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리 피자(Napoli pizza) 제조법, 유네스코 무형유산 등재 (2017년)

이탈리아 나폴리의 피자 제조법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이 됐다. 마르티나 이탈리아 농림부 장관은 7일 제주도에서 열린 제12차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 간 위원회(무형유산위원회)에서 나폴리 피자 제조법의 인류무형유산 등재가 결정됐다고 밝혔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결정과 함께 이탈리아의 나폴리 피자(Napoli pizza)에 새삼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물론이고 한국 비롯한 아시아 전 세계 많은 국가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대표적인 대중 음식의 하나가 나폴리 피자이기 때문이다. 이런 음식이 문화적 다양성과 창의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보존해야 할 유산으로 지정했다는 점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나폴리 피자 제조법은1715-1725년 이탈리아 미항 나폴리에서 처음 고안된 것으로 추정된다. 공중에 반죽을 돌리는 현란한 솜씨, 여러 세대를 거쳐 이어져 내려온 피자를 만들면서 부르는 노래와 이야기 등이 어우러져 유서깊은 사회적 의식의 경지까지 이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여기에, 나폴리 피자로 인정받으려면 피자 베이스의 두께가 3㎜를 넘어서는 안되며, 참나무 장작으로 달군 돌 오븐에서 60∼90초 정도 구워야 하는 등의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나폴리 피자(Napoli pizza)의 무형문화 유산 등재,‘하층계급의 승리’로 평가

 « 나폴리 피자의 유네스코 등재는 많은 권리를 가지지 않았던 하층 계급의 희생과 생기, 상상에 대한 세계의 인정 » 이라고 마리노 니콜라(나폴리 수오르 오르솔라 베닌카사 대학 사회인류학 연구소)이라 평가한다. 그는 « 피자는 대중적이지만 저렴하고 민주적이면서 지속가능하다. 이것은 동시에 여러가지 일을 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나폴리와 같은 어려운 도시에서 살아남기위해 고안된 것이기 때문이다 » 라고 말했다.

이탈리아의 국가 정체성이 담긴 피자

나폴리 피자의 변종이라 할 수 있는 또 하나의‘국민 피자’로‘마르게리타(margherita pizza)’를 빼놓을 수 없다. 나폴리 피자의 한 종류인 마르게리타 피자(margherita pizza)는 1889년 만들어졌다. 사보이왕가의 움베르토 1세(Umberto I)와 마르게리타(Margherita) 왕비가 나폴리를 방문했을 때라고 한다. 왕비의 요청으로 당대 유명 피자 요리사(피자이올로)였던 라파엘로 에스포지토가 기존의 바질과 토마토소스에 모차렐라 치즈를 추가해 만든 것이다. 이 피자에서 초록색과 흰색, 빨간색으로 이뤄진 이탈리아 국기가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그만큼 나폴리피자와 이탈리아의 국가 정체성은 밀접한 상관 관계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할 수 있다.

유네스코가 주목한‘나폴리 피자(Napoli pizza)’는 무엇인가 ?

이탈리아는 지난해부터 나폴리 피자 제조법의 유네스코 무형유산 등재를 추진해왔다. 사실 이탈리아에 앞서 미국도‘미국식 피자의 제조법’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겠다고 발표했었다. 미국은 이탈리아식과 다른, 두툼하게 반죽을 만든 미국식 피자가‘피자의 세계화’를 이끌었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이번 등재 결정으로 이탈리아와 미국의 피자에 관한‘세계화 논쟁’은‘이탈리아의 완승’으로 마무리됐다.

역사 저널리스트 알레산드로 마르초 마뇨가 쓴 « 맛의 천재 » 에 따르면‘나폴리 피자’라는 이름이 등장하는 최초의 문서는 1570년 교황 피오 5세의 요리사 바르톨로메오 스카피가 출판한 요리책이라고 알려졌다. 이 책에는 « 여러 가지 식재료를 사용해서 만드는 둥근 빵, 즉 나폴리 사람들이 피자라고 부르는 것을 요리하기 위해서는 » 이라는 문장이 등장한다고 한다. 다만 당시의 나폴리 피자는 지금과 다른, 반죽에 견과류와 과일을 넣어 케이크 두께로 구워 만든 것이었다. 지금과 같은 형태의 나폴리 피자는, 앞서 언급했듯이 1715-1725년 처음 고안된 것으로 알려졌다. 나폴리 인근 베수비오 화산의 돌을 이용한 화덕이 만들어지면서 고온에서 얇은 피자를 빠르게 굽는 방법이 이탈리아 전역에 퍼졌다고 한다.

오늘날 이탈리아 농무부에서는 나폴리 피자를 보호하고 다른 패스트푸드피자와 차별화하기 위하여 지침을 마련하였다. 지침에는 피자의 크기, 화덕의 종류, 토마토 및 밀가루의 종류 등 8개항을 규정하였다. 이 지침을 따르는 음식점에는 정부에서 보증서를 발급한다. 농무부 지침에 맞는 피자는 우선 •촉감이 쫄깃하고 부드러우며 쉽게 접을 수 있어야 한다. •전기화덕은 금지되며, 장작화덕에서 구워야 한다. •온도는 485℃로 한다. •형태는 둥근 모양이어야 한다. •크러스트 반죽은 반드시 손으로 해야 한다. •크러스트 두께는 2cm 이하로 만들어야 한다. •피자의 가운데는 두께가 0.3cm를 넘어서는 안 된다. •토핑은 토마토소스와 치즈만 사용한다. 이탈리아 농무부에서는 또한 나폴리 피자의 종류도 마리나라·마르게리타·엑스트라 마르게리타 3가지로 제한한다. 마리나라는 마늘과 오레가노를 사용한 피자이다. 마르게리타는 아펜니노산맥 남쪽에서 생산하는 모차렐라치즈와 토마토소스를 사용하고 바질잎을 토핑한다. 엑스트라 마르게리타는 물소젖을 원유로 하여 만드는 남부 캄파니아산 모차렐라치즈와 토마토소스, 바질잎을 재료로 한다.

< 파리광장 / 현 경, dongsimijs@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