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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도서] 살로메 사케의 <젊으니까 입 닥치라고? 당신은 왜 가만히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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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은 자기도취적이고 나약하다. ‘공포의 선동(propagande)에 쉽게 넘어가는’ 여린 세대다. 순진하다. 나태하다. 퇴폐적이다, 개인주의적이다. 이기적이다. 교양이 없다”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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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세의 젊은 언론인 살로메 사케(Salomé Saqué)는 이 책(이 책의 제목은 젊은이들이 거리로 나서 한 사회를 변화시켰던 68혁명 을 상징하는 포스터(사진)에서 따왔다)에서 청년 세대(18-29세)에 대한 수많은 편견과 고정관념을 명확한 논거로 반박한다. “베이비붐 세대에 대한 신랄한 비난”도, “수상쩍은 도덕적 세대 유형학도 아닌” 이 책은 다양한 증언과 정확한 수치, 연구를 통해 분명한 근거를 제시해 가며(이것은 이 책의 큰 장점이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문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녀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만난 젊은이 백여 명의 증언을 듣고 전례 없는 불평등에 시달리는 청년 세대의 초상화를 그려냈다.)


실업과 저소득, 정치에 대한 무관심, 치열 한 경쟁에 그대로 노출된 청년 세대의 절규에 귀를 기울이라고 호소한다. 더구나 코로나의 피해를 그 어떤 세대보다도 더 크게 입은 청년 세대는 지금 상실감과 페시미즘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미래를 꿈꾸고 설계하는 데 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2021년, <르몽드>지가 의뢰한 Ipsos 여론 조사에서 프랑스인들은 젊은이들이 이기적이고(63%), 게으르고(53%) 이해심이 없다 (53%)고 응답했다. 


이 같은 세대 분열을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청년 세대에 대한 비판은 그리스로마 시대 때부터 시작되었다. 이 같은 비판이 본격화된 것은 미디어 때문이다. 오늘날 미디어를 지배하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는 청년 세대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널리 퍼트리고 있으며, 이처럼 퍼져 나간 고정관념과 편견은 사람들의 머리 속에 견고하게 자리 잡았다. 그리하여 우리는 지금 청년 세대를 “워크(woke)”라고 부르며 비난하는 보수주의의 회귀를 목도하고 있다. 청년 세대를 비난하는 이 같은 담론은 수많은 미디어에서 넘쳐난다. 청년 세대에게는 흔히 게으르다는 비난이 가해진다. 


하지만 청년들이 일하기 싫어한다는 비판은 청년들이 처해 있는 경제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혀 올바르지 않다. 현재 청년 세대의 실업률은 1970년대보다 5배 이상 높고 일자리의 질도 급격히 나빠졌다. 청년들의 일자리는 대부분 인턴십이나 견습생, 자영업, 임시직, 기간제 계약 등 불안정하다. 그들의 이처럼 불안정한 지위는 연속된 신자유주의적 개혁의 결과다. 비정규직과 기간제 계약이 거의 없던 1980년대에는 청년층의 17%만이 고용불안의 영향을 받았지만, 현재는 52.6%가 고용불안 상태다.


지난 2월 프랑스 보건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청년 5명 중 1명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하며, 이것은 매우 심각한 경고다. 이것은 청년 세대 일부가 불안과 절망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그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직업적 미래다. 무슨 공부를 할 것인가? 공부를 마친 뒤에는 어디로 갈 것인가? 포화 상태의 노동 시장에 어떻게 진입할 것인가? 그들은 과연 좋아하는 일을 하고, 생활을 해 나가고, 안정적인 직업을 가질 수 있을까? 청년 세대가 일하기 싫어한다고 비난하는 사람들은 이 같은 상황을 겪어보지 않은 경우가 많다. 나이든 사람들은 비정규직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미래에 대한 항구적인 두려움이 무엇인지 삶의 어려움이 무엇인지를 모른다.


나이든 사람들이 젊은이들에게 그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것은 곧 경제적 맥락의 차이를 생략하는 것이다. 왜냐 하면 이 나이든 사람들은 무한 성장과 완전 고용이라는 매우 유리한 경제적 상황(역사가 장-프랑수아 시리넬리가 "4P", 즉 Progrè(진보), Prospéité(번영), Plein-emploi(완전고용), Paix(평화)로 정의한 상태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금의 상황에서는 젊은 세대가 게으르다는 비난을 해서는 안 된다.


프랑스 정부는 청년 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정책을 펼치지 않는다. 불평등 문제 전문가인 사회학자 카미유 푀니는 <리베라 시옹> 신문에서 16세에서 25세까지의 남녀를 대상으로 하는 일반국민복무제(SNU)를, 즉 12일 동안 제복을 입고 휴대전화 없이 함께 지내는 프로젝트를 비난하고 나섰다. 그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는 노인 세대의 환상에 불과하다. 청년 세대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인데 이런 유형의 프로젝트에 너무 많은 예산을 투자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는 것이다. 


오늘날 무료급식 식당 (Restos du Coeur)에 가는 사람들의 절반이 청년 세대다. 극도로 불안정한 상황에 노출되어 있는 청년들을 위해 국가 예산의 우선 순 위를 조정해야 한다. 푸드 뱅크에는 겨우 연간 1000만 유로밖에 예산을 투입하지 않으면서 일반국민복무제(SNU)에는 무려 연간 20 억 유로의 예산을 투입되는 것이 과연 합당한 조처인가? 이러한 정책은 청년 세대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젊은 세대가 여러 가지 결점을 가지고 있다며 가하는 비난은 흔히 그들의 관심사와 행동에 대한 심각한 오해와 관심 부족에서 비롯된다. 젊은 세대는 지금 기업과 정치 또는 미디어에서 거의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게다가 오늘날의 청년 세대는 소수 집단이 다. 지금 60대 이상의 인구는 18세에서 29세 까지의 인구보다 두 배 이상 많다. 그러므로 청년 세대가 그들의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다. 


