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와 신화 그림의 작가 » 현대 미술의 거장 안젤름 키퍼 [ANSELM KIEFER] 회고전 (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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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와 신화 그림의 작가 » 현대 미술의 거장 안젤름 키퍼 [ANSELM KIEFER] 회고전
- 조르쥬 퐁피두 국립미술문화센터(Centre National d’Art et de Culture Georges Pompidou) -
안젤름 키퍼 (Anselm Kiefer) : 1945년 독일 태생의 현대 미술가다. 회화, 사진, 조각, 목판화, 책, 설치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 현대사를 화폭에 담아 서사적 » 작품세계를 펼치는 보기 드문 작가로, 20세기 후반 신표현주의 미술 운동의 주요 인물이기도 하다. 바꿔 말하면, 예술작업을 통해 예술가의 역할을 탐구하고 실천한 작가라고 볼 수 있다. 요제프 보이스(Joseph Beuys, 1921∼1986)* 이후 독일 최고의 작가라는 평가와 함께 1980년대 미술계의 스타가 되었다. 요제프 보이스의 제자로 지대한 영향을 받았으며, 뒤셀도르프 예술아카데미에서 수학했다. 1970년대 유럽의 전위 예술가들을 매혹시킨 미니멀리즘과 개념미술 대신 전통적인 회화의 길을 선택한 작가이기도 하다.
* « 치유의 예술가 » 요제프 보이스(Joseph Beuys, 1921∼1986) : 20세기 전후 독일 뿐 아니라 유럽과 미국 등 전세계 현대 미술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독일의 예술가다. 예술은 예술가들만의 특원이 아니며, 예술과 삶의 분리를 부정하고 자신의 삶 자체를 예술작품으로 인식함으로써 예술의 개념을 보다 확장 시킨 인물이다 : « 모든 사람은 예술가다. » 청년시절, 1930년대에 히틀러유겐트(Hitler-Jugend)에서 활동했고, 20세에 제 2차 세계대전 나치스 공군(Luftwaffe)의 부조종사로 복무한 경력이 있다. 1944년 3월 소련군의 폭격에 그가 탄 비행기가 러시아 크림(Crimea) 반도에 추락하였는데, 다행히도 그 지역 원주민 타타르인들에게 발견되어 구출되어 구사일생으로 살아나게된 경험이 그의 (예술)인생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알려져 있다. 문명과 떨어져 샤머니즘의 풍습을 지닌 타타르족은 그의 온몸에 동물의 지방(비계)덩어리를 바르고 펠트 담요로 몸을 감싸 체온을 유지시켜 주는 등 그들만의 처방 방식으로 보이스를 기적처럼 살려주었다는 일화는 거의 신화가 되었다. 그 이후 삶과 죽음의 교차, 그리고 치유의 경험은 예술가로서 그의 철학과 작품의 주요 모티브로 사용되었다. 펠트천, 왁스, 썰매, 약봉지, 동물 등이 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또한, 예술과 삶의 분리를 부정하고 자신의 삶 자체를 예술작품으로 인식하게 되었다.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보이스는 뒤셀도르프 예술 아카데미에 입학하여 조각 강의를 들으며 조각 작품을 발표하였고, 1961년 모교 교수로 임명되었다. 1960년대 들어서야 보이스는 국내외적으로 명성을 얻기 시작한다. 1962년 조지 마키나우스, 백남준 등과 전위예술 단체인 플럭서스(Fluxus)에서 활동하며 독특하고 다양한 행위 예술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보이스의 퍼포먼스는 특히 제의적인 성격을 띄며, 동물들을 자주 이용했다는 특징이 있다. 동물중 토끼는 보이스가 가장 자주 이용한 동물로 재생, 부활, 육화 등을 상징한다.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1965년 « 죽은 토끼에게 어떻게 그림을 설명할 것인가 (Wie man dem toten Hasen die Bilder erklärt, How to Explain pictures to a Dead Hare) » 라는 퍼포먼스이다 : 머리에 벌꿀과 금박을 뒤집어쓰고, 발에는 쇠로 창을 댄 신발을 신고, 죽은 토끼를 품에 안은 채, 세 시간 동안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품에 안고 있는 토끼에게 미술관 안에 걸려 있는 작품들에 대해 조용히 설명하는 퍼포먼스이다.
