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땡큐 맘 지니의 단상> 폭력적이고 잔인한 영화, '존윅4'를 보며 '사랑'의 정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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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나는 2년차 주말부부다. 만 20년 동안 열번의 이사를 한만큼 변화도 많았지만 실과 바늘마냥 늘 같이 다니다가 21년째 접어드는 해에는 과감히 주말부부로 지내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애들도 없고 서로 다른 계획도 없고해서 뭘할까 한참 고민하다 몇 년만에 중년부부의 영화관 데이트를 계획해봤다. 선택에 장애가 생길 때, 가장 영향력 있는 결정 요소는 다수의 의견. 고민할 여지도 없이 박스 오피스 1위 영화로 결정하고 맨 뒷자리로 자리잡아 들어간 영화는 '존윅 4 '.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액션 영화라 공포와 잔인함에 지레 겁을 먹었지만 액션이 많고 사망자가 많을 따름이지 잔인함은 그나마 견딜만했다.
시종일관 총격전과 몸싸움이 전부인듯한 액션물이지만 그 이면에 대비적 효과로 두드러져보이는건 자유와 사랑에 대한 갈망이었다. 수십 수백명의 사람을 죽이는 암살자가 얻게 되는 이익 쟁탈이나 적과의 싸움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된 분노,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주고픈 소명감이 영화 속 바탕색 마냥 잔잔히 깔려져 있었다. 중국인 장님의 딸에 대한 사랑. 노바디와 강아지의 우정. 일본인 부녀간의 사랑. 아버지의 죽음을 복수하려는 패밀리 수장의 딸. 무엇보다 묘비명마저 'loving husband(다정한 남편)'로 적히고픈 존윅의 아내에 대한 사랑. 이전 시리즈를 보지 못했기에 중간중간 이해가 끊겨 검색 해보니 암살자 존윅은 투병중 이었던 아내를 만나 암살자의 생활을 접었고 아내가 끝내 떠난 후 선물로 남기고 간 강아지마저 적들에 의해 죽게 되자 복수극이 시작됐다고 한다. 인생 약방의 감초 같은 '사랑 '이라는 형상 없는 존재가 암살자를 건드렸다.
영화 속 이야기니 그럴 수 있다고도 하겠지만, 픽션은 늘상 있을 수 있는 이야기를 그려낸 것이기에 잔인무도한 암살자를 눈멀게한 곱디 고운 '사랑'의 정체는 뭘까 하는 생각에 잠시 멈췄다. 없어도 살 수 있을 것 같지만 없으면 못 사는 이 사랑이라는 보이지 않는 정서는 도대체 뭘까 ?
니체는 사랑이란 자기 자신을 훨씬 넘어서는 것에 대한 열망이고, 감각을 영적으로 만드는 것은 사랑의 위대한 성취이며 사랑은 결국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편안한 말로 바꾸면 '너 없인 난 못 살아. 난 너 때문에 힘들어도 견딜 수 있어. 넌 나의 존재의 이유야.' 라는 표현인듯하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인생의 여정에서 그나마 들이킬수 있도록 도와주는 약간은 달콤한 그 맛을 가진 그야말로 감초같은 역할이 사랑이다. 혼자서는 감당하지 못할 무게를 사랑으로 위로 받고 늘 가슴속에 사랑이라는 원자핵을 품고 살아가는건 꽁꽁 얼어붙은 영혼을 녹여 줄 수 있는 무한 에너지의 기원이다.그리고 사랑의 시작과 함께 맘 깊은 곳 어디에선가 무언의 약속들이 하나 둘씩 생명체처럼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지켜주고 싶은 약속. 함께 하겠다는 약속. 아껴주겠다는 약속 ......
하지만 그 약속들이 방해받고 훼손되는 순간 사랑의 아픔이 찾아든다.
존윅의 사랑도 아프다. 사랑하는 아내와 그녀의 선물인 강아지, 그리고 그녀와의 추억이 담긴 자동차마저 빼앗긴 아픔으로 모든 약속은 산산조각이 나고 그 아픔은 복수의 맘으로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존윅의 복수극의 마지막 배경은 파리다. 결투의 빛으로 여명을 물들이고, 동트기전 222개의 계단을 간신히 올라 사크레쾨르 성당에 다다른 후 마지막 결투를 벌인다. 새벽 노을에 비춰진 사랑의 그림자들이 벌이는 깊고 짙은 마지막 결투이다.
<땡큐맘 지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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