하지만 청년 세대의 힘은 바로 여기서 나온다. 그들은 역설적으로 오래 살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의 상황에 익숙해져 있지 않고, 그래서 이 상황이 바뀔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장년 세대가 그들이 “순진하다”고 말할 때 그것은 그들이 어리석다는 의미가 아니라 건전하게 분노할 줄 안다는 의미를 가진다. 장년 세대는 젊은이들이 “공상주의자”이며 “비 현실주의자”라고 말하지만, 사실 공상적이고 비현실적인 것은 50년 전부터 기능하기 시작한 사회적 시스템이 아직도 기능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청년 세대는 또한 “이기적”이지도 않다. 


고정관념과는 달리 이미 많은 젊은이들은 정보와 지정학적 맥락, 생태학 등 공동체의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들이 하루도 빠짐없이 <르몽드>지를 읽거나 매일 밤 TV 뉴스를 보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그들은 소셜 미디어에서 유통되는 정보를 읽고 보고 기억한다. 소셜 미디어는 일부 청년 세대의 동원 방식이다. 예를 들면 2000년생인 프랑스 국민제헌회의 대의원 루이 보야르가 3월 7일에 벌어진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시위 당시 시작한 “블로퀴스 첼린지(봉쇄 첼린지)” 운동도 그중 하나다. 소셜 미디어를 통한 이런 형태의 동원은 보다 구체적인 참여를 향한 첫걸음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좋아요를 누르거나 해시 태그를 달거나 짧은 동영상을 올리는 것만으 로는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지만, 이것만으로도 많은 이용자들이 청년 세대가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저자는 이 책에서 청년 세대가 그들이 직면한 어려움에 대해 말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기 위해 제안하는 해결책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 그들에게 발언권을 주는 것이다. 저자 살로메 사케는 방법론적인 이유로 이 책에서 프랑스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사실 다른 나라의 청년들도 프랑스의 청년 세대가 안고 있는 이 많은 문제들을 똑같이 안고 있 다. 예를 들어 전 세계의 많은 나라에서 청년 세대는 숫자상으로 소수이며, 이 같은 사실은 그들이 직면한 문제의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청년 세대와 장년 세대가 연대해야 

프랑스에서, 한국에서, 아니,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청년 세대가 부딪친 문제들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젊은이들에 대한 비난을 멈추고 청년과 장년 세대가 연대해야 한다. 세대의 결합은 우리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지 하나의 옵션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이미 세대 간 혐오에 이른 이 해로운 세대 분열은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 


젊은이들은 현재의 전례 없는 경제적, 사회적, 지정학적, 환경적 위기가 낳을 미래의 결과를 감당해야 한다. 그리고 더 나이 든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 것은 청년 세대의 사활이 걸려 있다고 할 만큼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현재의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청년 세대가 아니라 장년 세대이고, 청년 세대가 살아갈 미래의 삶은 지금 권력을 가지고 있는 장년 세대의 결정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장년 세대의 결정은 50년 뒤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왜냐하면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의 파괴는 회복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가 최근 펴낸 보고서가 언급하는 다양한 시나리오는 매우 비관적이다. 미래에 우리의 생활방식(물과 식량에 대한 접근이라든가 기후 재해에 대한 노출)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예를 들어 2020년에 태어난 아이는 1960 년대에 태어난 사람보다 폭염에 7배 더 노출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의 세대 전쟁은 우리로 하여금 시간을 허비하고 갈등을 더욱 더 증폭시킬 뿐이다. 지금 필요한 일은 누구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청년 세대를 위해 투쟁하는 것은 곧 미래를 위해 투쟁하는 것이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투쟁에는 나이 구분이 있을 수 없다. 청년 세대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사회는 가망이 없는 사회다. 장년 세대는 지속적이고 공정한 사회를 위해 청년 세대와 함께 싸워야 한다. 한국의 청년 세대가 직면한 문제 역시 프랑스 청년 세대의 그것보다 심각했으면 심각했지 덜하지 않다. 


고용 위기는 결혼과 출산의 기피로 이어지고, 인구 감소는 한국사회의 미래를 어둡게 만든다. 게다가 부와 사회적 지위가 대물림되면서 청년 세대 내에서도 격차가 발생하고 이해관계가 충돌한다. 한국의 청년 세대가 <Sois jeune et tais toi: Réponse à ceux qui critiquent la jeunesse (젊으니까 입 닥치라고?: 청년 세대를 비난하는 사람들에 대한 대답)> 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21세기에 혜성처럼 나타난 이 잔 다르크의 주장처럼 그들끼리, 그리고 장년 세대와 연대하여 투쟁하지 않으면 그들은 아무것도 얻어낼 수 없을 것이다. 


<이재형 작가>


살로메 사케의 <젊으니까 입 닥치라고? 당신은 왜 가만히 있는가?>(Sois jeune et tais-toi: Réponse à ceux qui critiquent la jeunesse)> 

이재형 옮김, 르몽드코리아,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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