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아트 캐피털 파리(Art Capital Paris)-자유설치 그룹의 김상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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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와 문화예술애호가들이 한자리에
자유설치 그룹의 김상란 작가
2024년 아트 캐피털(Art Capital)이 지난 2월 13일(화)부터 18일(일)까지(현지시각) 파리 샹 드 마르스(Champ de Mars)에 위치한 임시 그랑팔레(그랑팔레 에페메르 ,Grand Palais Ephèmère)에서 개최됐다. 2006년부터 시작된 아트 캐피털은 파리 그랑팔레에서 해마다 개최되는 대표적인 아트페어(Art Fair 미술시장)중 하나다. 이 행사는 지난 18년 동안 세계의 예술가, 갤러리스트, 미술 전문가, 미술 애호가 및 관련기관 등 모두를 파리로 이끌며, 매년 약 40,000명의 방문객이 찾는 미술 박람회로서 동시대 미술계의 핵심 행사로 성공적인 자리 매김을 했다는 평가다.
2024 아트 캐피털 파리(Art Capital Paris)에서
해마다 2,000여명의 예술가(화가, 조각가, 조각가, 사진작가, 시각 예술가, 건축가 등)들이 참여하는 파리 아트 캐피털은 현대 예술 애호가를 비롯해 일반 대중 모두를 위한 유서 깊은4개의 박람회로 구성된다: 살롱 콩파레죵(Salon Comparaisons,1956-), 프랑스 예술가 살롱(Salon Des Artistes français,1881-), 데생화 수채화 살롱(Salon Dessin & Peinture à l’Eau,1954-), 앙데팡당 살롱(Salon des Artistes indépendants,1884-).
특히, 서른 한 개의 예술가 그룹으로 이루어진 살롱 콩파레종 박람회에는 올해도 어김없이 많은 한국작가들(한국, 재외, 재불 한인 작가)이 초대되어 동시대 예술의 경향을 (재)발견하고 직(간)접 소통하며 경험을 나눌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마련됐다.
▶자유설치(Groupe Installations libres)그룹 전(展) 큐레이팅 작가 김상란(KIM, Sang-Lan).
이번 살롱 콩파레종(Salon Comparaisons,1956-)박람회의 ‘자유설치(Groupe Installations libres)’ 그룹 전(展)에는 열 두명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이 전시는 전통과 현대 사이에서 끊임없는 예술적 실천과 도전 새로운 가능성을 탐험하는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여 많은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전시는 조형 매듭의 대가이자 설치예술가인 김상란 작가가 총괄기획자로 참여해 그의 노련미와 경험을 여실히 반영했다. 실제로, 김상란 작가는 지난 십 수년 간 이 전시의 작가 선정 및 전시기획을 도맡아온 인물로, 그 업적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지난 1988년 살롱 콩파레종과의 첫 인연을 시작으로, 그는 자유설치 미술분야 큐레이팅을 맡음과 동시에 본인 역시 매년 작품을 출품해 왔다. 대학에서 섬유공예를 전공한 김상란 작가는 한국 전통 지승*기법과 현대적 조형 기법을 조화롭게 결합한 한지 작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는 전통의 가치를 존중하면서 현대적인 표현을 통해, 전통의 현대화에 기여해 온 조형예술가다.
(*지승 기법: 조선 시대 특유의 공예기법으로, 한지를 좁다랗고 길게 잘라서 손으로 비벼 꼬아 노끈을 만들고 이를 엮어 작품을 만드는 방식이다. 조선시대에는 이 기법으로 다양한 생활용품을 만들었다)
한지와 묵향(墨香), 은은함을 넘어선 고요함의 폭발
김상란 작가가 총괄기획한 자유설치(Installations libres) 그룹전은 가장 한국적인 재료 중 하나인 전통 한지를 이용한 설치작품들이 소개되며 매년 눈길을 끈다. 올해 전시에는 김상란(KIM, Sang-Lan) 작가의 한지를 이용한 추상 설치작품 « 검은 사막 Désert noir »뿐만 아니라, 다른 한국 작가 이현정(LEE, Hyun Joung)의 한지 설치 작품 ‘침묵(Silence)’이 방문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전시장 천정에서부터 길게 늘어진 두툼한 한지 위에 세필 드로잉으로 빼곡하게 파도를 모티브 삼아 메워진 화면은, 한 눈에도 이현정 작가의 엄청난 작업량과 작품에 쏟아 부은 에너지, 그리고 지나온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하는 ‘노동 집약적’인 작품이었다.
