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형 작가의 <아르마냑(Armagn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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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남서부 가스코뉴(Gascogne) 지역의
아르마냑 재배지
아르마냑산 포도 브랜디가 가스코뉴 (Gascogne) 사람들만큼이나 개인적이라는 얘기는 충분히 근거가 있다. 왜냐하면 아르마냑의 생산은 이 브랜디를 숙성시키고 배합해서 판매하는 몇몇 포도 재배자와 증류자, 주조업자에 의해 주로 좌우되기 때문이다. 식당 경영자와 소믈리에들은 어떤 특별한 상표를 찾는 것이 아니라 어떤 제조연도의 어떤 아르마냑을 찾아낸 다음 생산자를 방문하여 자기가 직접 맛본 다음, 꼭 무슨 음모라도 함께 꾸미는 사람처럼 은밀한 표정을 지으며 고객에게 권한다. 아르마냑이 늘 존재했던 건 아니었다. 물론 중세 때부터 포도나무를 심었고 15세기부터는 포도주를 증류하긴 했지만, 이 단어 본래의 의미에서의 <생명의 물(오드비eau de-vie, 브랜디)>은 의학적 용도를 가지고 있었다. 코냑의 포도 재배와 마찬가지로 아르마냑의 포도재배지 역시 네덜란드 상인들 덕분에 17세기부터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이 상인들은 가론 강과 아드르 강 사이에서 픽풀이라는 포도나무 품종을 재배하는 지역을 발견했는데, 그 당시만 해도 폴 블랑슈(folle blanche)라고 불렸던 이 픽풀은 증류에 이상적인 낮은 알코올 도수의 포도주를 만들어 냈다.
포도주의 양이 6분의 1로 줄어들자 운송비용도 6분의 1로 줄어들었다. 게다가 증류물을 이용해서 포도주를 저장하거나 다른 술을 만들 수도 있었다. 네덜란드 상인들은 가스코뉴 지방의 파트너들에게 사랑트 (Charente)지역 스타일의 증류기를 만들 수 있는 스웨덴산 구리를 제공했고, 이 지역의 참나무 숲은 땔감과 나무통을 충분히 공급해 주었다. 그러나 이중 증류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사실을 알게 된 가스코뉴 사람들은 연속 증류 장치인 아르마냑 증류기를 만들어 냈고, 1818년 루이 18세는 이 증류기에 대해 인가서를 발행했다.
프랑스 다른 지역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지역에서도 1893년에 퍼진 포도나무뿌리 진디병이 그렇잖아도 작황이 좋지 않던 포도밭을 완전히 폐허로 만들어버렸다. 그래서 코냑을 만들 때 주로 사용되는 품종인 위니 블랑(Ugni Blanc)과 바 아르마냑(Bas Armagnac) 지역의 토양에 잘 맞으며 높은 품질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바코 A22를 다시 심었다. 폴 블랑슈(Folle Blanche)품종은 브랜디로 만들면 섬세한 맛을 내지만 대신 너무 쉽게 썩어버린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코냑에서는 이 품종이 석회질 토양에서 잘 자라는 반면 아르마냑에서는 모래가 깔린 표토와 점토질 하층토로 이루어진 토양에서 자라야 포도주가 풍부한 맛을 내게 된다. 따라서 산화철을 포함하고 있는 바 아르마냑 지역 서쪽의 엷은 황갈색 모래밭은 폴 블랑슈 품종을 재배하는 데 최상의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그랑 바”라고도 말하고 “검은 아르마냑(포도나무가 거무틱틱한 초록색을 띠고 있어서 이렇게 부른다)”이라고도 말한다.
주로 점토-석회질 토양으로 이루어져 있는 테나레즈(Ténarèze) 지역에서 생산되는 브랜디는 맛이 더 시고 강하다. 세 번째 지역인 오 아르마냑(Haut Armagnac)은 지금은 그다지 관심을 끌지 못한다. 생산량이 많은 위니 블랑 품종에서 만들어 내는 포도주처럼 맛이 신 포도주가 증류시키기 가장 쉽다. 이런 포도주의 향은 처음에는 약하지만 증류 과정을 통해 진하게 농축시킬 수 있다. 그러므로 포도주를 더 잘 저장하게 해주는 높은 산도를 얻기 좋은 시기에 맞 추어 포도를 수확해야만 한다.
