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애호가이자 수집가, 유민형의 파리 홈갤러리 전시 -The Mignon Sh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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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ignon Show : 한국 예술과 공예의 변주(variations on korean arts and crafts) "
민게이, 일본이 아닌 한국에서 — 한국을 담은 홈갤러리 전시
소나무 예술가 협회 및 파리의 여러 갤러리와 협업으로 진행
유민형 홈갤러리 전시에서
파리 6구 갤러리들이 즐비한 거리를 지나, 조용한 지역의 한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문득 미술관으로 들어온 착각이 들었다. 오스만(Haussmann) 스타일의 건물은 예술 애호자이자, 큐레이터, 수집가인 유민형의 자택이었다. 지난 10월 21일부터 25일까지 그의 집이 갤러리로 탈바꿈했다.
그의 거실은 브라운 색깔의 가구들로 장식되어 있었고, 소파는 하얀 무언가로 씌워져 있었다. 알고보니 우리 한지였다. 내년 전시에서 소개될 한지 작품을 미리 선보이기 위한 일종의 프리뷰였다.
이곳은 일상 사물을 쌓고 재조합해 현대미술로 승화시킨 프랑스 조각가, 아르망(Armand Fernandez, 1928~2005)의 아틀리에였다가, 최근 건축가 마리옹 마이렌더(Marion Mailaender)에 의해 재단장된 것이라고 한다. 위층에는 사진가 피터 린드버그(Peter Lindbergh)가 거주했고, 마당 안쪽에는 건축가 앙드레 퓌트망(Andrée Putman)이 있었으며, 바로 옆에서는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가 그의 걸작〈게르니카(Guernica)〉를 그린 곳이다.
이같은 강렬한 창조적 에너지가 깃든 곳에서 전시가 열렸다. 17세기식 목재 장식이 그대로 보존된 이 살롱에는 이배의 회화, 정창기의 사진, 채성필, 고송화, 김선미 등 파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 작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전시 설명서에는 고조선 시대부터 현재까지 한국 공예품에 대해 시대별로 적혀져 있었고, 보자기, 달항아리, 소반 , 도기 등에 대한 소개가 있었다.
유민형 큐레이터의 홈갤러리 전시는 온라인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큐레이터, 그라지엘라 스메르시앙(Graziella Smerciyan)와 유민형(Mignon Yu)이 주관했다. 주최한 유민형은 단색화 운동과 연관된 한국 현대 작가들 13명의 작품을 선별했고, 그라지엘라 스메르시앙은 한국의 민속 미술과 장인 정신에서 영감을 받은 현대 미술가와 디자이너들 25명의 작품을 소개했다.
이번 전시는 작년에 이어 두 번째 에디션으로, 작년에도 그라지엘라 스메르시앙과 함께 소장품전을 열었다고 한다.
오스만 스타일의 거실에는 이배, 심문섭의 회화와 문민순의 세라믹 작품, 정창기의 사진 작품들이 자리잡고 있었고, 안쪽 서재에는 입양인 출신 작가인 마갈리 포미에(Magali Pomier)의 세라믹 작품이 놓여져 있었다. 마갈리 포미에 작가는 도자기를 통해 한국을 알고, 배우게 되었으며, 입양 시 가방에 넣어져 있었던 소지품들이 세라믹 작품의 오브제가 되었다고 유민형 큐레이터는 설명했다. 세라믹 작품 안에는 작은 고무신이 있었고, 그 아래에는 입양 번호가 새겨져 있었다.
관객들을 맞이하며 작품 설명을 이어가던 유민형 큐레이터와 잠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한국에서 피어난 민게이(Mingei)를 알리고, 한국을 보여주는 홈갤러리 전시
이번 홈갤러리 전시의 취지를 묻는 질문에 유민형 큐레이터는 온라인 갤러리를 하는 스메르시앙이 전시를 할 때 마다 장소 찾기가 쉽지 않았는데, 예전에 프랑스 남부 도시, 아를르의 지인의 집에서 전시를 한 적이 있다고 하길래, 나중에 본인 집에서도 하자고 했던 것이다. 그리고 도자기에 흥미가 많은 그라지엘라 스메시앙과 대화 중에 사람들이 일본 공예 운동으로 알고 있는 민게이가 일본이 아닌 한국에서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민게이 운동(民芸運動)이라는 민예 예술 운동이, 주로 도자기와 세라믹을 중심으로 한 일본의 예술 운동인데, 그라지엘라는 민게이가 한국에서 시작된 도자기 예술 운동이라고 했다. 민게이는 Soetsu Yanagi(1889-1961)라는 일본인이 1924년 서울에서 한국 도자기들로 컬렉션을 만들었다. 그렇게 시작된 운동인데 사람들이 잘 몰라서 이 부분을 설명하고 있다고 유민형 큐레이터는 이야기했다. 스메르시앙을 통해 일본 공예 운동인 민게이가 일본이 아닌 한국에서 온 것이라고 알았고, 그리고 한국을 보여줄 수 있는 전시를 했으면 좋겠다 싶어서 서로 의견을 나누면서 진행된 전시라고 한다. 유민형 큐레이터는 좋아하는 사람들을 초대해 한국의 것들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스메르시앙과 맞닿아, 이번 전시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파리 마그나 갤러리 소장 중인 한국 현대 미술 작품 전시
이날 전시 장소에 있던 파리 마그나 갤러리(MAGNA Gallerie)의 아르노 파니에(Arnaud Pagnier) 는 한국 현대 미술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하면서, 마그나 갤러리가 소장하고 있던 한국 작가 작품들을 이번 전시를 위해 대여해 주었다고 했다.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채성필, 문민순, 김기주 작가의 작품 등이다. 이번 전시의 주최자인 유민형은 마그나 갤러리의 큐레이터로도 활동하고 있다고 아르노 파니에는 밝히면서, 컬렉터로서의 유민형의 예술적 취향은 확고하고, 한국 문화와 연결되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마그나 갤러리는 회화 위주이지만, 세라믹 작업을 하는 문민순의 작품도 소개하고 있다고 했다.
