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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형 작가 <프로방스 여행> 연재(10) -마르세유의 조각가 피에르 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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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광장은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이재형 작가의 프랑스 르퓌 산티아고 순례길 저서

<프랑스를 걷다>와 <나는 왜 파리를 사랑하는가>연재 이후, 

<프로방스 여행-내 삶이 가장 빛나는 순간으로>연재합니다.

연재를 허락해 주신 이재형 작가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르 파니에 동네를 돌아다니다 보면 이 서민 동네와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거대한 장미색 석조 건물을 볼 수 있다. 3층짜리 건물은 샤리테(Charité, ‘자선이라는 뜻)라고 불린다.


17세기, 전쟁이 나고 기근이 들고 역병이 돌자 많은 사람들이 집이나 일자리를 잃고 마르세유의 길거리를 떠돌아다녔다. 그러자 마르세유 시의회는 이 사람들을 모아 깨끗한 시설에 수용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빈민 보호시설이라기보다는 감옥에 가까운 샤리테 건물이 르 파니에 동네 한가운데 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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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세유의 샤리테 건물


이 건물의 설계는 이 동네에서 태어나고 자란 건축가 피에르 퓌제(1620~1694)에게 맡겨졌다. 샤리테는 회랑이 장방형 모양의 중정을 둘러싸고 있는 석조 건물(이 건물에는 바깥쪽으로 나 있는 창문이 없다) 4채로 이루어져 있다. 중정 한가운데에는 코린트 식 기둥이 서 있는 현관을 통해 들어가는 아름다운 예배당이 있는데, 타원형 지붕으로 덮여 있다. 샤리테는 바로크 건축의 걸작이다!


19세기 들어 이곳은 노인들과 어린아이들을 수용하는 구제원으로 바뀌었다가 다시 군인들의 숙소로 쓰였다. 그 이후에 하마터면 철거될 뻔했으나 이에 반대하며 목소리를 높인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 덕분에 보존될 수 있었다. 지금은 완전히 보수되어 아프리카·오세아니아·아메리카 인디언 박물관과 지중해 고고학 박물관, 임시 전시장, 영화관, 도서관 등으로 쓰이고 있다.


파리 루브르 미술관에는 샤리테를 건축한 퓌제의 조각 작품 3점이 전시되어 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크로토나의 밀론〉이다.

밀론은 고대 그리스 시대에 개최된 각종 운동경기에서 30여 차례나 우승한 장사였다. 어느 날 그는 숲속을 걸어가다 나무 밑동에 쐐기가 박혀 있는 것을 보았다. 평소에도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걸 좋아했던 그는 쐐기를 뽑으려고 나무 밑동을 힘으로 벌리다가 손이 나무 틈새에 끼고 말았다. 그는 손을 빼내려고 애쓰다가 탈진한 상태에서 늑대에게 잡아먹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퓌제는 밀론이 늑대 대신 더 위엄 있고 힘센 동물인 백수의 제왕 사자에게 잡아먹힌 것으로 표현함으로써 이 장사에게 걸맞은 대우를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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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퓌제의 <크리스토나의 밀론> 


이 조각은 원래 베르사유궁에 설치되어 있었는데, 루이 14세가 치워버리라고 명령했다. 그가 가진 절대 권력 역시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라는 사실을 이 조각이 상기시켜 주었기 때문이리라.

 

프로방스의 작가 마르셀 파뇰

마르셀 파뇰(1895~1974)은 작품에서 자신의 고향인 프로방스 지역 사람들 특유의 정서와 일상, 사고방식, 풍속을 세심하게 묘사한프로방스의 작가. 1895년 마르세유 근처의 도시 오바뉴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때부터 희곡에 관심을 보여 두 편의 희곡〈자즈〉(1927)와 〈토파즈〉(1928)로 성공을 거두었다. 특히 〈토파즈〉는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공연되는 레퍼토리다.


그 이후로 마르셀 파뇰은 연극과 영화에 집중하여영화화된 연극의 거장이 되었다. 이는 특히 희곡으로 쓰였다가 영화화된 그의 유명한 마르세유 3부작 〈마리우스〉와 〈파니〉, 〈세자르〉 덕분이다. 또한 그는 〈마농〉과 〈메를뤼스〉, 〈우물 파는 인부의 딸〉, 〈아름다운 방앗간 여주인〉 같은 작품이나 또 다른 프로방스 작가 장 지오노의 작품을 각색한 〈빵집 마누라〉, 〈앙젤〉, 〈소생〉 같은 영화의 감독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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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파뇰의 <빵집 마누라>의 한 장면 


특히 〈빵집 마누라〉는 프랑스의 국민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영화는 장 지오노가 자신의 추억을 모아놓은 《장 르블루》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여러 에피소드 중 하나가 〈빵집 마누라〉라는 영화의 출발점으로 쓰인 것이다. 그러나 마르셀 파뇰은 장 지오노의 이 단편에 극적 차원을 부여하여 살을 붙이고 내용을 풍부하게 만듦으로써 완전히 별개의 작품을 만들어냈다.


이 영화는 프로방스의 어느 마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이야기다. 이 이야기에는 사제와 세속적이고 공화주의자인 교사, 국수주의자이자 왕정주의자인 후작, 하녀 셀레스트 등 마르셀 파뇰 작품의 전형적인 인물들이 등장한다. 빵집 주인의 아내가 바람이 나서 도망친(그래서 이 불쌍한 빵집 주인은 더는 빵을 굽지 않는다) 이 사건은 마을 전체의 사건이 될 것이며, 이 사건이 해결되려면 모든 마을 사람들이 힘을 합쳐야만 한다. 그래서 영원한 숙적인 교사와 신부가 힘을 합치고, 후작이 앞장을 선다.


〈빵집 마누라〉는 마을의 민주주의에 관한 영화다. 이 공동체 구성원 중 한 명이 당하는 불명예는 곧 공동체 전체의 불명예이며, 빵집 주인의 명예를 회복하려면 모두가 나서야 한다. 바로 이것이 마르셀 파뇰의 영화가 전하려는 메시지다. (다음 호에 계속)


<글 사진: 이재형 작가>


1, 이재형 작가와 함께 하는  "파리구석구석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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