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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강, 2024 노벨 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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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문학상은 누구에게, 왜, 어떻게, 수여되나?

비서구권(non occidentale)작품의 공인

프랑스 언론들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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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파리에서 가진 프랑스 독자와의 만남 및 사인회에서 한강 작가 


작품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로 국제 문학계에서 인정 받은 한국 작가 한강의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지난 10월 10일(현지시각) 스웨덴 노벨위원회는 수상 선정 이유에 대해 "역사의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생명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작품"이라고 밝혔다. 노벨 위원회 의장 안데르스 올손(Anders Olsson)은 언론을 통해 이 소설가가 "신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의 관계에 대한 독특한 의식을 지닌 작가"라고 평가하며, 그의 "시적이고 실험적인 문체가 현대 산문에서 혁신적"이라고 강조했다.


1901년부터 현재까지 12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노벨 문학상은 여전히 가장 권위 있고 국제적인 문학상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 상은 작가들의 작품을 기리고 그들을 세계 문학 유산의 상징적인 '판테온(Panthéon)'에 올려 놓는다. 이런 맥락에서 오늘날 노벨 문학상의 후보 발표는 하나의 ‘중요한 문화적 사건’으로 자리잡았다. 이 상은 동시대의 흐름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문학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그 역할의 변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장이기도 한 것이다.


노벨 문학상은 누구에게, 왜, 어떻게, 수여되나?

잘 알려져 있듯이, 매년 노벨 문학상의 수상자를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비밀에 싸여 있는 심사 과정은 이 상의 ‘신비함’을 유지하는데 톡톡히 기여하고, 노벨 문학상을 둘러싼 신화를 더욱 강화한다. 

이에 대해, 즉 수상자를 조금이라도 예측해 보려면, 프랑스 사회학자 지젤 사피로(Gisèle Sapiro : ‘세계적인 작가란 무엇인가?’ (Qu’est-ce qu’un auteur mondial?, Ehess, Gallimard, Seuil, 2024)의 저자)는 작품의 ‘접근성’에 주목할 것을 제안한다. ‘접근성’이란, 작품이 특히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같은 '중심' 언어(les langues dites centrales)로 번역되어 있느냐를 의미한다. 


이러한 중심 언어로 번역된 작품은 국제적으로 얼마나 널리 읽히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노벨 문학상 수상 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로 간주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14년, 일간지 르몽드(Le Monde)는 평균적인 노벨 문학상 수상자의 전형(un portrait-robot du Nobel moyen)을 묘사했다. 이에 따르면, 주로 백인, 유럽인, 프랑스어나 영어권 남성이라는 특징이 있었다. 이 상이 창설된 1901년 이후 지금까지 여성 수상자는 17명에 불과하다. (2022년 마지막 여성 수상자 아니 에르노(Annie Ernaux)).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여성 수상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00년 이후로는 수상자 24명 중 8명이 여성으로, 3분의 1을 차지한다.


1901년부터 노벨 문학상은 알프레드 노벨(Alfred Nobel)의 유언에 따라 "강력한 이상을 보여주는" 작가를 기리며 문학적 성취를 인정해왔다. 2023년에는 "형언할 수 없는 것에 목소리를 부여하는 혁신적인 작품과 산문"으로 찬사를 받은 노르웨이 작가 요안 포세(Jon Fosse)가, 2022년에는 "개인 기억의 집단적 뿌리와 단절을 탐구한 용기와 날카로운 통찰"로 인정받은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Annie Ernaux)가 노벨 문학상을 거머쥐었다.


2024년 노벨 문학상은 한국 작가 한강에게 돌아갔다.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역사적인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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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은 1970년 광주에서 태어났다. 소설가 한승원의 딸로 23세에 잡지 ‘문학과 사회’에 시를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했고, 2년 후 첫 단편 소설을 출간했다. 올해 53세로 단편소설, 소설, 시를 쓰며, <채식주의자>를 포함한 여러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한강 작가는 2016년 <채식주의자>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하게 되면서 국제적으로 알려지게 된다.

