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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의 해외 양도가 법적으로 금지된 프랑스서 아프리카 베냉 문화재들은 어떻게 반환될 수 있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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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랑스퀼튀르(TransKultures) 문화 협회의 김현주 대표이사 인터뷰 


지난 7 27일부터 3일간 파리 1구에 위치한 세브르 갤러리의 이우환 전시에서 다소 이색적인 부대 행사가 열렸다. 바로, 트랑스퀼튀르(TransKultures) 문화협회의 <문화유산 까이예. 베냉 시리즈 Cahiers du patrimoine, série Bénin> 사업 설명회인데, 본 사업은 2021년 프랑스가 베냉에 반환한 26점의 보물을 기반으로 한 문화유산 교육사업으로, 본 협회의 김현주 대표이사가 사업을 소개하고 참석자들과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김 대표이사는 유네스코 파리본부에서 다년 간 아프리카 문화교육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온 국제기구 출신이자, 한국의 산사, 단청, 간화선 등 한국의 문화유산을 프랑스에 소개하고 최근에는 <직지>의 불역 출판 사업에 감수자로 일조를 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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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 까이예. 베냉 시리즈> 프로젝트를 설명 중인 김현주 트랑스퀼튀르 대표이사


최근 프랑스를 비롯하여 유럽에서 문화재 반환 문제가 주요 이슈로 부각되었으며, 다수의 우리의 문화재가 해외에 소재하고 있는 만큼 <파리광장>은 행사장을 찾아 취재를 한 후 별도로 인터뷰한 내용을 이번 호에서 심도있게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문화유산 까이예 > 사업의 취지와 의의에 대해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본 사업은 프랑스가 베냉에 반환한 다호메 왕조(현재 베냉)의 보물 26점을 활용하여, 베냉 청소년들의 교육을 도모하는 사업으로서, 문화유산이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뿌리를 일깨워줌과 동시에 미래의 창의적인 세계시민으로 성장하는데 주요한 매개체라는 관점이 바탕에 깔려있습니다.  문화재 반환에 이어, 다호메 왕조의 예술가와 장인들이 남긴 우수한 문화유산을 기초로 하여, 교육적 콘텐츠로 개발하고 이것을 5만권의 문화유산 까이예(cahiers du patrimoine)의 형태로 제작하여 베냉의 청소년들에게 보급하는 것이 본 사업의 골자입니다.

 

사업이 문화유산 반환에 관한 것은 아니지만, 문화유산을 반환한 베냉 정부의 국책 사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들었는데, 부연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베냉 정부는 문화를 국가의 성장동력이자 베냉을 세계에 드러낼 수 있는 전략적인 분야로 삼고 있으며, 이러한 틀 안에서 국제적 수준의 박물관 건립 사업들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대통령실 직속에 관광유산 전담기구’(ANPT)를 설치하여, 이 기구가 26점 보물의 환수에서부터 이 보물들을 소장할 다호메 왕조와 여성 전사들 박물관’(이하 ‘MuRad’)의 건축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업들을 총지휘하고 있습니다. 본 기구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트랑스퀼튀르 협회는 2023 8, ANPT의 초청으로 뮤지엄 건설 현장들을 시찰하고 왔으며, <문화유산 까이예 >는 이러한 연장선에서 기획된 사업입니다.

 

‘MuRAD’ 가 건축될 아보메(Abomey) 시는 반환 보물 26점이 프랑스 군대에 의해  약탈된  현장이라고 알고 있는데, 현장을 다녀온 소감이 어떠했는지요 ?

다호메 왕조(1625-1894)의 옛 수도인 아보메 시는 문화적, 역사적 가치가 높은 도시로서, 시가지 전역에 걸쳐 들어서 있는 왕궁들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습니다. 백문이불여일견이라는 옛말 그대로, 생생한 역사의 현장을 돌아보면서, 문화재 반환의 의의를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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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 베냉의 관광유산 전담기구(ANPT) 초청으로 베냉을 방문한 트랑스퀼튀르 대표단 

(왼쪽부터 ANPT 총괄하고 있는 Alain GODONOU 국장, 김진아 아트디렉터, 김현주 대표이사)   사진: 트랑스퀼튀르 제공

 

베냉의 보물 26점은 19세기 말 도즈 제독(Général Dodds)이 이끄는 프랑스 군대가 다호메 왕국을 점령하여 약탈해간 왕궁의 보물들 가운데 일부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지구의 다른 한 편에서는 프랑스의 함대에 의해 외규장각이 불타버리고 의궤가 약탈되어간 역사를 떠올리면서 감회가 남달랐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약탈되어간 우리의 의궤와 베냉의 보물 26점이 이후 프랑스 국립도서관과 박물관에 각각 기증되어 오랜 유배생활을 하다가 고국으로 돌아왔습니다. 물론, 베냉의 보물은 반환된 반면 우리의 의궤는 장기대여라는 차이점이 있긴 하지만요.

