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 호,‘Eternal Light(영원한 빛)’, 치유와 희망의 메세지 (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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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한 호(1972년 생)의 작품들이 설치된‘Salle Miro’에 들어서면, 우선 작품들에서 향기처럼 풍기는 몽환적이며 명상적인 빛의 향연에 숨을 죽이게 된다. 지난 10여년에 걸쳐 자신만의‘빛’을 탐구해온, 일명 ‘미디어 회화’작가 한 호. 그가 이번 유네스코 특별전시에‘Eternal Light(영원한 빛)’라는 주제로, 14 m 대작 ‘동상이몽’(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 출품작)을 비롯한 미디어회화‘영원한 빛’시리즈 6점과 홀로그램 미디어 작품 1점 등 영상설치와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그의 작업적 특징은 우선 완벽한 밑작업, 즉 회화적 표현이 돋보이는 평면작업 위에 펀치로 수십만개의 구멍을 뚫어 이 타공을 통해LED 빛이 새어나오게 함으로써, 그가 심혈을 기울여 작업한 회화적 표현을 극대화 시키는데 있다. 이런 면에서 그의 작품은 지극히 ‘노동집약적’이며 ‘신체적 물성’을 충분히 엿볼 수 있는‘아날로그적’작업이다.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 평면 작업 중 특히, 한지를 겹겹이 발라 이를 통해 스며들듯 새어나오는 빛은 경건함까지 느껴진다.
유년 시절의 기억, 어머니와의 이별 등 개인적 슬픔과 상처, 그리고 이러한 아픔을 스스로 치유하고 치유받은 지극히 개인적 경험에 근간해 탄생한 ‘빛’. 그는 이 ‘빛’을 통해 소통하고자 하는 노력이 엿보인다. 이제는 그가 만들어낸‘한 호의 빛’으로 타인들의 아픔과 상처를 어루만지고자 한다. 이러한 그의 작업은 단순히‘새로운 매체’를 이용한 작품으로만 주목되기에는 뭔가 아쉬움이 있다.
Eternal Light(영원한 빛)- 동상이몽(同床異夢), 2016, 한 호 작.
-Photo by HYUNKYUNG (09.2016)
전시 공간 중앙 전면을 가득 채운 작품‘동상이몽(同床異夢)’은 지난 베니스 비엔날레 출품작으로 유명세를 떨친바 있다. 이산(離散)을 주제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그들의 상처, 남북 분단의 현실, 전쟁, 군인 등 한국사 속을 관통하는 비극적인 우리들의 자화상을 작가적 시각으로 새롭게 재구성하여 표현한 작품.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의도와는 전혀 상관 없이 주어진 현실의 한 공간에서 서로 다른 이념과 사고를 가지고 살아가는 동시대인들의‘동상이몽(同床異夢)’과 그 속에 내재된 그들의 상처를 작가의 직관적인 눈으로 꽤뚫는다. 그리고, 시,공간을 넘어선 또 하나의 세계를 작가는 그의 빛으로 연출한다. 말하자면, 작가가 창조한 이 치유의 공간을 통해 상처와 희망이 동시에 연출된 대작이다. 이 작품 앞에 서면 작품의 규모 만큼이나 특히, 그 주제가 품고있는 진지함의 무게가 느껴진다. 그 무엇보다 한 호 작가의 예술관, 그리고 그가 예술가로서 사회적 역할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한 흔적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 6-7년 전 부터 작가가 작가로서 살아가는 방식, 살면서 작가가 자기 좋은 작품만 자기가 좋아하는 작업만 해야되는냐 (아니면) 사회적 책임이 있느냐… 사상과 철학과 동시대 미술의 역할을 담아내고자 하는 이러한 것들이 단지 자기유희와 자기자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감이 있어야 된다고 어느 순간에 든거에요. 그래서 빛, 나의 빛은 치유와 연결되게 만들어야 되겠다 (…) » (한 호 인터뷰 중,2016,09,12).
작가의 « 영원한 빛(Eternal Light) » 은 다시말해, 일종의 소통할 수 있는‘소통적 빛’이자‘치유적 언어’인 셈이다. 그가 자신이 받은 개인적 상처를 빛 속에서 치유 받고 자신의 빛에서 희망을 얻었듯이, 작가는 자신이 치유받았던 그 빛을 통해 동시대 상처입은 사람들 역시 치유되고 그것에서 희망을 얻기를 소망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의 작업 테마는 점차 사회적 사건, 역사적 아픈 상처, 전쟁, 즉, 인류가 가질 수 밖에 없는 비극과 이러한 상처의 본질에 대한 질문에서 한층 더 나아가 인간의 본질과 사유를 탐구하고, 그 속에서 보여지는 갈등과 희망에 대한 심상적 표현들을 전통 재료와 신매체의 융합을 통해 더욱 심화시킨 치유적 언어로서 영원한 빛의 탐구에 몰두하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그의 작품을 감상함에 있어 사실 이같은 사회, 역사적 배경에 대한 지식이나 동일한 경험은 그리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의 작품들은 작품 그 자체가 가진 아우라(Aura)만으로도 감상자 모두가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어떤 충분한 위안과 아름다운 위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 한 호의 전시는 9월23일(2016년) 까지 유네스코 본부‘Salle Miro’에서 열린다.
<파리광장 / 현 경, dongsimijs@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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