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큐 맘, 지니의 단상> 천둥 번개도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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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밤, 잠결에 뭔가 번쩍거림이 느껴졌다.
연이어 우르릉 쾅쾅대는 소리와 함께 세찬 빗줄기 소리가 들려왔다.
장마철이 시작이라는 일기예보가 잠결에 문득 떠올라 6월이라는 시기적 일치감을 스스로 수긍하며 다시 애써 잠을 불렀다.
장마 때마다 찾아오는 단골손님이려니 하는 안도감은 잠시, 나의 위안에 저항하며 자연의 위력을 과시라도 하고 싶었던걸까?
생각보다 오랫동안 이어지는 우뢰소리와 화난 듯 내리 붓는 빗소리는 밤의 어둠과 함께 나를 공포스럽게 만들었다.
사람인 나도 무서웠거늘 열 살된 강아지 또한 두려움에 안절부절이다.
녀석의 신체 진동이 내 발 밑에서 느껴지더니 금새 이리저리 내 품을 찾아 냉큼 달려든다.
넌 열살이나 되고도 천둥번개 같은 자연현상을 학습하질 못했냐고 타박했지만,
안스러운 맘이 더해 손을 뻗어 내 품 속에 꼭 안아줬다.
오늘 아침, 지난 밤의 전쟁 같은 하늘은 거짓말 같았다.
거세게 쏟아지던 빗줄기나 먹구름의 흔적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귀하디 귀한 순도높은 햇살과 바람만이 나를 반긴다.
마치 방금 세신을 하고 온 몸에 수분을 발산하며 걸어나오는 어린아이의 영롱한 기운 같은 아침이다.
두려움에 바들바들 떨던 강아지도 언제 그랬냐는듯 장난감을 물고와 내 앞에 떨어뜨리며 꼬리를 흔든다.
지난 밤의 두려움은 온데 간데 없고 오히려 청량한 대기가 선물처럼 따라온다.
모든 생각이 잠시 멈춰졌다. 정말 지난 밤 폭풍우는 거짓말일까?
아님 연신 쏟아지던 빗줄기와 강한 바람이 밤새 도시를 씻기고 흔적없이 홀연히 떠나 버린 걸까?
천둥번개는 대기를 씻었고 신선한 대기는 나를 씻어낸다.
이토록 아름답고 신선한 아침을 맞게해 준 천둥번개가 감사한 아침이다.
돌이켜보니 태풍이 지난 후, 드없이 높았던 하늘과 빛나던 초록이 눈부시기까지 했던 기억들이 하나씩 떠오른다.
말 없는 자연은 진실을 얘기한다. 폭풍우가 개인 후 맑은 하늘을, 여태 만나지 못했던 투명한 진실을
만나기 위해선 어김없이 계절처럼 찾아드는 폭풍의 공포와 역경을 겪어내는 아픔을 겪어야함을…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로서 인간은 스스로를 자연으로부터 분리시킴으로써 자연을 이기며 군림해왔다고 착각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말없이 의연한 자연은 큰 뜻으로 내게 이야기한다.
인간은 자연의 섭리와 이치, 자연의 원리라는 과학 속에 살아가는 자연의 일부임을...
간밤의 천둥번개가 없었다면 잡티 하나 없는 투명한 이 아침은 내게 없었을 것이다.
간밤의 두려움과 불안을 겪은 후에야 오늘의 신선한 아침이 찾아 온다는 진실이 더 없이 소중한 아침이다.
<땡큐 맘, 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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