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형 작가 <프로방스 여행> 연재(4) - 〈별이 빛나는 밤〉속 실편백나무의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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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광장은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이재형 작가의 프랑스 르퓌 산티아고 순례길 저서
<프랑스를 걷다>와 <나는 왜 파리를 사랑하는가>연재 이후,
<프로방스 여행-내 삶이 가장 빛나는 순간으로>연재합니다.
연재를 허락해 주신 이재형 작가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고흐가 자진해서 입원한 생레미드프로방스 소재 생폴드모졸레 정신병원(Monastery St. Paul de Mausole) 매표소를 지나면 맨 먼저 반 고흐의 자화상 복제품(오르세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이 우리를 맞이하고, 거기서 몇 걸음 옮기면 붓꽃이 눈에 띈다. 반 고흐는 1889년 5월 첫 번째 발작을 일으키기 전에 이 정신병원 정원에서 일을 하며 〈붓꽃〉을 그렸다. 일본 우키요에의 영향을 받은 이 작품에서는 그가 이후에 그리게 될 많은 작품에서 엿보이는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어쩌면 〈붓꽃〉은 광기에 빠지지 않으려는 그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는지도 모른다. 테오는 이 작품의 진가를 알아보고 그해 9월 파리에서 열린 앵데팡당전에 출품했다.
반 고흐의 <자화상>
반 고흐의 <붓꽃>
자드킨의 반 고흐 전신상
〈별이 빛나는 밤〉 속 실편백나무의 상징
길 왼쪽에는 러시아 출신 조각가 자드킨(1888~1967)이 조각한 반 고흐의 흉상이 서 있고, 정신병원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1층에 동생 테오가 보낸 편지를 왼손에 들고 있는 반 고흐의 전신상이 관람객을 맞는다. 이 전신상 역시 자드킨의 작품으로, 1992년에 파리 자드킨 미술관이 보유하고 있던 반 고흐의 석고상을 두 번째로 청동 주조한 것이다. 이 전신상은 1965년 처음으로 청동 주조되어 그다음 해 정신병원 건물로 들어오는 길에 설치되었으나 1989년에 도난당했다가 2009년에 발견되어 지금은 생레미드프로방스의 알피으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정신병원 2층, 반 고흐의 방
정신병원 2층에는 반 고흐의 방이 있다(아틀리에는 1층에 있었다). 달랑 침대와 의자, 화가(畫架)뿐. 이 방에 처음 들어서는 순간, 그는 너무나 절망스러워서 고독 속에 자신을 고립시켰을 것이다. 정신병원에 30년이나 갇혀 있다가 죽음을 맞이한 ‘저주받은’ 조각가 카미유 클로델(쥘리에트 비노슈가 카미유 클로델 역을 맡은 영화 〈카미유 클로델, 1915〉(브뤼노 뒤몽 감독, 2013)은 생폴드모졸레 정신병원에서 촬영되었다)처럼 말이다.
하지만 정신병원에 들어간 뒤로 조각을 그만둔 카미유 클로델과는 달리 반 고흐는 여기 갇혀 있던 1년 동안 〈별이 빛나는 밤〉과 〈붓꽃〉 연작, 〈꽃을 피운 아몬드나무〉, 〈밀밭〉, 〈실편백나무〉, 〈자화상〉 등 150여 점에 이르는 유화와 100여 점에 달하는 데생을 그린다. 그의 고통은 하늘에 보이는 나선과 밀밭의 소용돌이, 울퉁불퉁한 나무줄기로 표현되었다.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이곳에서 머문 1년 사이 그는 건강이 점점 나빠졌다. 그럼에도 정신착란으로 인해 세 차례 심각한 발작을 일으켰을 때를 빼고는 계속 그림을 그렸다.
1888년 가을 아를에 살 때 〈별이 총총한 밤〉을 그렸던 반 고흐는 생레미에서 다시 〈별이 빛나는 밤〉을 그린다. 작품의 3분의 2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하늘에는 달과 금성 별들이 있다. 별들과 달, 금성은 후광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성운을 연상시키는 소용돌이가 하늘에 휘몰아치는 듯 보인다. 아래쪽에는 반 고흐의 방에서 보이는 생 레미 마을이 있다. 마을 뒤쪽으로 알피산맥이 보이고, 하늘과 알피산맥 사이에 구름이 낮게 깔려 있다.
전경에 그려진 실편백나무는 흔히 죽음의 상징으로, 묘지의 나무로 여겨진다. 반 고흐 자신의 말에 따르면 ‘죽음은 곧 해방’이다. 그것이야말로 땅에서 하늘로 올라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1890년 5월 19일 파리로 올라가서 동생 테오를 잠깐 만난 반 고흐는 오베르쉬르와즈 마을로 떠났고, 70일 뒤에 하늘로 올라가 그렇게 별이 되었다.
생레미드프로방스는 노스트라다무스(1503~1566)가 태어난 마을로 그의 생가(6, rue Hoche, 13210 Saint-Rémy-De-Provence)가 있다.
<글 사진: 이재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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