 

베냉의 보물과 마찬가지로 외규장각의 의궤 또한 프랑스 군대가 무력으로 약탈해간 문화재인데, 왜 의궤는 대여에 그친 반면, 베냉의 보물은 반환될 수 있었나요?

주지하다시피, 프랑스는 공공재인 문화재의 불가양도 원칙이라는 법적 근거에 따라, 약탈 문화재에 대한 반환 요구를 일축해 왔습니다. 이 법은 우리가 외규장각 의궤 반환을 시도하던 당시에도 주된 걸림돌로 작용하였는데, 20여년에 걸친 한불 간의 지난한 협상 끝에, 외규장각 도서가 장기 대여의 조건으로 고국으로 돌아왔습니다. 반면, 베냉의 보물 26점은 대여가 아닌 반환입니다. 약탈 문화재가 물리적으로 고국으로 돌아왔다는 점에 있어서 이 두 사례를 동일하게 이해하는 경우가 있으나, ‘대여반환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하겠습니다. ‘반환은 불법적으로 약탈해간 소유물을 돌려준다는 의미로서, 프랑스가 베냉에 약탈해간 과거의 사실을 인정함을 전제로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소유권이 프랑스 정부에서 베냉 정부로 온전히 옮겨감을 의미합니다. 반면, ‘대여는 이와 같은 과거의 역사에 대한 인정도 소유권의 이전도 수반하지 않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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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 까이예. 베냉 시리즈 > 홍보 노트 4  사진: 트랑스퀼튀르 제공


이번 행사기간 중에 유엔인권위원회 베냉 대사이자, 베냉의 문화재 반환 협상 테이블에서 큰 역할을 하신 안젤로 단(Angelo DAN) 대사님이 참석하셨는데, ‘반환이라는 명칭을 두고 베냉과 프랑스 정부가 얼마나 팽팽하게 맞섰는지에 대해 생생한 경험담을 들려주셨습니다. 반환(restitution) 대신 귀환 (retour)과 같은 대체 용어들을 제안하는 프랑스 정부에 맞서 베냉 정부는 끝까지 반환을 고수하기 위한 협상을 이어갔고, 이 반환에 관한 법안이 통과되어 결국 베냉의 보물 26점이 반환되는 이례적인 일이 일어났던 것입니다. 이 사례는 그동안 법적 차원에서 접근해오던 문화재 반환 문제를 윤리적이고 관계적인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상당하며, 우리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끝으로, 현재 대표이사님은 <문화유산 까이예 >  사업을 추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MuRAD’ 박물관 준비를 위한 국제과학심의회의 전문가로 활동하고 계시는데, 한국인으로서 프랑스에 소재하고 있는 한국 문화재가 아니라 베냉의 문화재와 관련된 활동을 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문화유산 까이예> 사업은 문화유산을 통해 국가와 국가들의 협력을 도모하는 사업입니다. 제가 유네스코 재직 시절 말리의 문화재를 활용한 교육사업을 실시한 적이 있는데, 이 경험이 이번 베냉 사업을 기획하는데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현재 문화재 반환이 국제사회에서 주요하게 부각되고 있으며, 세계시민으로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봅니다. 또한, 외규장각 의궤와 베냉의 보물 26점의 공통된 역사적 편력을 생각해볼 때, 한국인으로서 특별한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이번 행사를 위해, 베냉의 문화유산 전담기구(ANPT)의 협조 뿐만 아니라 국내 지역의 1인 출판사를 비롯하여 ()쿠드와 같은 기업에 이르기까지 국내의 여러 참여에 힘입어, 사업 홍보 노트를 한국에서 제작하여 파리에서 소개할 수 있었습니다. 행사장에 참여하신 베냉의 단(DAN) 대사님이 노트를 보시고, « 감동받았다 »는 첫마디에 이어, 본 사업이 베냉의 보물 반환 이후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움직임에 비추어볼 때 매우 시기적절한 시도이자 국제문화협력에 있어서 모범적인 사례라고 지적하셨음을 이 자리를 빌어 상기시키고 싶습니다.

 

<파리광장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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