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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형 작가 <프로방스 여행> 연재(마지막 편)-프로방스의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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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광장은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이재형 작가의 프랑스 르퓌 산티아고 순례길 저서

<프랑스를 걷다>와 <나는 왜 파리를 사랑하는가>연재 이후, 

<프로방스 여행-내 삶이 가장 빛나는 순간으로>연재했습니다.

번 주 글로 <프로방스 여행> 연재를 마칩니다. 

 연재를 허락해 주신 이재형 작가님께 깊이 감사드리고, 

관심가지고 읽어주신 독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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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정

대법정(Salle de la Grande Audience)은 위층에 있는 대예배당 (Grande Chapelle)과 크기는 같지만 높이는 더 낮다. 길이가 52m, 너 비가 16.8m, 높이가 11m에 달해 웅장해 보이는 이 방은 장 드 루브르의 걸작으로, 5 개의 기둥에 의해 2열로 분리되어 있다. 이 방에는 단심제로 운영되는 상설 사법 기관인 사도 사건 재판소가 들어서 있었다. 

이 방에 재판관들이 앉는 길고 둥근 의자가 있어서 재판소의 이름은 1336년부터 로트(라틴어로 로트는 ‘바퀴’라는 뜻이다) 재판소로 바뀌었다. 재판관들의 자리는 울타리를 쳐 방의 나머 지 부분과 분리했다. 재판소는 이 방의 동쪽 열에 있었는데, 잘 보면 아치 종석에 클레멘스 6세 교황의 문장과 로마의 문장이 새겨져 있다. 

S.P.Q.R.이라는 로마의 문장은 ‘상원과 로마 시민’이라는 뜻으로 교황이 로마에 뿌 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대법정의 북쪽 벽면에는 거대한〈최후의 심판〉벽화가 있었으나 군인들에 의해 파괴 되었다. 최후의 심판이라는 주제는 이 방의 기능과 직접 연관이 있으며, 이 재판소의 무 류성을 강조한다. 

동쪽 열에는 마테오 지오 반네티가 아치에 그린 장식이 아직 남아 있는데,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18명의 예언자를 그린 것이다. 역시 19세기에 파괴된 또 다른 장식은 예 수 수난상을 그린 것이었다. 교황의 개인 예배당과 개인 공간에는 거대한 벽화들이 아직도 남아 있다. 이 벽화들은 한편으로는 교황 청의 명성에 크게 이바지했으며, 또 한편으로는 교황들 역시 14세기에 이 지역에서 이 루어진 예술 활동에 크게 기여했다는 사실을 증명해 준다. 신 교황청의 앙주 탑에 있는 교황의 방과 신 교황청의 가르드로브 탑에 있 는 사슴의 방(교황의 사무실로 쓰였다)은 다람쥐와 새들이 앉아 있는 떡갈나무와 포도나 무의 당초 무늬, 사냥과 낚시 장면 등 비종교 적 주제의 그림으로 장식되어 있다. 

이 그림 속에 사슴을 사냥하는 장면이 있어서 ‘사슴의 방’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내가 교황청을 방문한 것은 사실 이 벽화들을 감상하고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벽화의 사진 촬영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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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의 라벤더 밭


프로방스의 와인 
아비뇽에서 리옹행 기차를 타고 론강을 따 라 비엔(Vienne)이라는 도시까지 가다 보면 강 양쪽 언덕이 온통 포도밭이다. 이 드넓은 포도밭에 서 생산되는 와인의 80%는 코트뒤 론(Côtes du Rhone, ‘론강의 언덕’이라는 뜻 이며 1937년에 A.O.C.를 획득했다)이다. 이 재배지는 여러가지 토양과 국지 기후의 혜택을 누린다. 지중해의 태양과 건조한 날씨, 차가운 미 스트랄 바람은 이 재배지의 공통분모다. 

이런 조건들은 레드 와인 생산에 중요하다. 그 래서 몇 가지 품종이 론강 유역에서 더 잘 자라고 널리 보급된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의 스타는 단연 샤토뇌프뒤파프(Châteauneuf-du-Pape)다. 14세기 초에 요한 22세 교황은 콩타 평원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샤토뇌프뒤파프 마을(아비뇽에서 북쪽으로 18km 떨어져 있다)에 여름에 거주할 성을 짓고 주변의 자갈 투성이 땅에 포도나무를 심었다. 

이렇게 해서 생산되기 시작한 샤토뇌프뒤파프 와인은 18세기 들어 널리 이름을 알렸고, 1929 년 A.O.C.를 획득했다. 이 와인은 3,130ha의 포도 밭에서 재배되는데, 1ha당 35hl 이상을 생산하면 안 된다. 붉은 과일과 향신료 향이 풍기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아니스와 감초, 가죽 향이 느껴 진다. 야생 동물 스튜와 붉은 고기, 양고기 구이, 향이 강한 치즈와 잘 어울린다. 

 파리로 돌아오는 야간열차 
파스칼 메르시어의《리스본행 야간열차》 에서 고전 문헌학 교수 그레 고리우스는《언 어 연금술사》를 쓴 시인 아마데우 드 프라 두에게 매료된다. 그리하여 어느 날 수업을 하다 말고 강의실을 뛰쳐나와 아마데우의 흔적을 찾아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몸을 싣는다. 그의 인생 최초의 일탈인 이 여행은 과연 그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자신을 찾는 긴 여행을 마친 그레고리우스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야간열차에 올라탄다. 

나 또한 프로방스 여행을 마치고 아비뇽에서 파리로 가는 야간열차에 올라탔다. 그레고리우스가 그랬던 것처럼 덜컹거리는 열차 안에서 나 자신에게 묻는다. 이번 프로방스 여행은 나를 변화시켰을까? 이제 나는 여행을 떠나기 전의 모습으로 계속 살게 될까, 아니면 조금은 달라진 삶을 살게 될까? 만일 이번 여행이 나를 변화시켰다면 어떤 식으로 변화시켰을까 


<이재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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