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와 공생의 길을 찾아서 - 떼제(Taizé) 공동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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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남동부, 부르고뉴-프렁쉬-꽁테(Bourgogne-Franche-Comté) 지역에 위치한 작은 마을 떼제(Taizé)에는 연간 5만 명 이상의 방문객들이 찾는 특별한 장소가 있다. 바로 올해로 설립된 지 76년이 되는 떼제공동체(la communauté de Taizé)이다.
이곳에는 공동체의 대표를 맡고 있는 알로이스 수사(Frère Alois)를 포함해 약 칠십 명의 수사들이 공동생활을 하고 있다. 수사들은 30여 개 각기 다른 국가 출신으로 가톨릭 및 다양한 개신교 분파의 기독교 신앙을 가졌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평생을 독신으로 지내며 공동생활을 통한 단순한 삶을 살기로 서약한 후 이 공동체의 일원이 되었다. 수사들은 일체의 기부금을 받지 않으며 대신 도자기, 간단한 액세서리, 채색유리 등을 만들어 판매, 자급자족하며 지낸다. 이 외에도 케냐, 세네갈, 방글라데시, 브라질, 우리나라에 작은 공동체를 이루며 살고 있는 수사들이 총 서른 명쯤 더 있다.
떼제를 방문하는 방문객들은 아침, 점심, 저녁 하루 세 번 종소리를 따라 수사들과 함께 ‘화해의 교회’(l'église de la Réconciliation)에서 기도에 참여한다. 이 때 중앙에는 흰 전례복을 입은 수사들이 줄 지어 앉고, 그 주변에는 방문객들이 앉는다. 기도는 보통 떼제의 노래들로 시작하는데, 성경을 인용한 짤막한 가사에 화음을 넣어 여러 번 반복, 음미하면서 부르는 것이 그 특징이다. 노래가 끝난 후, 수사들은 복음서의 일부를 여러 나라의 언어로 낭송한다. 그러나 이 구절들에 대한 권위자의 해석은 따로 없다. 전체 침묵 속에 각자 이 구절들을 묵상할 시간이 있을 뿐이다. 기도모임은 보통 40-50분 정도인데, 이것은 떼제의 수사들과 방문객들에게 가장 중요한 일과이다. 기도 이외에는 오후에 방문자들을 위한 그룹 성경모임과 세미나가 열린다.
떼제공동체는 1940년 개신교 목사의 가정에서 태어난 스위스인 로제 슈츠(Roger Schutz)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세계2차대전 당시 프랑스는 경계선(ligne de démarcation)을 기준으로 남북으로 나뉘어있었는데 북쪽은 나치독일이 점령한 지역이었고, 남쪽은 자유 프랑스였다. 당시 스물 다섯 살 청년이었던 로제는 스위스를 떠나 이 경계선 근처에 작은 공동체를 만들어 독일점령지로부터 탈출한 난민들 특히 유대인 난민들을 도왔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이 독일 비밀국가경찰에게 발각되자 그는 전쟁이 끝날 때까지 잠시 스위스로 돌아가 있는다.
1944년에 프랑스가 자유를 되찾자, 로제는 다시 떼제로 돌아온다. 그는 떼제에서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개신교 수사들과 함께 기도와 노동 (농사 및 수공예)을 바탕으로 공동생활을 하며 독일 전쟁 포로들과 전쟁 고아들을 돌봤다.
이렇듯 사유재산을 포기하고 정결서원 하는 등의 수도원적 공동생활은 개신교 전통에서는 종교개혁 이후 사라졌던 현상으로 떼제의 에큐메니즘적 성격과 더불어 교계에 신선한 파장을 일으켰다. 게다가 1964년 가톨릭 교황청의 허락이 있고부터는 가톨릭 배경을 가진 수사들까지도 공동체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인종은 물론 기독교 내 다양한 종파에 대한 떼제공동체의 이러한 관용적인 태도는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세계의 많은 젊은이들을 떼제라는 프랑스의 작은 마을로 불러모은 원동력이 되었다. 떼제공동체는 젊은이들이 최소한 1주일씩 머무를 것을 권장하고 있는데, 이렇게 단기로 다녀가는 방문객 외에도 몇 주, 혹은 몇 달에 걸쳐 공동체에 머물면서 잡일을 돕는 장기 자원봉사자들도 적지 않다.
2005년, 떼제공동체의 창립자인 로제 수사는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독일 쾰른에서 열린 세계청년주간(les Journées mondiales de la jeunesse) 행사의 저녁 기도모임 중에 갑자기 들이닥친 정신이상자의 칼에 찔려 목숨을 잃은 것이다. 현재는 로제 수사가 생전부터 지목해두었던 가톨릭 출신의 독일인 알로이스 수사가 그를 이어 떼제공동체의 대표로 역임하고 있다.
<파리광장 / 김연수 (rachelle.kim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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