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작가 소개 VII> 공간과 나 , 그리고 타인과 나, 그 보이지 않는 관계에 대해서, 권혁이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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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016년) 12월 파리 퐁데자르 갤러리 크리스마스 선물전에서 관객들의 시선을 끄는 작품이 있었다. 뎃생-콜라쥬 인데 콜라쥬 재료가 무엇인지 모르게 익숙하다. 다름 아닌 작가가 입었던 옷을 잘라붙인 것이었다. 작품 제목은 ‘나의 방 Ma chambre’였다. 방에 있는 침대와 책상 등, 흔히 접할수 있는 평범한 방의 뎃생위에 작가가 입었던 티셔츠, 바지를 잘라 조각내어 붙여놓았다. 왠지 방이라는 공간과 작가가 입던 옷, 즉 ‘나’ 사이에 무언가가 있을것만 같았다. 이 같은 작업을 하는 작가는 앙제 보자르 아트 미디어과를 졸업하고, 현재 파리 1대학에서 조형미술 석사과정에 있으며, 파리를 중심으로 퍼포먼스, 회화, 조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한 작업을 하고 있는 권혁이 작가다.
작가 자신의 흔적이 묻어있는 옷을 잘라 작품속에 붙였다는 특이함이 있다. 또한 설치작업에서는 옷을 잘라 이어서 특정 공간 안에서 ‘’나의 방Ma chambre’’을 재현해내고 있다. ‘’Ma chambre’’는 일상이 있었던 방이라는 공간과 작가 자신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관계로 얽혀져 있는데, 이러한 관계를 물질화, 시각화 하기 위해 실제로 살았던 방의 둘레와 방의 가구들, 출입구와 창문 등을 프랑스에서 실제로 입던 옷들로 측정했고 그것들로 공간의 테두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에게 옷은 방이라는 공간과 마찬가지로 기억을 담고 있으며, 제 2의 피부로 보고 있고, 방은 제 3의 피부라고 한다. 그렇게 작가는 공간과 자신간의 밀접한 관계,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관계를 작품으로 표현해내고 있다. 작가의 체취가 남아있는 옷으로 재현한 방은 작가는 ‘’하나의 자화상’’이다.
‘’나의 발Ma chambre’’에서 또 중요한 부분은 유목민적으로 작품의 설치와 해체를 반복하는데에 있다. 이는 프랑스에 와서 자주 이사를 할 수밖에 없었던 기억들과 안정되지 못한 삶을 표현하고자 했다.
작가는 사람간의 보이지 않는 관계에 중점을 둔 작업을 하고 있다. 프랑스의 철학가이자 음악 이론가인 블라디미르 장켈레비치가 열거한 ‘나의 죽음, 너의 죽음, 그의 죽음’이라는 세가지 죽음에서, 미디어를 통해 처음에는 나와 별 상관없는 ‘’그의 죽음’’을 접하다가 또한 그 미디어를 통해 ‘너의 죽음’이 될수 있다고 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3 살배기 난민 아이였던 아일란 쿠르디 (Aylan Kurdi)의 죽음을 예로 들었다. 여기서 작가는 더이상 ‘그의 죽음’이 아닌 ‘너의 죽음’이라는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게 된다.
이미 매체를 통해 접한 시리아 난민, 아일란 쿠르디의 죽음은 다른 사람으로 대체할 수없는 나와의 관계 안에서의 사람의 죽음이다. 티비와 인터넷 매체를 통해 우리는 어떤 이의 죽음, 즉 타인의 이야기를 접하게 되고, 이 이야기를 통해 타인을 알아간다. 그때부터 희생된 이들의 죽음은 더이상 어느 누군가의 죽음이 아닌 ‘너의 죽음’이 되고 그 죽음은 감각적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하지만 작가는 ‘미디어’ 란 장치를 통해 만들어진 ‘이야기’에 의해서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고, 이미지의 힘에 관해서도 아닌, 이 문제에 있어서 우리가 타인에게서 의미를 찾고 거기에서 어떤 보이지 않는 관계를 만든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이미 ‘’나의 방 Ma chambre’’에서 공간과 자신의 관계를 표현했고, 자신과 사람들간의 관계를 ‘너의 죽음’화해서 접근하면서, 이같은 보이지 않는 관계들을 퍼포먼스나 설치 등을 통해 시각적으로 구체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권혁이 작가를 만났다.
뎃생, 조각, 설치, 퍼포먼스까지 쟝르를 불문하고 작업하고 있던데요.
-일단 기본적으로는 뎃생을 좋아해요. 설치도 기본 작업인 뎃생을 먼저 하는데, 공간 안에서 뎃생을 하는다는 느낌으로 해요. 그런데 사실 쟝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무언가 표현하고자 할때 거기에 맞는 쟝르가 있는데 저는 그게 뎃생이에요. 제 작업은 뎃생, 퍼포먼스, 설치로 추려져요.
그럼 뎃생, 퍼포먼스, 설치가 진행되어 가는 작업 과정이라고 할수 있나요 ?
