과 언론사에서도 오고요. 그렇게 프랑스 유명 배우였던 쟝 폴 벨몽도가 지켜보는 가운데 졸업공연을 하고 잘 마쳤어요. 그리고 공연이 끝나고 많은 주목을 받았어요. <올드보이> 연기가 좀 강렬했나봐요. 프랑스 연기는 주로 만담식이쟎아요. 공연이 끝나고 프랑스의 다른 유명 배우들과 관계자들이 다가와서는 어디 나라 사람이냐고 묻고, 사진 찍자고 하고 그랬어요. 그런데 그렇게 연기학교에서 주목을 받고 에이전시 섭외도 많이 받았지만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만 했어요.
-그렇게 연기학교에서 승승장구 했는데 왜 한국으로 가셨어요 ?
프랑스에서 4년 동안 공부하고 돌아갈 계획이었는데 2년 만에 끝내버린거에요. 여행도 하면서 있다가 한국에서 계약된 강의가 있어 들어가게 된거에요. 짧지만 강렬했던 프랑스에서의 생활들이 계속 생각이 나서 다시 오고 싶었어요. 그렇게 생각만 하면서 지냈죠. 한국에서 강의하면서 귀국한지 2년 만에 공연을 했는데, 그게 <오셀로> 작품이었어요. 많은 사람들을 초대했어요. 그런데 공연 하루 전날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좀 심하게 다쳤는데도 불구하고 공연을 했어요. 2주간요. 교통사고가 났고, 아프긴 한데 이상하게도 움직일 수가 있는거에요. 더블 캐스팅이어서 이틀에 한번씩 2주동안 공연을 했죠. 공연이 끝나고 나서 엄청 힘들었어요. 병원 검사 다 받았는데 별 문제는 없었어요. 그 때 확신이 섰어요. 사람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인데 내 마음 속에 일어나는건 해야겠다 싶었어요. 어느 날 눈을 떠 보니 유학원에 가 있는거에요. 그렇게 다시 프랑스로 오게 되었죠.
그런데 다시 와서 코로나가 터진거에요. 코로나가 한창일 때는 다른 여러 일들을 하면서 지냈는데, 조금 지나고 나서 촬영 일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더라고요.
-올리비에 벨몽도 학교 졸업장이 이곳에서 촬영 일을 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나요 ?
코로나 때 학교 친구들이 파리를 떠나 지방으로 갔어요. 그래서 연결고리가 많이 없어졌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당시 알게 된 에이전시나 배우들에게 다시 돌아온 소식을 전했더니 저를 기억하고 다시 연락이 오더라고요. 그것들이 점점 연결되어 촬영들을 하게 되었어요. 큰 역할들은 아니었어요. 여기는 엑스트라를 피규헝(figurant)이라고 부르고, 단역을 실루엣(sillouette), 정식 역할을 롤(Rôle) 이라고 해요. 연락 오는대로 캐스팅을 보고 작업들을 하게 되었죠.
김희준 배우가 출연한 영화, <L'Esprit Coubertin> 포스터
이번에 영화 <L’Esprit Coubertin>에서 처음으로 정식 역할을 맡은거죠. 엔딩 크레딧에 제 이름이 9번째로 있더라고요. 아시아 이미지가 필요한 광고 촬영들도 많이 하고있어요.
-왜 배우를 하시게 된거에요 ?
어릴 때부터 남들 앞에서 재미있게 해주는 걸 좋아했어요. 주위 사람들이 만족해하는 모습에 저도 마냥 좋았고 자연스레 연극영화쪽으로 진로를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러다가 울산에 있는 작은 극단을 알게 되어 공연을 보러 갔어요. 거기서 연극에 완전히 매료가 되어서 극단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처음 연극을 본게 프랑스 사무엘 베케트의 ‘Fin de partie’ 작품이었고, 처음 연기한게 몰리에르의 ‘Le Médecin malgré lui’ 이상하게 모두 프랑스 작품이죠. 또 대학로에서 연극을 하면서 제일 주목 받았던 작품도 프랑스 작품이었어요.
프랑스로 와서 이렇게 활동하는게 저도 모르게 오래전부터 이미 정해져 있었나봐요.
이번에 개봉된 <L’Esprit Coubertin>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배우님의 역할은 어떤건가요 ?
-프랑스의 사격 챔피언 폴이 올림픽기간에 겪은 헤프닝을 코믹하게 다룬 이야기에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한 프랑스팀의 모든 주목은 사격 챔피언 폴에게로 향하는데, 금메달을 당연히 예상하였으나 스스로 포기해요. 대회 결승전에 주인공인 폴에게 메달을 포기해도 될 정도의 더 값진 것을 얻게 되는 이야기에요. 저는 큰 역할은 아니지만 한국 사격 선수로 출연해서 금메달을 차지하는 역할이고 제목에 걸맞게 관중석에 있는 폴을 향해서 함께 기뻐하죠. 그리고 관전포인트가 있다면 한국선수가 금메달을 따니 이 영화에 우리나라의 애국가가 시상식 장면에 퍼져 나오죠.
영화, <L'Esprit Coubertin> 스틸 컷
만약 프랑스에서 배우를 꿈꾸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
-프랑스에서 배우를 한다는 건 쉽지는 않아요. 불어를 원어민처럼 한다면 다르게 접근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힘들어요. 현재 프랑스에서 배우를 꿈꾸는 아시아인들이 많이 있어요. 한국사람은 별로 없지만요. 프랑스는 현지인들 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나라에서 촬영을 진행함으로, 현지 아시아인들 배우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 뜻은 여러 역할이 존재한다는 뜻이에요.
파리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은 무한해요. 연기는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이기에, 본인이 경험할 수 있는 어떤 것이든 해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어떤 역할이든 경험에서 나오는 것만큼 훌륭한 공부가 없으니, 자신에게 언젠가 주어질 역할에 준비하고 있어야 된다는 뜻입니다.
<파리광장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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