보이스는 이 퍼포먼스에 대해 « 머리에 꿀을 바른것은 생각과 관련된 것이다. 인간은 꿀을 생산하는 능력은 없지만 사고하고,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습니다. 꿀은 의심의 여지 없이 살아있는 물질이므로 인간의 사상(생각)역시 생명을 얻게 됩니다. 그러나 합리화는 사상에 있어 치명적입니다. 그것은 정치나 교육에서는 인간의 내면을 죽은 상태로 이끌 수 있습니다. » 라고 설명한다. 또한, « 완고한 이성주의로 무장한 인간보다 토끼가 더 잘 이해합니다. 나는 토끼에게 그림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그저 그림을 훑어보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 라고 설명한다. 보이스는 지방, 펠트, 꿀, 쇠, 구리와 같은 독특하고 비정통적인 재료를 작품에 사용하여 기존 사회 체제를 비판하고 샤머니즘적 세계관을 통해 영혼과 정신의 혁명을 이루어낼 수 있으며, 기존의 이데올로기와 사회구조를 넘어설 수 있다고 확신했다. 직접민주주의를 주창하는 운동에 적극 개입하고 환경주의파에 가담하는 등 미술과 정치와의 관계에 점점 더 관심을 갖게 되며 정치와 사회문제를 예술과 연관시켰다. 다시말해, 그는 수많은 퍼포먼스와 설치작업, 조각과 드로잉을 통하여 정치적 상황과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 예술과 사회 혁명을 연결 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보여진다. 그의 « 모든 사람은 예술가다 » 라는 유명한 말은 전체 사회를 거대한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만들 수 있는 인간의 창조력을 옹호한 것이라고 해석된다. 이러한 그의 개념은 인간의 활동규범을 체계화하는 계급 제도와 관습적인 틀에 대해 거부하는 것으로 확장되었고, 이러한 그의 예술관은 개념미술, 행위예술, 환경미술을 비롯하여 독일 신표현주의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주었다. 요제프 보이스는 생전 비디오 아트의 거장 백남준과 절친한 우정을 나눈 것으로 우리에게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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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일본 예술 연맹에서 안젤름 키퍼 평생의 업적을 기려 « 제국 최고상(Premium Imperiale) » 을 수여했다. 아래 수상자 선정 -이유는 다소 다가서기 어려울 수도 있는 키퍼의 (작품)세계를 전반적으로 잘 설명한다.
[안젤름 키퍼의 작품에는 역사에 대한 복합적이고 비판적인 참여가 관통하고 있다. 게오르크 바젤리츠의 조각과 함께 그의 회화는 1980년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격론을 불러일으켰다. 관람객들은 공공연한 나치의 모티프들이 아이러니한 의도에서 사용된 것인지 실제로 파시스트적인 이념을 담고 있는 것인지 스스로 판단해야 했다. 키퍼는 예술이 외상을 입은 민족과 고통을 당하고 갈라진 세계를 치유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작업해 왔다. 그는 대형 캔버스 위에 리하르트 바그너나 괴테와 같은 인물들을 묘사함으로써 독일의 문화사를 환기하는 서사시적인 회화를 창조했다. 이로써 그는 세계를 제시하는 도구로서의 회화라는 역사적 전통을 지속시키고 있는 것이다. 역사와 현재의 윤리적 문제에 참여한다는 예술의 임무를 이처럼 확고히 천명하고 있는 예술가, 이처럼 인간적 노력을 통해서 죄의식의 해소의 가능성을 표현하고 있는 예술가는 오늘날 얼마 되지 않는다.]
다시말해, 키퍼는 자신의 나라 독일의 근현대사에 대해 별 망설임 없이 조명하고 이해하려는 시도가 돋보이는 작가로 작업의 주제는 모든 사회에서 경험되는 외상(外傷), 계속되는 생명의 재탄생과 쇄신으로, 전후 독일에서 성장한 현대 미술가이다.
Wege der Weltweisheit [Chemins de la sagesse du monde], 1976-1977, Huile, acrylique et shellac sur toile de jute, Sanders Collection, Amsterdam, - Photo by HYUNKYUNG (03.2016)
예술 양식적 특징
독일의 역사 · 신화 · 문학 · 미술사 · 성서 등을 작품의 주제이자 모티브이다. 사회적으로 터부, 금기시되는 것들을 탐구하고 몰두하여 물의를 일으키기도 하였는데, 특히 나치 시대와 홀로코스트 주제를 다루었다. 예를 들어 사진 연작 '점령'(Occupations, 1969)에서 그는 제2차 세계대전의 여러 전투 장소 혹은 낭만적인 풍경을 배경으로 군복 차림으로 나치의 인사구호 (지크 하일,'승리 만세'라는 뜻)를 외치는 모습을 재현한다.
