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터뷰 분류

프랑스 한인유학생회(AECF), 유학생 인터뷰(2)-앙제(Angers) 서부 카톨릭 대학 정신분석 전공, 이현

작성자 정보

  • 최고관리자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d33f38fea855cabc4df1b184bb6f8977_1764613500_075.png
이현 유학생


프랑스한인유학생회는 프랑스 각 지역에서 자신만의 연구와 진로를 개척해 나가는 유학 생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인터뷰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서로의 경험과 정보를 나누고 유학 생활 속 솔직한 감정과 고민까지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자 합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앙제에서 정신분석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이현 학생을 만났습니다. 


간단한 본인소개

-안녕하세요. 현재 앙제(Angers)에 있는 서부 가톨릭 대학교(université catholique de l’ouest)에서 정신분석 박사과정 2년차인 이현입니다. 


프랑스에 오게 된 계기

-저는 원래 한국에서 철학을 전공했었기에 프랑스 유학을 준비했을 때는 철학과를 준비했죠. 그런데 교수님 중에 한 분이 정신 분석과에 지원해보는 걸 추천해 주셨어요. 처음에는 ‘갑자기 정신분석과?’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한편으로 정신분석의 본래 역할인 임상(clinique)에 대한 궁금증이 늘 있었고, 좋은 기회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정신분석과를 선택하게 됐어요. 지금은 만족하며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금 어떤 연구를 하고 있나요?

-저의 연구 주제는 ‘정신분석과 공동체’입니다. 신자유주의가 등장한 이후, 전통적인 공동체 개념이 붕괴되면서 오늘날 공동체의 형태가 어떻게 변형되고 있는지를 분석하고, 이로부터 야기되는 인간 정신의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라캉과 철학자 장-뤽 낭시(Jean-Luc Nancy)의 개념들을 통해 오늘날 공동체의 의미와 그 조건에 대해 다시 고찰하고자 합니다. 


논문 쓰다 막힐 때 본인이 쓰는 해결법은 무엇인가요?

-일단 하던 것을 중단하고 딴 짓을 15분 정도 합니다. 산책, 음악 감상, 낙서, 청소 같은 거요. 막혔을 때 붙들고 있으면 더 진행이 안되더라고요. 정신분석적으로 말하자면, 생각의 고착점(fixation)을 잠시 끊어내는 저만의 방식이라고 할까요. 오히려 딴 길로 샜을 때 생각이 열리기도 하죠.


박사 과정 하면서 스스로 가장 놀랐던 ‘내 무의식의 버릇’은?

-무의식적 버릇이라는 것을 인지했다면 더이상 무의식이 아니긴 합니다. 정신분석에서 말하는 무의식은 반복적인 습관이나 경향 보다는 억압되어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지만, ‘나’를 구성하는 근본 구조이니까요. 버릇은 아니지만, 프랑스어로 대화할 때 어쩌다 정말 무의식적으로 한국어 단어가 중간에 튀어 나온 적 있어요. 너무 자연스럽게 나와서 서로 놀라면서 약간 민망했던 경험이 있었죠.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흔들리지 않는 본인의 학문적 신념은?

-신념이라고 부를 정도로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 제가 지금까지 추구하는 바는 ‘글은 최대한 쉽게 써야 한다’입니다. 이게 가장 어려운 거 같지만 비전공자들도 접할 수 있게 풀어내는 것이 공부하는 사람의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랑스인의 습관 중, 정신분석적 관점에서 보면 흥미로운 점이 있나요?

-프랑스는 정말 parole, 즉 말하기를 즐기는 문화라는 점을 느꼈습니다. 단순히 말이 많은 것이 아니라 말하기를 통해 자기 입장을 세우고, 때로는 자신의 욕망을 시험하는 상징적 실천으로 작용하기도 해요. 그래서 인간을 말하는 존재 parlêtre로 정의한 라캉의 사유가 정말 프랑스적인 거죠. 


최근에 본 책이나 영화 가운데 연구자 입장에서 인상 깊었던 작품은?

-최근에 넷플릭스 드라마 ‘은중과 상연’ 을 흥미롭게 봤어요. “싫어하는 건 생각이 안 나서 좋은 거고, 미워하는 건 생각나서 힘든거야’’라는 대사는 상연과 은중의 애증 관계를 함축적으로 보여주죠. 정신분석적 관점에서 애증은 단지 사랑과 미움의 공존이 아니라 어떤 대상에게 결정적인 무언가를 기대한다는 점에서 동일한 구조라고 볼 수 있거든요. 즉 미움은 사랑의 반대가 아니라 다른 방식의 사랑, 반대로 사랑 역시 미움의 또 다른 형태라고 볼 수 있죠. 


앙제(Angers)라는 도시가 연구에 어떤 분위기를 주나요?

-앙제는 차분하고 연구에 집중하기에 좋 은 분위기입니다. 인구 15만의 중소 도시이 지만, 학생들이 많은 대학 도시라 전반적으로 학생 친화적이예요. 물론 파리처럼 다양한 즐길거리는 없지만, 2023년 Journal du Dimanche에서 살기 좋은 도시 1위를 차지할 만큼 물가나 치안과 같은 전반적인 생활 환경도 안정적입니다.


앙제에서 가볼만한 장소를 추천해 주세요!

-일단 앙제 성(Château d'Angers)은 한번 봐야겠죠. 조경도 잘되어 있고 올라가면 앙제 시 전경을 볼 수 있습니다. 생-또방 섬(Île Saint-Aubin)도 추천합니다. 1년 중 100일 정도 물에 잠기는 섬인데 홍수기에는 섬 전체가 거대한 호수처럼 변하고 물이 빠지면 뗏목을 타고 섬에 들어갈 수 있어요. 섬 안에는 Le Port de L’Ile이라는 작은 식당이 있는 데, 강가를 보면서 와인 한잔하면 너무 좋죠. 


마지막으로, 유학생 선배로서 이 길을 걸어올 후배 연구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처음 왔을 때는 낯선 환경 속에서 실수도 많이 하고 우여곡절도 많았죠. 그래서 많이 불안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박사 유학은 장기 레이스이고 결국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버티고 계속 나아가는 나만의 리듬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누구나 어려운 것이니,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배움의 과정이라고 여기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 파이팅 


이현 학생은 앙제의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무거운 연구와 달리 유쾌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글이 막히면 산책을 나가고, 프랑스어 중 한국어가 튀어나오면 웃어넘기며 자신만의 리듬을 지켜가는 그의 모습은 유학이 학문을 넘어 삶을 다시 정돈해 가는 과정임을 보여줍니다. 프랑스한인유학생회 인터뷰 시리즈는 각지에서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는 유학생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인터뷰 참여를 원하거나 소개하고 싶은 학생이 있다면 언제든지 유학생회로 연락 바랍니다. 새로운 참여를 기다립니다.


네이버카페: cafe.naver.com/franceetude

 인스타그램: @aecf.official 

이메일: france.etude.coree@gmail.com



<프랑스한인유학생회 한지수>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