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한국 전통주, 세계 최대 주류 축제 ‘파리 와인 박람회’ 첫 등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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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개국 4600개 업체 참가... 5만 명 방문 예상
-한국 주류 첫 참여, 수출 활로 찾기
-다양한 전통주 소개하는 마스터 클래스 열어
-주류 매출 1.6조 달러... 한국 170억 달러 불과
-판로 확대 마케팅 강화 등 정부 지원 필요해
2월 11일(화, 현지 시각) 정오, 파리 포르트 드 베르사유 전시장(Parc des Expositions de la Porte de Versailles) 은 '2025 파리 와인 박람회(Wine Paris Vinexpo 2025)'를 찾은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세계 최대 주류 국제 행사로 불리는 박람회다. 45년의 역사를 가진 이 행사에 한국 전통주가 처음으로 문을 열고 들어섰다.
거대한 공간에 술들이 가득 들어차 있다. 프랑스 스페인 벨기에 칠레 와인, 스코틀랜드 위스키, 중국 백주, 일본 사케, 멕시코 데킬라 같은 세계 각국 술들이다.
50개국 4600여개 업체가 참가했다. 10~12일 박람회 기간, 방문객만 140개국 5만 명이 방문할 것으로 추산된다.
거대한 술의 향연이자 술의 경연장이다. 그 속에 낯익은 짙은 녹색병, 최근 인기가 치솟고 있는 소주가 보인다. 이강주를 비롯한 고급 전통 증류주와 막걸리 같은 전통 발효주도 보인다. 반갑게도 한국관이 자리하고 있다.
애호가들은 곳곳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술을 맛보고 바이어들은 술을 시음하며 상품성을 따진다. 한국 전통주도 그 중 하나다. 와인도 아니고 위스키도 아닌 낯선 한국 전통주 맛에 눈을 반짝이며 호기심을 나타낸다.
이 박람회는 전세계 주류 산업 종사자가 모이는 기업간 거래(B2B)의 장으로 프랑스 주류 전시 전문기업 비넥스포(Vinexpo) 그룹이 주최했다.
이 그룹이 가장 심혈을 기울여 진행하는 행사가 바로 파리 와인 박람회다.
1981년 프랑스 와인 생산지 중 하나인 보르도에서 처음 열렸고 2020년 거점을 파리로 옮겨 지금까지 45년간 이어오고 있다.
보르도에서 파리로 거점을 옮긴 후 규모가 점차 커졌고, 이젠 파리 행사가 주력으로 자리잡았다.
최고의 주류 이벤트에 한국 전통주가 진출했다는 평가를 받는 까닭이다.
최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지사장 남상희)가 주축이 돼 한국 전통주를 알리고자 박람회 참여를 추진했고 최송학 벨로스(BELAUS) 대표가 거들며 힘을 보태 이룬 성과다.
남상희 aT 파리 지사장은 이와 관련해 "유럽 시장에 한국 식품이 들어온 지는 오래 됐지만 시장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은 코로나 팬데믹이 지난 후부터"라며 "한국 식품이 성장하고 있는 만큼 저희도 마케팅, 판로 개척 등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주와 같이 잘 팔리는 술을 지원하는 것도 이번 박람회 참가의 목적이지만 차세대 품목도 키워야 한다"며 "한국에는 탁주 약주 청주 과실주 같은 다양한 전통주들이 있다는 것을 널리 알리고 싶어 한국관과 더불어 마스터 클래스도 진행했다"고 밝혔다.
남 지사장은 "지난해 독일 프랑크푸르트 지사가 새롭게 문을 열어 프랑스 파리 지사와 함께 유럽 시장 개척에 나설 것"이라며 "프랑스와 독일, 영국, 스페인은 물론 남유럽 쪽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5 파리 와인 박람회, 한국 전통주 마스터 클래스에서 인사말 중인 남상희 aT 파리 지사장,
오른쪽부터 벨라우스의 최송학 대표, 정헌배 중앙대 명예교수,이명숙 정헌배주가 대표, 남상희 aT 파리 지사장
한국 전통주 마스터 클래스 개최
이와 관련, 11일 진행된 한국 전통주 마스터 클래스(Wine Paris Master Class)에서는 한국의 전통 고급 약주와 고급 소주가 소개되기도 했다.
이명숙 정헌배주가 대표는 자연산 누룩으로 빚은 고급 탁주, 약주, 소주를 소개하며 "우리는 자체 농장에서 쌀을 경작하고 약수를 사용한다. 자연 그대로 맛이 나도록 첨가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첨가물을 넣지 않고 순수한 자연으로 술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알리려고 나온 것이고 그게 한국 술의 정신이 되어야 한다"고 설명해 청중의 호응을 얻었다.
정헌배 중앙대 명예교수는 "한국 전통주를 세계화하려면 다른 술과 뭐가 다른지 스토리를 가져야 한다"며 "스토리를 가지려면 동네 술이 잘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술의 전형은 자연과 시간과 사랑"이라며 "한국 전통주가 자연을 담았다는 것이 바로 커다란 스토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프랑스 와인이나 스코틀랜드 위스키는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자기들만의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있다. 우리도 그래야 한다. 스스로 술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을 하고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에서도 지원을 한다면 신중하게 선별하되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저는 40년 이상 한국술을 세계의 술로 만들고자 노력했다. 그래서 파리에서 공부하고 프랑스 와인박람회에도 빠짐없이 참여했다. 오늘 제 꿈이 이뤄지는 첫 순간이다.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2025 파리 와인 박람회, 한국 전통주 마스터 클래스에서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지난해 4월 발간한 <우리나라 주류 수출입 현황 및 수출>(2024. 4. 19. 강금윤 수석연구원·옥웅기 연구원)에서 한국 술 수출을 늘리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해외 주요 주류 품평회에 한국 술 부문을 신설 확대하고, 고급 주류 개발이 가능한 여건을 조성해 한국 대표 시그니처 주류 브랜드를 육성해야 한다는 조언이 담겼다. 이번 박람회에 정부 차원의 지원이 있었음을 시사한다.
우리 술의 정체성 확립과 해외인지도 제고, 해외 유통환경 개선이 중요하다는 진단도 제시했다. 사케로 대표되는 일본 모델도 거론했다.
일본 정부는 2012년부터 청주, 쇼추(일본소주)를 일본 국주로 지정해 대외 홍보, 수출 지원을 시행해 고부가가치와 대외인지도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이를 한국 실정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에도 아직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숨어있는 좋은 술이 많다. 고부가가치 산업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프랑스 내 한국 식당과의 연계, 대사관 행사주로 한국 전통주를 활용하는 방안 등을 거론하기도 했다.
소주의 판매량은 2013년 이후 10년 만인 2023년 1억 달러를 돌파하며 눈에 띄는 성장을 이뤘다. K-드라마의 인기 등에 힘입어 한국 술이 각광을 받고 있다는 게 관계 기관의 설명이다. 같은 맥락에서 마케팅, 판로개척 등 정부 차원의 수출 활로 찾기도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올해 aT의 유럽 홍보 행사도 줄줄이 예고돼 있다. 갈 길은 멀지만 길은 잡았다고 볼 수 있다.
2023년 기준 전세계 주류 매출액은 1.6조달러(약 2115조 원)으로 집계된다. 한국의 주류 매출액은 170억 달러, 전세계 1.1%다. 출발선에 서있다는 진단이 나오는 까닭이다.
<민왕기 기자 camus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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