Mann im Wald [Homme dans la forêt], 1971, Acrylique sur toile de coton ; Collection particulière, San Francisco - Photo by HYUNKYUNG (03.2016)[작품1]
이 작품[작품1]에 쏟아진 비평에 대해 키퍼는 « 나를 네로나 히틀러와 동일시한 것이 아니다. 단지 광기를 이해하기 위해서 그들이 했던 일을 재현해볼 필요성을 느꼈을 뿐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파시스트가 되어보고자 한 이유다. » 라고 말한다.
안젤름 키퍼는 또한 이런 탐구의 일환으로 대형 캔버스화와 사진, 그리고 파시스트의 대규모 집회, 나치가 가장 좋아하는 건축가인 알베르트 슈페어의 건축을 반영하는 구성 작품들을 제작했다. 그러나, 작품의 주제와 거대한 화폭의 규모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에서는 영웅적인 이미지는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사적이며 어두운 암울함으로 응축된 한편의 « 시 » 와 같이 느낌을 주는 작품을 탄생시킨다. 키퍼의 작품은 절제와 참회의 느낌이 강하게 드러난다는 평가를 받는데, 이는 특히 동시대 원색을 구사하는 신표현주의 작가들과는 달리 검은색과 갈색 등을 주조색으로 사용하면서 얻은 효과라 할 수 있다. 작품 속 황량한 겨울 풍경과 신고전주의적 건축물들의 웅장한 실내공간이 기념비적이면서 동시에 폐허의 모습으로 묘사된다.
« Margarethe », 1981, Huile, acrylique, émulsion et paille sur toile, The Doris and Donald Fisher Collection at the San Francisco Museum of Modern Art,- Photo by HYUNKYUNG (03.2016)[작품2]
키퍼는 작품[작품2]들에서 실제 역사 속 장소와 인물들의 이름을 다룬다. 그가 작품의 재료로 이용하는 모래, 밀짚, 나무, 재, 흙, 진흙, 납 같은 물질들은 홀로코스트의 유골과 전후 폐허가 된 독일의 상황, 그리고 그에 따른 도덕적 부패와 결국에는 정신의 갱생으로 귀결되는 일련의 과정들을 반영한다고 해석된다. 한편,이러한 재료들을 사용함으로써 캔버스의 물리적 실재감을 상기시키고 작품에 은유적이고 연금술적인 의미를 부여한다.
« Alchimie du verre » 주제관 전시 장면, - Photo by HYUNKYUNG (03.2016)
« Alchimie du verre » 주제관 전시 장면, - Photo by HYUNKYUNG (03.2016)
퐁피두 센터에서 열리는 이번 안젤름 키퍼 회고전에서는 1970년대 초기 작품부터 2015년 최근에 이르기까지 시대의 흐름에 따른 작품이 13개의 주제로 나뉘어 전시된다 : « Rhétorique de Guerre », « Papier », « Peindre ? Paysages », « Mythes Germaniques », « Une histoire Allemande », « La valeur des Ruines », « Alchimie du verre », « Deuil et Histoire », « La Poésie de Paul Celan et d’Ingeborg Bachmann », « Mythes, Poésie et Cosmologie », « La Kabbale », « Du noir à la couleur », « Pour madame de Staël : De l’Allemagne »
이번 전시에서는 안젤름 키퍼 특유의 은유적이며 연금술적인 묘사가 두드러지는 그가 가진 작업 세계의 진수를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론, 이 무겁고 우울하고 황량하기까지 한 작품들 속에서 일종의 « 위안 » 을 받거나, 이 작품들이 우리에게 주는 이 « 위안 » 의 존재를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전시에서는 회화 작품60 여점을 비롯해, 조각, 설치작업, 책 등 150여점이 선보이며, 키퍼의 주요 작품들로 꼽히는 《바루스 Varus》(1976), 《마르가레테 Margarethe》(1981)와 함께 지금까지 미공개되었던 다수의 작품들도 전시되고 있다. 전시는 오는 4월 18일까지 퐁피두 센터 6층 갤러리 1에서 진행된다.
< 파리광장 / 현 경, dongsimijs@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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