-완성은 ‘설치’면서 ‘퍼포먼스’이에요. 보통 뎃생은 제 아이디어를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한 것으로 완성이 아닌 바탕 작업이고요.
퍼포먼스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
-퍼포먼스는 공간이 중요하고요. 주어진 재료들 사용하는것도 재미있어요 . 2014년에 한 퍼포먼스는 뎃생이나 공간 개념과는 상관이 없는 것이었어요. 제가 입던 구멍난, 낡은 옷을 입은 채로 관객들에게 바늘을 주고 꿰매게 한 퍼포먼스를 했어요. 그 퍼포먼스는 뎃생 없이 바로 진행되었던거에요. 전 주로 설치 작업을 완성해 나가는 것을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어요.
작업 과정이 퍼포먼스라는게 인상적이었어요. 보통 퍼포먼스는 작가가 따로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작업 과정이라기 보다는 몸을 사용해서, 즉 행위를 하면서 결과물을 찾아가는거에요. 작업과정 자체가 작업이고, 결과물은 따로 있는거죠. 저는 그 행위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이를테면 과정, 진행되는 것이요. 얼마전에 흙을 파내고 나서 그안에 발을 넣어 뜨는 작업을 퍼포먼스화 했는데요, 결과물에서는 발을 흙속에 넣는 감각을 느낄수가 없죠. 발을 흙에 넣었을때 느껴지는 감촉, 감각에서 살아있음을 느끼는, 제 존재의 가치를 느끼게 돼요. 예전에는 못느끼는 감각을 새롭게 느끼는거에요. 흙이라는 자연을 거쳐서 저 자신을 느끼는거죠. 그런 의미에서 이 과정을 퍼포먼스화 하는거에요. 그리고 공간 설치 작업을 완전히 퍼포먼스화 시키고 싶어요. 설치하고 해체하면서 다른 공간으로 옮겨 다시 설치, 해체하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설치하는데 10시간 정도 걸려요. 이 작업에 유목민적인 개념을 부여했으니깐 그것을 다른 공간으로 옮겨다니면서 더 살리고 싶어요.
설치와 뎃생 작업 소재가 ‘나의 방’이더군요. 방을 주제로한 이유가 있나요 ?
-제목은 될수 있으면 간단하게 붙여요. 별 의미는 없어요. 제목이 좀 거창하면 제목 때문에 작품 의미가 바뀔수도 있을것 같아서요. 제목은 잘 안붙이다가, ‘나의 방’이라는 제목을 붙인 것은 방은 편안한 공간이기도 하고, 나를 지키기도 하면서 몸, 피부 같아서였어요. 나의 방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방을, 파리에서 작은 방에서 힘들게 살고 있는 이들의 방과 그들이 입던 옷으로 설치하고 해체해서 다른 방으로 옮겨가는 퍼포먼스를 하고 싶어요.
방에서 가진 편안함은 이해가 되는데, 뎃생을 봤을 때 좀 특이했던게 작가가 입었던 옷을 오려 붙여놓았쟎아요. 그런데 왜 하필 입었던 옷이어야만 했어요 ?
-옷이 그 사람의 이미지의 한 부분을 보여주기도 하면서, 그 사람이 입고 다니던 기억을 담고 있다고 생각해서, 옷이라는 소재 자체가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나의 방 Ma chambre’’ 설치에서 유목민적인 것을 표현하려면 좀 약한, 가는, 쉽게 변형되는 소재가 필요했어요.
옷은 주로 티셔츠를 해요 ?
-옷은 가리지 않고 해요. 그런데 그동안 작업해보니 바지가 가장 좋았어요. 제일 천이 많이 나왔어요.
유목민적인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는데, 그게 안정스럽지 못한 이곳 프랑스 유학 생활을 상징할수도 있을 것 같아요. 유학생활을 어땠나요 ?
-정말 이사를 많이 다녔어요. 여러가지 상황과 사정으로 정말 많이 옮겨다녔어요. 예전에 한국에서 살때는 전혀 접하지 못했던 일들이었어요. 그러면서 그런 것들을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작가노트에서 보니 ‘’공간이 가지고 있는 일시적이면서 동시에 영속적인 성격에 대한 고찰’’이란 귀절이 있던데요. 공간이 가진 영속적인 성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
-도시, 건물, 자연이 사람에 의해서 변하기도 하는데, 제가 느끼기에는 이 세계 자체가 하나의 변화하는 흐름 같은데, 그 흐름 자체가 영속적인 것 같아요.
조금전 다른 사람이 입던 옷을 재료로 ‘’작은 방’’ 퍼포먼스와 설치를 하고 싶다고 했는데요 그럼 그 사람이 입던 옷으로 작가가 설치와 퍼포먼스 하는건가요 ?
-제일 좋은건 그 사람이 직접 설치하고 철수하는, 퍼포먼스를 하는거에요. 그렇게 여러 명을 참여하게 하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그런 개개인들이 모여서 하나의 이야기가 되는게 재미있는 것 같아요.
옷, 그러니깐 천을 설치 작업을 하는게 고정시키는게 쉽지 않았을것 같은데요. 무슨 재료를 사용했나요 ?
