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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파리광장 답사기- 생트 제네비에브 광장 (Place Sainte-Geneviève) 세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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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 붐>의 한 장면. ©Mairie du 5ème arrondissement


생트 제네비에브 광장에서 40년 전 촬영한 어느 영화 현장의 이미지를 이 지역 관할 구청인 5구에서 소셜 미디어에 올렸다. 사진 속으로 생트 제네비에브 광장의 대표적 건물들이 보인다. 좌측 건물은 생테티엔 뒤 몽(Saint-Étienne-du-Mont) 교회이고, 우측은 앙리 4세 고등학교(Lycée Henri-IV). 그런데 그 사이로 흰 모자를 쓴 소녀가 친구와 학교를 나와 걷고 있다. 그 뒤로 두 소년이 다가와 소녀들에게 묻는다.


-토요일에 파티가 열리는데 너네 올 거냥?

-글쎄? 봐서.


남자아이들이 사라지자 두 소녀는 꺅 함성을 지른다. 이 장면은 1980년 12월 17일 프랑스에서 개봉된 영화 <라 붐 (La Boum)>의 일부이다. ‘surboum’이란 단어가 ‘surprise-partie’를 걸쳐 변형된 ‘라 붐’은 깜짝 파티 혹은 파티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영화는 파티에 가게 된 주인공 소녀의 설레는 마음을 모티브로 한다. 앙리 4세 고등학교에 다니는 13세 소녀를 연기한 어린 배우는 다름 아닌 소피 마르소(Sophie Marce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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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명보극장 풍경 ©중앙일보


1980년의 한국으로 가보자. 한국의 대표 흥행 감독 이장호는 당시 암울한 한국에 불어 닥쳐올 새로운 바람을 예감하는, 아니 기원하는 영화 <바람 불어 좋은 날>을 발표하면서 10만 관객을 동원하였다. 그 해 박스오피스 1위는 ‘에로 마케팅’으로 성공한 <미워도 다시 한번 80>으로 36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다시 여기는 파리. 영화 <라 붐>은 1980년 프랑스에서 개봉과 동시에 프랑스 관객만 440만 명을 극장으로 끌어 모았다.

이웃나라 이탈리아에서는 770만 명이 용돈을 꺼내 이 영화를 보려고 극장표를 샀다.

15세 소녀 소피 마르소의 스타 탄생을 알리는 순간이다. 이 영화가 전 세계적으로 흥행을 한 이유 중 하나는 리처드 샌더슨(Richard Sanderson)이란 가수가 부른 이 영화의 테마 송 <Reality>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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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드미르 코스마의 영화음악 앨범 자켓 이미지. ©soundcloud.com


영어 가사로 이루어진 이 노래는 프랑스와 유럽을 넘어 일본과 한국에도 크게 알려져서 영화를 못 본 사람도 노래는 흥얼거릴 수가 있었다. 영화 <라 붐>의 음악감독 블라드미르 코스마(Vladimir Cosma)는 주제가를 영어로 작사 작곡하는 신의 한 수를 두게 되었고, 그것이 통했다. 그는 마르셀 파뇰의 원작을 영화화한 <마르셀의 여름 (La Gloire de Mon Père)>과 <마르셀의 추억 (Le Château de Ma Mère)>의 영화음악 감독으로, 남불의 정서를 수려한 오케스트라의 선율에 담아 우리의 귀를 호강시키기도 하였다. 나는 몇 년 전 블라드미르 코스마를 만나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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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일 파리 8대학 연극영화 박사, 파리 10대학 비교문학 연구자, 무성영화 변사. 

저서로는 « Les débuts du cinéma en Corée(Ocrée Editions, 2021) », « Le cinéma coréen contemporain : A l'aube de Parasite (Ocrée Editions, 2023)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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