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프랑스 분류

프랑스 의회, 극우정당까지 지지한 ‘이민 억제 법안’ 통과

작성자 정보

  • 최고관리자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2a7a4059f0e69d25a5665c5f2a867eb2_1703532870_6289.jpg
 

프랑스 국회가 길고 어려운 논의 끝에 지난19(현지시각) 이민법안의 강화된 버전을 결국 채택했다AFP 통신을 포함한 다수의 언론매체가 일제히 보도했다. 이민 문턱을 보다 높이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의 규제를 강화한 이민 억제 법안을 통과시킨 것으로, 이는 앞으로 무거운 정치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극우정당까지도 지지한 이 법안은 반 난민 정서 확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극우정당은 “우리의 이념적 승리” 라고 주장하며 반기는 분위기다.

논란의 중심에 선 이민 억제 법안의 골자는 「한차례 씩 발급되는 1년간의 거주 허가증이다. 이를 위해 적어도 프랑스에서 최소 3년 동안 거주하고 최근 24개월 중 최소 12개월 동안 임금을 받고 활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민법 개정안에 담긴 새로운 규제

지난 19(현지 시각) 프랑스 상하원은 이민자에 대한 복지를 줄이고, 추방을 더 쉽게 하며, 고된 노동을 하는 외국인에게 체류 허가를 내주는 것이 핵심 내용인 이민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민자 규제를 한층 구체적으로 강화한 이 새 법안은, 정부가 지난 11일 의회에 제출한 이민법 개정안이 하원에서 심의도 거치지 않은 채 거부당한 이후, 합동위원회를 구성해 성사시킨 것이다. 이는 유럽의회 선거를 6개월 앞두고 유럽 우파들의 이주민 규제 움직임이 강화되는 가운데 이루어져 그 여파가 상당할 것으로 짐작된다.

개정안을 살펴보면, 유럽연합 회원국 출신이 아닌 이주민이 주택·아동 수당 등의 복지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실업자의 경우 프랑스에서 5년을 거주해야 하며, 일을 하는 이들은 3개월을 거주하도록 규정했다. 이와 함께 이민자 할당제를 도입하고, 성년이 되면 프랑스 국적을 자동 취득하던 이민자 자녀들에 대해 16~18살에 국적 취득을 신청하도록 했다.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프랑스 태생 외국 국적자는 국적 취득이 금지되고, 경찰 등을 살해해 유죄 판결을 받은 이중 국적자의 프랑스 국적 박탈도 허용된다. 개정안은 또 환경미화원 등 인력 부족 업종에 종사하는 외국인에게 1년짜리 거주 허가를 발급하기로 했다. 발급 조건은 3년 이상 프랑스 거주, 최근 2년 중 1년 이상 취업 등으로 제한했다. 거주 허가는 2026년말까지 한해 7~1만명 정도에게 발급될 예정이다. 또한, 체류증이 없는 이들을  위해 제공되는 국가 의료지원(AME) 서비스도 2024년 초 대폭 개혁 될 전망이다.

이런 내용은 상원에서 찬성 214, 반대 114표로 가결된 뒤 하원에서 찬성 349, 반대 186표로 지난 19일 통과됐다.

중도 성향의 엠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내년 6월 초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극우 세력의 이민자 규제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이민법 개정안을 내놓았으나, 의회에서 극우의 요구가 대폭 반영되면서 정치적 타격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이민법 개정안에 반대하던 극우정당인 국민연합은 상하원이 마련한 이번 개정안에 대한 찬성을 전격 선언했고, 마린 르펜은 이 개정안이 국민연합의 “위대한 이념적 승리”라고 자축했다. 르펜의 이러한 태도 변화는 이 법안이 유럽의회 선거 등에서 정치적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각 언론 매체들은 분석했다.

국민연합이 지지를 선언하자 좌파는 물론 여당인 ‘르네상스’ 내 좌파 세력도 반발했다. 오렐리엥 루소(Aurélien Rousseau) 보건부 장관은 의회 표결 전 사퇴 의사를 밝혔고, 여당 소속 의원 20명은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졌다. 좌파 정당들은 이 개정안이 국가적 수치라고 비판했다. 사회당, 녹색당 등 좌파 대표의원들은 정부가 극우 이념 법안을 반영한 것에 대해 “수치와 배신감"을 느낀다고 성토했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Amnesty International) 등 인권 단체들도 이 법안이 망명자들의 권리를 크게 위협하고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유럽에서는 내년 이후 선거를 의식한 우파 정당들의 이민자 규제 강화 움직임이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영국 정부는 망명 신청자를 아프리카 르완다로 보내 심사를 받게 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고, 독일의 보수 야당도 비슷한 조치를 추진할 뜻을 밝혔다. 유럽연합(EU)도 망명 심사 탈락자를 제3국으로 보내는 문제에 대해 회원국의 재량권을 확대하는 법안 제정을 논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앰네스티, 세이브더칠드런 (Save the Children) 57개 인권 단체들은 18일 공개 편지를 통해 유럽 지도자들에게 이주민 보호 강화 조치를 촉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엠마뉘엘 마크롱 (Emmanuel Macron) 대통령은 이민법이 국회에서 채택된 다음날 안느-엘리자베스 르므앤(Anne-Élisabeth Lemoine)이 진행하는 france5의 방송 'C à vous'에 출연하여, “이번 이민법은 (오히려) 국민 연합(Rassemblement national)의 패배로 간주된다”고 역설했다. 국가 수장은 “국민 연합은 사람들의 두려움에 기반을 둔다. 하지만,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라며, "나는 국민 연합에 반대되는 프로젝트를 주장한다."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국민 연합과 그 생각이 실현되지 않기를 원한다면, 그것을 뒷받침하는 (실질적인) 문제들을 다루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프랑스에는 「이민 문제」가 실제로 있고 사회,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극우파가 반복하는 것처럼 이민으로 인해 (그런 문제들이) 「너무 심각하게 부정적으로 프랑스를 압도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로 풀이된다.


<파리광장/ 현 경 dongsimjeong@gmail.com>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