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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형 작가, <나는 왜 파리를 사랑하는가> 연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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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아름다운 야외 예술품들 (1) 


본지는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이재형 작가의 프랑스 르퓌 산티아고 순례길 연재를 지난 주까지 

13회에 걸쳐 게재하면서 마쳤습니다. 이번 주부터는 이재형 작가의 저서, 

(<나는 왜 파리를 사랑하는가> 2022년 디이니셔티브 출판)를 연재합니다. 

 이 모든 것을 허락해 주신 이재형 작가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1. 아리스티드 마이욜(Aristide Maillol, 1861-1944)

 루브르 미술관과 튈르리 공원 사이에 카루젤 개선문이 있고, 이 작은 개선문을 같은 이름의 공원이 좌우에서 둘러싸고 있다. 이 공원을 천천히 걷다보면 루벤스나 르누아르, 보테로의 관능적이고 풍만한 여성 누드 작품을 연상시키는 열아홉 점의 청동 조각들이 덤불숲 사이 여기저기에 눕거나 앉거나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카르포와 로댕, 브루델에 이어 프랑스 조각을 대표하는 조각가 아리스티드 마이욜의 작품들이다.

 마흔이라는 늦은 나이에 조각의 세계에 입문한 마이욜은 회화의 세잔이 그랬듯 조각의 영역에서 19세기의 묘사적 예술과 완전히 결별하고 20세기의 추상 예술로 가는 길을 열었다.

 나는 이 열아홉 점의 작품 중에서도 특히 로댕이 조각한 <생각하는 사람>의 여성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지중해>를 좋아한다. 한 여성이 깊은 생각에 잠겨있다. 왼손 팔꿈치는 굽힌 무릎에 괴고, 왼손은 머리에 갖다 대고 있으며, 오른손으로는 바닥을 받치고 있다. 이 작품의 원래 제목은 <쭈그리고 앉아 있는 젊은 여성>이었다. 그런데 마이욜의 말에 따르면 “어느 날 햇빛이 환하게 비치자 이 작품이 마치 살아 있는 듯 눈부시게 빛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이 작품에 “지중해”라는 제목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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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티드 마이욜의 <지중해 (La Méditerranée)> 


 작가 앙드레 지드는 1905년 가을 살롱전에 전시되어 일대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킨 <지중해>를 보고 이렇게 말한다.

 “이 작품은 아름답다. 이 작품은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는다. 이것은 침묵하는 작품이다.

 <지중해>는 로댕이 대표하는 19세기의 “몸짓하는 조각”(쥐디트 클라델)과 완전히 결별한다. 감정을 과장되게 표현하지도 않는다. 근육이 툭툭 튀어나와 있지도 않다. 마이욜의 이 작품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그 정적인 고요함과 단순함, 충만함이다. 깊은 생각에 빠져있는 이 여성의 아름다움은 그녀의 내면에서 풍겨 나온다. 이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서 문학적, 신화적, 종교적 지식은 필요하지 않다. 이 작품은 그냥 그 자체로 시공을 초월하여 영원히 살아 있는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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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L'Air>

이 카르셀 정원-야외 미술관에는 이 작품 말고도 <>, <여름>, <미의 3여신>, <플로라>, <포모나>, <길게 누워 있는 처녀>, <님프>, <풀어 헤쳐진 드레스 차림의 욕녀>, <억압받는 투쟁><(생애의 대부분을 감옥에 갇혀 있어서 “갇혀 있는 자”라고 불렸던 프랑스의 사회주의 혁명가 오귀스트 블랑키에게 헌정된 작품), <>, <공기>(우편비행기조종사들에게 바쳐진 작품), <>(한 여성이 뒤로 넘어진 채 앞에서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에 날아가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이것은 전운이 감도는 불안한 시대적 분위기에 대한 비유다) 등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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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La montag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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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님프, Les trois Grâces>

이 중의 많은 작품은 마이욜이 73세 때인 1934년에 알게 된 디나비에르니(당시 15)라는 여성이 모델이다. 그녀는 마이욜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10년 동안 그의 뮤즈이자 협력자였다. 그녀는 마이욜이 죽고 나자 그의 작품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 1964년 당시 문화부장관이었던 앙드레 말로의 결정에 따라 이 열아홉 점의 작품을 카루셀 공원에 설치하였다

또 그녀는 1995년 파리에 마이욜 미술관(61, rue de grenelle, paris)을 설립하였다.

 

 2. 다니엘 뷔랑(Daniel Buren, 1938 - ), (보통 "뷔랑의 기둥"이라고 불린다), 팔레 르와얄 궁.

 루브르 미술관 근처에 있는 팔레 르와얄 궁 안뜰 3,000m2를 차지하고 있는 작품.

 검은색 줄무늬가 들어가 있으며 크기가 다른 흰색 대리석 기둥 260개로 이루어져 있다. 두 개의 층으로 되어 있는데, 한 층은 안뜰에 있고 또 한 층은 지하에 있다. 원래는 지하층에 물을 채워 기둥이 물 속에 반사되도록 하려고 했으나 실현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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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뷔랑의 뷔랑의 기둥 

  이 작품은 설치되기 전부터 큰 논쟁을 불러 일으켰고, 공사를 중단시켜 달라는 청원서가 돌기도 했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 작품을 설치할 경우 17세기부터 오를레왕 왕가의 거처였던 팔레 르와얄 궁이 훼손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이 작품을 주문한 프랑스 문화부 측에서는 이 작품이 완성되기도 전에 철거를 검토하기까지 했다. 결국 작가는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우여곡절 끝에 작품은 설치되었다. 

 그러나 2,000년에 이 작품은 거의 폐허에 가까울 정도로 황폐화되었고, 어떤 사람들은 문화부 관료들이 일부러 이 작품을 철거하기 위해 이 작품을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다시 논쟁이 벌어졌고, 이 작품은 완전히 보수되어 2010년 다시 설치되었다

 

<이재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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