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암의 시와 시작 노트] 동강할미꽃과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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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할미꽃과 별
-이종암
산 높아 물 깊은 강원도 영월
사월 봄날 동강 벼랑바위에
동강할미꽃 별처럼 뾰족뾰족
핀다 자주 보라 분홍 하양으로
또 연자주 연보라 연분홍 연하양
색깔도 크기도 모양도 여럿이다
잿빛 석회암 절벽에 핀
밤하늘 불 밝힌 별 모양 그대로다
동강할미꽃 저 별은 동강이
아닌 서강의 벼랑바위에도 피어난다
대구 시단의 동강이요 서강이었던 「동강의 높은 새」*를 쓴 시인도
「동강할미꽃」**을 쓴 또 다른 시인도
내게는 모두 다 밤하늘의 별이었다
육십 가까이 살면서 내게
뜨거운 사랑을 주던 사람도
견디기 힘든 분노를 안겨주던
세상 그 누구도 다 내게는 별이었다
어둔 길 밝혀주는 동강할미꽃
* 문인수 시인의 시
** 이하석 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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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노트]
1999년 시동인 ‘푸른시’ 활동과 2000년 첫 시집『물이 살다 간 자리』를 발간으로 문단 말석에 들어가면서 지역에서 자주 만나 뵙고 배운 선배 시인이 문인수 선생과 이하석 선생이었다. 내게 시작(詩作)의 힘들고 “어둔 길 밝혀주는 동강할미꽃” 같은 존재였던 분들이다. 지금 나는 동강 근처인 강원도 횡성에 있는 ‘예버덩문학의집’이라는 문인 창작집필실에 9월 한 달 살고 있는 데, 사실 동강할미꽃 집단 자생지로 유명한 곳은 영월이 아니라 정선에 있다. 해마다 4월말이나 5월초 동강에 오면 석회암 벼랑에 오종종 하늘 향해 뾰족뾰족 핀 예쁜 보랏빛 동강할미꽃을 영접할 수 있다. 가슴 속에 별꽃을 들이는 것만큼의 감동을 느낄 수 있으니 많은 분들이 꼭 체험을 해보면 참 좋겠다 싶다. 4년 전에 하늘로 가신 고 문인수 시인은 동강의 하늘 위에 별로 빛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시인 이종암(mulgasarang@hanmail.net)
1999년 동인지《푸른시99》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고, 시집으로《물이 살다 간 자리》로 등단. 발간한 시집은《저, 쉼표들》,《몸꽃》,《꽃과 별과 총》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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