-윗쪽은 낚시줄로 고정시켰어요. 천이 약하다 보니 다른 부분은 테이프를 사용했어요. 대부분 작업을 하면 고급 재료를 사용하는데, 그런게 아니라 낚시줄, 스카치 테이프 같은 재료들을 사용했어요.
그 이유는요 ?
-제가 작은 존재라는 것, 하찮은 존재라는 것과 특히 외국에 나와서 ‘내가 작다‘는 것을 느끼게 있어서 작품 설치하면서 이런 재료들을 사용하게 되었어요.
다른 퍼포먼스에 대해 이야기 좀 해주세요. 2014년에 한 퍼포먼스는 ‘’나의 방 Ma chambre’’와는 좀 다른것 같은데요.
-저의 구멍 나고 낡은 스웨터를 제가 입고 관객들이 바늘과 실로 구멍을 꿰매는 것이었는데요. 처음에는 노숙자의 옷으로 하려고 했어요. 평화적인 메시지를 담고 싶었더든요. 찢어지고 구멍난 것들이 상처라고 할수 있쟎아요. 그것들을 꿰매주면서 공감과 위로를 주고 싶었는데 생각을 바꾸었어요. 이유는 제가 그사람의 인생을 모르면서 섣불리 시도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제가 그런 위치에 있었던 것도 아니고 해서 결국 제 옷으로 한거에요. 보통 타인과의 거리감을 강조하곤 하는데, 이 퍼포먼스는 그 반대로 타인이 제 개인 공간에 들어온다는 의미가 있었어요. 내 피부와 맞닿는 옷을 관객이 바늘과 실로 꿰매는 것이니까요. 날카로운 바늘을 가지고 있는 타인 즉 관객이 그것으로 나를 찌르는게 아닌 나의 아픔을, 부족함을 꿰매주는, 즉 사람간의 신뢰를 상징했어요.
그럼 바늘을 가지고 작가가 입고 있던 옷을 꿰맨 사람은 누구이고, 몇 명이 그 퍼포먼스에 참여했나요 ?
-큰 전시안에 하루 퍼포먼스로 참여한 것이었는데, 참여하고 싶어하는 관객들 누구나한테 주었어요.
관객들 반응은 어땠어요 ?
-많이 참여해주셨어요. 이게 6시간 정도 했는데요. 2시간 정도는 친구가 대신해 주었어요.
작업의 주된 주제는 관계인 것 같던데, 관계에 대해 가지고 있는 어떤 가치관이 있다면요.
-관계 자체가 저를 알아가는 과정 같아요, 타인을 통해 저를 아는거죠.
2017년 작업에서는 숲으로 나갔더라고요. 흙을 파내고 발을 넣고 뜨는 작업이던데요. ‘나의 방 Ma chambre’ 에서 야외로 혹은 자연으로 나간거라고 할수 있나요 ?
-자연보다는 도시 안에 있는 것이깐요. 공간 개념에 포함되는거에요.
이 흙 작업도 퍼포먼스화 했던데요, 이를 통해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건 무엇인가요 ?
-사실 작업할 때 관객을 생각해야된다고 하쟎아요. 저는 생각하지 않고 해요. 개인적인 창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완성하고 어떻게 느껴라고 한다고 느껴지는건 아니쟎아요. 그이후에는 관객들에게 모두 맡겨요. 그건 강요할수 없는거니깐요. 관객들에게 보여준다는데에 의미를 두고 있어요.
그러고 보니 작업에 항상 작가의 몸이 들어가네요. 옷, 즉 천과 나의 몸, 흙과 발, 그리고 작년 청년작가협회 신입전에 전시한 큰 콜라쥬 작품에서도 작가 자신의 손가락과 발가락을 떠서 깨어 붙였쟎아요. 몸이 작업의 한 도구라고 할수 있겠네요.
-그게 불어로 하면, faire le corps avec le monde extérieur 라고 항상 이야기하는데요, 몸을 통해서 하나가 되는 시도를 하는거죠.
작업에서 몸이 도구가 되는 등, 몸을 항상 어필하고 있는듯 한데요, 이런 부분에 있어서 혹시 영향 받은 작가가 있나요 ?
-처음 영향을 받았던 작가는 오랑 orlan 이라는 작가의 젊었을 때의 작업 중에 ‘’mesurage측량’이 있는게 전 거기에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자기 몸으로 측량하는 작업을 한거에요.
그럼 몸이 측량 도구인 ‘자’가 되는거네요.
-어떻게 보면, 항상 몸이 ‘자’가 되었어요. 옛날에 우리나라에서 뭘 측정할때 발 몇보라고 했다고 하더라고요. 측정한다는 자체가 인간의 몸으로 세계와 맞닿는, 그러면서 보는 것이라고 할수 있쟎아요. 그런게 재미있었어요.
계획된 전시가 있나요 ?
-올 가을에 있을 재불 청년작가협회 정기전에 참여할 준비를 하고 있어요. 그 전시에는 흙을 파내고 그안에 발 넣고 뜬 작업을 전시할 계획이에요. 여름 방학 동안 집중적으로 그 작업만 할 작정이에요.
<파리광장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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