2023년에는 <작별하지 않는다(Impossibles adieux (Grasset)>’로 프랑스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 외국 문학상(lauréat du prix Médicis de littérature étrangère)을 받았고, 2024년 같은 작품으로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prix Émile-Guimet de littérature asiatique)을 수상했으며, 이외에도 소설 여섯 편이 프랑스어로 번역되었다.


앞서 많은 전문가들과 마찬가지로 사회학자 지젤 사피로 역시 이번 한강의 수상에 대해 "아시아와 여성 작가들에 대한 균형(재조정)을 맞춘 현명한 선택"이라 강조하며, "그는 국제적으로 이미 인정받은 작가로, 매우 큰 가시성을 가지고 있으며, 아마도 이번 수상으로 2022년 수상자 아니 에르노의 경우처럼, 새로운 다양한 언어로 번역될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비서구권(non occidentale)작품의 공인

한강의 이번 노벨 문학상 수상은 비서구권 문학의 중요성을 재조명한 상징적인 순간이라 할 수 있다. 스웨덴 아카데미는 항상 문학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해왔다. 이 과정 속에서 지난 2021년부터 아카데미 위원들이 직접 읽지 못하는 언어의 문학작품에 대해서도 더 체계적으로 자문을 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물론 원어로 읽는 것과는 전혀 다르지만 중요한 진전"이라고 스웨덴 공영 라디오의 문학 기자 리나 칼름테그(Lina Kalmteg)는 설명했다. 그는 또 "수상 후보 작가들이 스웨덴어로 번역되지 않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덧붙였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한강의 수상은 비서구권 문학,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작가들에 대한 관심과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변화의 출발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 유력 매체들, « 예상 밖의 결과 », « 한국 문화의 세계적인 영향력 입증 »

프랑스 유력 매체들은 ‘이번 수상 결과가 예상 밖이었다’는 놀라움을 표하면서도, 인간 본질에 대한 심도 있는 통찰을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낸 한강의 독창성을 각자의 시각에서 평가했다. 동시에, 이번 수상은 ‘한국 문화의 세계적인 영향력을 다시 한번 입증한 역사적 사건’으로 보도했다.


르피가로(Le Figaro), 르몽드(Le Monde), 리베라시옹(Libération), 라크루아(La Croix) 등 프랑스 주요 일간지들은 그의 작품에서 깊이 다루고 있는 ‘역사적 트라우마와 인간 존재의 취약성’에 대해 강조했다.


르몽드는 특히 소설가의 작품을 상기하면서, 한강의 대표작인 <채식주의자(2007년)>는 그를 국제적으로 알린 작품으로, "개인의 선택과 그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심도 있게 탐구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또 최근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는 이러한 주제를 더욱 발전시켜, 민감하고 복잡한 인간 경험을 다루는 작품으로, 한강만의 독창적인 스타일과 깊은 통찰력이 돋보인다고 언급했다.


허핑턴포스트(The Huffington Post)는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인 한강에 대해 알고 싶다면 먼저 <채식주의자>를 읽어 볼 것을 추천했다.

프랑스 엥포(France Info)는 한강은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문제에 헌신하는 예술가"로, 그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대통령이었던 박근혜를 비판한 남한의 문화 예술계 인사 약 1만 명을 대상으로 작성된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인물 중 한 명이었다는 것을 언급했다. 당시 권력에 가까운 여러 인사들이 이들을 공공 지원과 민간 자금에서 배제하고, 감시하려 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사건임을 알렸다.


시사 주간지, 르푸엥(Le Point)은 수상자 한강에 대해 소개하며, "한강의 작품은 동양적 사상과 밀접하게 연관된 정신적 고통과 신체적 고통 간의 긴밀한 연관성을 통해 이중적으로 고통을 드러내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한강의 단편소설 ‘유로파’의 한 단락을 소개하기도 했다.


르피가로(Le Figaro)에 따르면,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5천1백만 인구의 한국이 세계 무대에서 거둔 "새로운 문화적 성공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영화 <기생충>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뒤,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의 성공과 K-pop 그룹들의 인기에 이어, "서울은 오랫동안 염원해 온 또 하나의 타이틀을 획득하게 되었다"고 보도했다.


<파리광장 / 현 경(HK) dongsimje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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