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UL KLEE (파울 클레) ‘L’IRONIE A L’ŒUVRE’(풍자회화) II (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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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entre National d’Art et de Culture Georges Pompidou (조르즈 퐁피두 국립미술문화센터) -
파울 클레(Paul Klee, 1879-1940) 작품들에 대한 첫인상은 우선 ‘쉬워보인다’는 것이다. 그의 작품들에서 제일먼저 주목되는 점은 작은 크기다. 이러한 소품들은 아마추어에게 작가의 작품들과 밀접한 관계를 설립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어서 작품 주제들이 빈번히 어린아이의 예술을 연상케한다는 점도 감상자의 접근을 용이하게 이끈다. 끝으로 작업의 테크닉은 정교하고 섬세하며 미묘하다. 더불어 눈에 띄는 간결함과 극도의 인위성 사이에서 묘한 균형을 갖추고 있다. 만여점에 이를만큼 풍부함을 자랑하는 클레의 작품(작업세계)은 그러나 복잡하고, 독자성/유일성과 기발함을 근간으로 제작되었다. 마치 멈출 수 없는 도박의 경험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이 전시의 목적은 아이러니의 낭만적 개념에 대응하는 척도인 이 (작품) 제작방식 전체에 접근하는데 있다. 수도자 또는 코메디언으로 번갈아가며 그려지는 클레는, 예술가로서의 일생동안 모순적 충돌에 의한 대립, 반목 등 서로 버티며 대항하는 (모순적) 전략을 구사하고, 낭만적 아니러니/이로니의 정의에 있는 근본적인 방식을 끊임없이 정제해 나갔다. 클레는 예술 그 자체의 고유한 근본성과 방식에 대한 성찰을 그의 창작안에 흡수시켰다. 그에 따르면, 이것은 « 근본 원리(법칙)과 하나의 게임(놀이) » 이거나 혹은, « 시스템 안의 하나의 균열 » 이다.
이번 전시는 일곱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감상할 수 있다 : 1.Les débuts satiriques (풍자적 데뷔) 2.Klee et Cubisme (클레와 큐비즘) 3.Théâtre mécanique (기계극장) 4.Klee et les Constructivismes (클레와 구성주의) 5.Regards en arrière (되돌아보기) 6.Klee et Picasso (클레와 피카소) 7. Années de crise (위기의 해)
PAUL KLEE "Insula dulcamara", 1938 – Photo by HYUNKYUNG (07.2016)
이 전시는 다양한 장르와 소재를 넘나들며 작품을 제작. 어느 한 사조로 분류하기 어려운 파울 클레의 이러한 다양함과 해석의 어렴움을 ‘낭만적 아이러니’ 프리즘으로 관통하며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18세기 말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슈레겔(Friedrich Schlegel))에 의해 정의된 이 ‘낭만적 아이러니/이로니(l’ironie romantique)’는 예술가의 창조적 의식태도의 하나로, 한정된 세계속에서 무제한의 상황으로 넘기를 시도하는 예술가에 의해 사용된 전환 방식의 전체를 지시하는 말이다. 비꼼, 빈정됨, 반어를 뜻하는 아이러니(이로니)의 본질은 상대방을 칭찬하고 긍정하는체 하면서도 속으로는 헐뜯고 부정하는 점에 있다.
독일의 낭만주의 이론적 지도자 슈레겔이 예술가의 창조적 의식태도의 핵심으로 삼은 것이 바로 이부분이다. 즉, 현실경험 주체로서 개개인의 ‘나(자아)’와 보편적, 절대적 자아와의 대립에서 출발하는 피히테 철학의 이론구성을 ‘예술적 자아’, 즉 ‘예술가의 정신구조’에 적용시켰다. 즉, 개개인의 예술가는 매번 특수하고 제한된 현상으로 작품을 창조하고, 이 맥락에서 자기 및 창조 행위를 긍정한다. 한편, 이 소산인 예술행위나 작품은 보편 절대성에 비추어 단순히 어떤 특수하고 경험적인 현상이며, 그 자체적으로는 무가치한 가상에 불과한 것으로 부정한다. 이러한 유한과 무한, 보편과 특수 사이의 해소하기 어려운 모순의 감정, 역설의 형식을 아이러니라고 한다,
이처럼, 낭만적 아아러니에 내재해 있는 모순은 « 자기창조와 자기파괴의 변화 » 로 서술된다. 그러한 변화는 어떤 종점(목적, 조화)을 향하는 것이 부조화, 모순 자체로만 머무는 변화를 뜻한다. 그런데 그 변화를 특정한 주체(화자나 서술자 등)의 의식에만 국한시킨다면 낭만적 아이러니는 피상적으로 파악되고 만다. 낭만적 아이러니는 창조와 파괴의 변화를 끊임없이 전개하는 모든 예술작품, 텍스트 자체의 움직임과 관계한다. 즉, 모든 예술적 표현 (조형예술, 음악, 문학적 글쓰기 등) 자체가 창조와 파괴를 끊임없이 전개하는 기표의 움직임, 즉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다.
작품 전반에 흐르는 아이러니는 즉, (의식철학적 차원에서) 현실과 이상 간의 모순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 아이러니의 경우 모순은 필요불가결한 조건이며, 영혼이며 근원이며 원칙 » (F. Schlegel)인 것이다. 이번 전시의 주제 ‘낭만적 아이러니’ 에 접근할 수 있는 하나의 방식이다.
20세기 초 예술이 처한 상황(상태)에 대한 부정적인 확증에 의해 확고해진, 이 태도는 풍자에 대한 젊은 클레의 열정적 심취에 기반이 된다 : « 이상적인것은 ; 조형예술들에서 철저하게 비현실적이다 […]. 그러나, 나는 풍자로 가는 과정에 한걸음 더 가까이 했다 […]. 그리고, 궁극적으로, 재미있는 무언가가 될 수 있다. »
- 파울 클레(Paul Klee)-
< 파리광장 / 현 경, dongsimijs@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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