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형 작가 <프로방스 여행> 연재(26)-마티스가 설계한 로사리오 예배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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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광장은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이재형 작가의 프랑스 르퓌 산티아고 순례길 저서
<프랑스를 걷다>와 <나는 왜 파리를 사랑하는가>연재 이후,
<프로방스 여행-내 삶이 가장 빛나는 순간으로>연재합니다.
연재를 허락해 주신 이재형 작가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1941년 큰 수술을 받았던 마티스는 한 젊은 간호사(1942년에서 1943년까지 그의 모델이기도 했던 이 간호사는 그 뒤에 방스에 있는 도미니크 수도회 수녀원의 수녀가 되었다)의 극진한 간호를 받고 회복되었다. 그는 1943년 당시 니스의 레지나 호텔에 살고 있었는데 니스에 대해 일어날지도 모를 폭격을 피해 방스(Vence)의 르 레브 빌라로 거처를 옮겨 1948년까지 머물렀다. 마티스는 빌라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던 도미니크 수도회 수녀원에 들렀다가 우연히 자크 마리 수녀를 만났다. 그는 마티스에게 수녀들이 방스에 예배당을 짓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로사리오 예배당 내부
수녀원장은 마티스에게 레씨귀에르 신부를 조언자로 추천했다. 현대 예술에 관심이 많았고 마티스가 종교예술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 이 수련 수도사는 스테인드글라스뿐만 아니라 예배당 전체를 장식해 달라고 마티스를 설득했다. 건축가 오귀스트 프레와 스테인드글라스 예술가 폴 보니도 참여한 이 예배당 공사는 1949년 12월 12일 시작되어 초석이 놓였고, 1951년 6월 25일 완공되어 레몽 주교의 축성을 받았다. 레몽 주교는 아파서 준공식에 참석하지 못한 마티스를 대신하여 그의 편지를 읽었다.
“저는 지난 4년 동안 온 힘을 다해 오직 이 작품에만 매달렸습니다. 이 작품은 제 예술 활동의 결과물입니다. 저는 이 예배당이 비록 불완전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저의 걸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로사리오 예배당(Chapelle du Rosaire)의 내진(內陣)은 서쪽 방향이며, 가로 회랑 교차부에는 성직자석과 신자석 사이의 중축(中軸)에 따라 대각선으로 배치된 주 제단이 자리 잡고 있다. 북쪽에서는 가로 회랑이 거의 눈에 띄지 않지만, 남쪽에서는 가로 회랑에 수녀들의 좌석이 설치되어 있어서 눈에 잘 띈다. 남쪽에는 고해실과 작은 종루의 원기둥형 기초 부분이 있다. 철근 콘크리트로 지어졌고 둥근 기와지붕으로 덮여 있는 예배당은 빛(마티스는 이 예배당을 짓기 시작하면서 빛을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영적인 것으로 여기기 시작했다)의 효과로 내부 공간이 넓어 보인다는 특징이 있다.
로사리오 예배당 입구
마티스는 처음에는 스테인드글라스를 종교적인 소재로 장식하려고 했으나 곧 이 같은 생각을 버리고 식물적인 소재를 선택하여 선과 색을 자유롭게 사용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설계 초안에 들어있던 많은 요소들, 특히 그가 직접 디자인했던 문화적 기물들을 하나씩 버렸다. 이렇게 해서 동상들과 성모 마리아 제단, 영성체를 하는 테이블, 파이프 오르간 상자, 바닥 장식이 사라지고 오직 제단과 신자석만 설치되었다. 많은 공간이 확보되면서 마침내 스테인드글라스가 자유롭게 빛의 놀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푸른색과 초록색, 노란색 스테인드글라스는 〈천지창조〉에 묘사된 것처럼 빛에 의해 생생하게 살아나는 원초적 공간(하늘과 땅)을 상징한다.
마티스는 백지 상태로 남아 있는 동쪽과 북쪽 벽에 흰색 사기 타일을 붙인 다음 검은색 선으로 〈도미니크 성인과 아기 예수와 성모 마리아〉, 〈십자가의 길〉을 그렸다. 극도로 간결하고 순수한 이 3점의 작품은 햇빛이 스테인드글라스를 비추면 꼭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로사리오 예배당 내부
반면에 서쪽과 남쪽 벽은 완전히 스테인드글라스로 덮여 있다. ‘생명의 나무’라고 불리는 서쪽의 이중 스테인드글라스에는 자유롭게 배열되어 꼭 허공에 매달린 벽지처럼 보이는 식물적 소재들이 그려져 있다. 남쪽 벽에 붙어 있는 15점의 작은 스테인드글라스에는 지중해 선인장의 잎들을 그렸는데, 중간에 있는 공간들이 이 소재의 전체적인 리듬과 섞일 수 있도록 교대로 배치되어 있다. 성직자석 뒤에는 9개가, 중앙 홀에는 6개가 모여 있는 이 좁고 길쭉한 스테인드글라스는 수직적인 움직임을 잘 보여준다.
이 예배당은 찻길에 바짝 붙어 있어서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다행히도 흰색과 푸른색 기와를 얹은 지붕과 13m 높이의 십자가로 이 건물이 로사리오 예배당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배당 안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아쉽게도 책에는 내부 사진을 싣지 못했다.
L400번 버스는 생폴드방스를 거쳐 방스까지 간다. 방스에서 로사리오 예배당까지는 걸어서 20분 가량 걸린다.
<이재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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