주최자, 유민형 큐레이터 ‘예술을 통해 한국인 정체성 확립’
1984년 파리에서 태어난 유민형은 파이낸스 쪽에 종사하고 있고, 큐레이션은 취미로 하고 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과 박물관을 많이 다녔다고 하는데, 당시는 따라가는 식이었지만, 그게 습관이 되어서인지, 성인이 되어서는 혼자 미술관을 찾아 다녔다고 한다. 취업 후 런던에서 거주하다가 첫 자녀의 육아 휴직 동안 에꼴뒤루브르(Ecole du Louvre)의 청강생이 되면서 미술사 공부를 했다.
그는 파리에서 태어나 한국 역사에는 익숙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술사를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의 역사와 예술에도 관심이 생겼다고 한다. 이후 파리에서 활동하는 한국 작가들을 만나며 한국 미술에 대한 이해와 흥미를 더욱 깊게 키워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의 단색화에 관심을 가졌고, 조금씩 한국 미술과 가까워지기 시작했고, 작품들을 소장했다.

그의 홈갤러리 전시장에서 <파리광장>과 인터뷰 중인 유민형(Mignon YU)
그의 홈갤러리 전시는, 10월 21일(프리뷰)부터 26일까지 열린 현대 아시아 미술 전문 아트페어인 아시아 나우(Asia Now)와 시기를 맞추었다고 했다. 작품 선정 기준에 대한 질문에 유민형 큐레이터는 자연스럽게 마음에 드는 걸로 선택을 했고,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품은 갤러리를 통했다고 한다.
그는 이번 전시에 참여한 마그나 갤러리가 평소 갤러리에서 여는 전시와는 다른,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으며, 이런 유형의 전시는 지인들과 함께하는 즐거운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갤러리 전시와 다른 점에 대한 질문에 유민형 큐레이터는 갤러리 대여를 안해도 되고, 특히 집이 파리 중심에 위치해 있는 잇점이 있으며, 거주지이기에 편한 공간이라는 점이 있다고 했다. 또한 사는 공간을 바꾸어서 기분 전환도 되고 신선한 우리 집을 대하는 느낌이었다고 이번 전시 주최 소감을 밝혔다.
프랑스에서 태어나고 자란 유민형 큐레이터는 한국 작가들과의 만남을 통해 예술로 소통하는 즐거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한 경험들이 그에게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덧붙였다.
내년에는 한지 작품 전시로 구상 중
유민형은 내년에는 한지 작품 전시를 구상 중이라고 했다. 2026년, 한지가 유네스코에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결정이 나는데, 한지 관련해서 한국에서 여러 가지 세미나나 행사들을 기획하는거 같다고 하면서, 한지를 프랑스에 어떻게 알릴 수 있을까?를 생각 중이고, 한국에서 한지를 가져와 친분 있는 디자이너들에게 자신의 작업 한 점과 한지를 활용한 작업 한 점을 함께 전시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내년 전시에 대해 밝혔다.
최근 몇 년 사이, 자신의 거주 공간을 전시장으로 개방하는 이른바 ‘홈갤러리 전시’가 새로운 문화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작품을 단순히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작가와 관람객, 공간이 서로 어우러지는 친밀한 예술 경험이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이다.
홈갤러리 전시는 상업 갤러리나 미술관과 달리, 관람의 속도가 느리고 대화가 많다. 작품의 배경, 작가의 생각, 수집가의 취향이 자연스레 공유되며 예술이 ‘생활 속으로 스며드는’ 경험을 선사한다.
예술평론가들은 이 흐름을 “예술의 일상화”라고 부른다. 거대한 전시장이 아닌 한 사람의 집, 그 사적인 공간에서 예술은 또 다른 생명을 얻는다.
<파리광장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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