이현정(LEE, Hyun Joung)작가의 한지 설치 작품 <침묵 Silence>
작가의 ‘육체적 노동’, 그 자체가 고스란히 ‘예술’이 되어버린 작품은 그 존재감만으로 주변을 압도하는 힘이 있다. 작업을 위해 헌신한 작가의 노력과 에너지, 그가 바친 모든 열정적인 시간이, 보통 우리가 작품 앞에서 쉽게 지나쳐 버리거나 생각지 못한 모든 추상적인 개념들을 ‘구체화’하고 ‘실체화’시키기 때문이다. 이현정의 ‘침묵(Silence)’은 그의 모든 열정이 마치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들며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 검은 사막Désert noir », 김상란(KIM, Sang-Lan) 작
김상란(KIM, Sang-Lan) 작가의 추상 설치작품 « Désert noir »은 그의 인연 재료인 한지와 전통 공예 기법인 줌치**에 기반한다. 검정색과 한지만을 사용해 작업해온 작품 « Désert noir »시리즈는 매번 강렬함 속에 신비로운 처연함이 느껴진다. 많은 작품들 속에서도 특히 ‘묵묵히 전시장 한 켠을 지키고 있는’ 작품 « 검은 사막Désert noir »는 짙은 묵향과 ‘강렬한 에너지’를 풍기며 ‘먼 발치에서도 한 눈에도 김상란 작가의 작품임을 알아보게 했다. 마치 검정 종이를 반으로 접어 어긋난 형상을 가진 입체적인 작품 외곽과, 접다가 갈라진 중앙의 틈을 꾸깃꾸깃한 종이로 무심하게 덧대었지만, 틈새로 삐쭉삐쭉 나온 녹슨 철사(사실은 ‘붉은 실’이다)같은 이미지는 마치 저 깊은 땅 속의 ‘뜨거운 무엇인가가 솟구쳐올라 곧 아래로 흘러내릴 것’임을 예견하는 듯했다. 그 아래 설치된 둥글고 까만 자리(캔버스)와 그 위에 툭 놓인, 구겨진 종이 뭉치(‘기도하는 사람’), 웅크린듯한 모습의 형상은 바로 이 예견을, 작품에 깃든 모든 세계를 함축하는 듯한 느낌이다. 김상란 작가의 작품은 언제나 감상자로 하여금 상상의 나래를 무한히 펼칠 수 있도록 자극하는 ‘은유적’인 매력이 있다.
(**줌치 기법: 공예기법의 하나. 두 겹의 한지를 물만으로 붙이는 방법으로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밀착시키고 주물러 아주 강하게 만드는 기법이다. 닥종이로 만든 한지를 몇 시간 동안 물속에 담가 주무르고 치고 두들기다 보면 닥의 섬유질이 아름다워지고 광목처럼 질긴 성질이 생긴다. 이런 식으로 여러 장의 한지를 겹치게 되면 가죽만큼 질겨진다.)
« 검은 사막 Désert noir »의 김상란 작가
<김상란 작가와의 인터뷰>
(Q)이번에 출품하신 작품은 어떤 작품인가요 ?
“« Désert noir »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한국에는 사계절이 있잖아요. 제가 삼십세가 다 되어 유럽에 도착해서 공부하고 논문을 써야 했는데 주제가 사막이었어요. 사막이 한국에는 없잖아요. 그래서 ‘사막이 뭔가… 한번 경험해 봐야겠다’해서 혼자 사하라를 갔어요. 거기서 받은 그 충격, 그것이 자연스럽게 작업과 연결이 된 것입니다. ‘Désert noir’라는 작품을 시작하게 된 것은 10여년 정도 된 것 같아요. 그 전에는 흰색도 썼었고, 매듭 작업을 할 때는 다양한 색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는데, 한지를 다룰 때는 자연스러운 색, 무채색, 검정색 위주로 작업합니다. 특히, 입체작업에서 형상에 조금 더 집중하기 위해서 자연스러운 무색, 검정색을 기반으로 계속 새롭게 작업하는 중입니다.
(Q) « ‘검은’사막 »이란 제목이 시적이기도 하고 매우 은유적입니다. 왜 검정색을 사용하셨나요?
“글쎄…어떤 사람들에게는 검정색이라는게 부정적일 수도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한지에 검정이라는 색감이 저를 차분하게 해줍니다”.
(Q) 다 검은 색인데 작품 중앙에 보일 듯 말 듯한 ‘붉은 색 실’이 묘하고 매우 인상적입니다. 어떤 의미가 있나요?
”한마디로 저의 역사라고 할 수 있어요. 제가 대학 때 섬유예술을 전공했거든요. 그래서, 실에 대한 애착이 있어요. 처음 미술을 시작할 때, 미술 세계에 발을 들여 놓은 게 섬유 예술이었으니까, 실과 함께 하면 나의 정체성 한국의 정체성, 이런 부분과 연관이 되기도 하고, 결국 나와 연관된 이런 것들을 한 번에 딱 잘라버리거나 그럴 수는 없는 거잖아요“.
(Q)평생 설치 작품을 주로 하셨습니다. 작업의 원동력과 에너지는 어디서 나올까요?
“나는 늘 ‘두 장의 한 지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냐’에서 숙제(작업)를 풀어가요. 왜 두 장이냐면, 한국의 전통 공예기법 중에 ‘줌치’를 이용해 작업하는 거예요. 그래서, 내 작업의 기본은 ‘두 장의 한지’와 저의 ‘손 작업’에서 나온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오늘 출품한 작품 속 ‘기도하는 사람’도 이렇게 만들어진 거예요. 내 예술은 삶의 원동력이고 삶 그 자체가 작업을 하는 원동력입니다. 나는 자유로워지고 싶었어요. 어딘가 세속적인 것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작업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설치 작업을 선택했고, 설치는 나에게 자유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어요. 더 자유롭게, 그래서 ‘설치는 나에게 자유다’. 살다 보면 행운이라는 것이 있고 그 안에서 만남도 있습니다. 이런 행운과 만남의 과정 속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노력하면서 지금까지 모든 일을 해올 수 있었습니다”.
<파리광장/ 현 경 dongsimjeong@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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