아르마냑(Armagnac)
황(黃)을 첨가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황을 첨가할 경우 아르마냑 브랜디 맛이 써지고 불쾌한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발효 상태의 포도주가 더 일찍(11월 중순경) 증류되면 될수록 향은 더 강해진다. 아르마냑 브랜디를 만들기 위해서는 원통이 달린 연속증류기를 사용한다. 외부에서 계속 부어지는 포도주는 우선 에탄올이 그 안에서 응축되는 나선 모양의 관을 식히는 데 쓰인다. 데워진 포도주는 위로 올라 가서 용기에 인접한 관 속을 지나간다. 코페이 증류기 속에서 에탄올은 조금씩 증발한다. 에탄올은 올라가면서 방울방울 떨어지는 포도주를 만나 향을 머금고 응축기 속을 지나 냉각통에 도달한다. 그러고 나서 알코올 도수가 54도에서 60 도에 달하는 이 무색의 브랜디를 통에 담는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증류를 하면 브랜디를 시큼하게 만드는 향 불순물이 없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1972년부터는 코냑에서 하는 이중 증류 방식이 다시 허용되었다. 이 방식을 사용하여 증류를 하면 이제 막 숙성시키기 시작한 아르마냑 브랜디의 맛을 좀 더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아르마냑 브랜디는 숙성되어 가면서 맛이 더 복잡해지고 풍성해지고 섬세해지는데, 그 것의 품질은 가스코뉴산 참나무로 만든 4백 리터짜리 통에 좌우된다. 리무쟁 지방에서 베어낸 참나무로 만든 통은 부드럽고 우아하며 살짝 달콤하고 바닐라 향 같은 향을 내는 반면 가스코뉴 지방에서 베어낸 참나무로 만든 통은 더 시고 떪은 맛과 태운듯한 강한 향을 낸다. 최장 18개월 뒤에 무색의 증류물을 더 오래된 참나무통에 옮겨 붓는데, 타닌이 너무 많이 생기고 색깔이 지나치게 진해 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술 창고는 그 습도나 기온이 아르마냑 브랜디의 숙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장 품질이 좋은 아르마냑 브랜디는 대서양이 가깝기 때문에 기후가 더 습한 바 아르마냑 지역에서 생산된다. 오래된 참나무통 속에서 2,30년 동안 숙성된 아르마냑 브랜디는 서서히 산화하면서 맛이 좋아진다. 아르마냑 브랜디를 참나무통에서 10년이나 15년 더 숙성시킬 수는 있지만, 이 경우에 는 주둥이가 좁고 몸체가 둥근 큰 유리병이나 술병에 부어놓아야지 안 그러면 향이 다 달아나서 아무 맛도 안 나게 된다.
아르마냑 브랜디가 아주 오랜 기간에 걸쳐 숙성되기 때문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만 한다. 양조 책임자는 한편으로는 브랜디가 제대로 숙성되어 가고 있는지를 늘 확인해야 하고, 또 한편으로는 참나무통 안에 들어 있는 내용물의 3퍼센트가 매년 증발된다는(이렇게 증발하여 없어지는 3퍼센트를 “천사 들의 몫”이라고 부른다) 사실을 감안하여 참나무통이 늘 가득차 있도록 해주어야만 한다. 그러나 양조 책임자의 역할은 이게 다가 아니다. 그는 아르마냑 브랜디가 자연력을 발휘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기 위해 이 자연력을 규정된 최소 40퍼센 트까지 단계적으로 감소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최대한의 조화를 얻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생산자의 정체성을 반영하기 위해서도 토양과 포도 품종, 생산연도의 결과인 브랜드를 배합하는 것이야말로 양조 책임자가 해야 할 일이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것은 제조연도로서 이 제조연도는 포도주의 나이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왜냐하면 제조연도 간의 차이는 증류와 숙성에 의해 사라지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나무통 속에서 숙성된 시간이다. 즉 아르마냑 브랜디를 병에 담은 날짜가 중요한 것이다.
<이재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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