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재불청년작가협회 신입전 « 사 이 시 옷 sa.i.si.o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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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14일(목) 19시부터 파리 15구에 위치한 퐁데자르 갤러리에서 재불 청년작가협회의 신입전, « 사 이 시 옷 sa.i.si.ot » 오프닝이 있었다.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젊은 한국작가들의 미술단체인 재불청년작가협회는 1983년에 창립되어, 해마다 정기전과 기획전을 해오고 있으며, 새로 들어온 젊은 신인작가들의 신입전을 개최해오고 있다.
이번 신입전은 비디오 설치에 곽보라, 사진에 김기훈, 비디오 작업에 엄도현, 회화에 이성아, 설치에 홍성연 등 다섯 명의 작가들의 개성있는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으며, 전시 큐레이팅은 민경희 씨가 맡았다.
전시 제목인 <사이시옷>은 <어제> 와 <밤>이 합쳐질 때 중간에 시옷이 들어가 <어젯밤>이 되듯, 한국어에서 두 개의 단어가 어울려 하나의 명사를 이룰 때 그 사이에 소리가 덧생기는 현상을 일컫는다. 사이에 들어가는 시옷을 통해 단순한 의미의 누적이 아닌 새로운 뜻을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여러개의 이미지를 나란히 놓았을 때 단순한 병렬이 아닌 내포된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이번 전시를 준비한 작가들의 공통된 작업 주제가 되었다고 한다.
9월 14일 파리 퐁데자르 갤러리는 오프닝 준비로 부산했다. 갤러리에 들어서자마자 같은 듯하면서도 다른 이미지의 어떤 소년 사진이 눈에 띄고 그옆에 녹슨 철문이 구부려져 있는 풍경 사진이 있고, 갤러리 안쪽에는 가죽 옷들이 설치되어 있다. 언뜻보니 가죽 자켓의 허리를 동여매어 놓아 우리의 전통 의상인 한복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다. 그안쪽에는 꼴라주 기법을 가미한 하얀색 회화 작업이 있다. 갤러리 지하에는 윗층에서 보았던 녹이 있는 사진을 비디오 작업으로 재현해놓은 영상이 돌아가고 있었고, 그옆에는 핸드폰 화면 여러개를 이어붙여놓은 화면들이 나오고 있었다.
전시에 참여한 신인 작가들을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엄도현 작가는 사진과 비디오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3년전 이곳에서 세월호 참사를 접하고는 아무것도 할수 없는 무기력함에 힘들하면서, 작품으로 표현해보고자 했다. 그가 이번 전시에 대표적으로 내놓은 휘어진 ‘녹’슨 철문이 있는 풍경 사진을 찍을때는 세월호가 인양될 즈음이었다. 그의 작품 제목을 <녹 le Rouille>으로 정하면서, 3년동안 깊은 바다 밑에 있어 크게 녹슨 세월호를 연상했다고 한다. 시간성을 나타내는 ‘’녹’’에 공간성을 더해서, 컴퓨터 화면과 핸드폰을 든 작가 사이의 공간을 이용, 컴퓨터 화면을 상대로 핸드폰으로 찍은 여러 사진들을 비디오로 재현해내었다. 화면은 마치 그의 녹슨 풍경 사진을 연상하듯 파편들이 퍼져나가며 100여장의 사진들이 영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엄도현 작가는 이렇게 서서히 변형되는 이미지와 그 의미에 대해 보는 이로 하여금 명상하게 하게 한다.
김기훈 작가의 같은듯 다른 사진 작품을 보면, 같은 인물의 두 사진이 있는데, 표정이 다르다. 왼쪽의 사진은 카메라를 의식하고 있는듯 살짝 미소까지 띄고 있고, 오른쪽 사진은 별생각없이 멍한 상태인듯한다. 이에 김기훈 작가는 타인으로부터 판단되는 나 자신과 고유한 나 자신과의 사이, 즉 관계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그 사이는 어떻게 발생되는지에 대한 것이 항상 궁금하고 흥미로웠다고 한다. 그래서 촬영 기법은 왼쪽 사진은 모델이 사진 찍는다는 것을 의식했을때, 즉 보여지고 싶은 자신으로 모습으로 나타내고자 했고, 오른쪽 사진은 무의식적으로 있을때 사진을 찍은 것이다.
핸드폰과 카메라를 와이파이로 연결해서 모델을 혼자 공간 안에 두고 10, 20분이 지나고 나서 어느 순간 다른 공간에 있던 작가가 리모컨으로 사진을 찍은 것이다. 김기훈 작가는 이렇듯 모델의 의식과 무의식적 시각의 순간을 대조함으로써 정체성과 그 정체성을 정의하는 방식에 대해 질문한다.
버려진 가죽옷을 이용해 독특한 질감의 설치 작업을 선보인 홍성연 작가에게 작품 의도를 묻자, 그는 보여지는 작품에서 관객들이 추리해 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되기에 작품에 대해 많은 이야기는 안하는데, 어느 정도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가죽 옷을 사용하면서 남성과 여성을 구분했는데, 그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고자 했다고 한다. 그리고 소재로 사용된 가죽을 택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요즘 패스트 패션 때문에 버려지는 가죽 옷이 많고, 윤리적인 이유 때문에 가죽을 사용하지 말자고 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래서 버려지고, 트렌드에 맞지 않아서 실용성이 없어진 옷들을 가지고 다시 사용해서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특히 누군가의 살아온 이야기가 묻어져 있을법한 사용된 가죽 옷을 활용해서 남과 녀를 표현함으로써 관계성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자 했다.
휴대폰 화면을 즐비하게 이어서 영상으로 표현한 곽보라 작가의 비디오 설치 작업 제목은 <모바일 자화상Mobile Self-portrait>이다. 작가는 자화상이라면, 옛날에는 화가들이 자신의 얼굴을 그렸는데 이제는 얼굴만으로 자화상을 내세울 시대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자화상을 대체할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을 해보다가, 인터넷에서 본인 인증을 할때 핸드폰을 많이 사용하는만큼, 그것은 나만 가질수 있는 아주 개인적이고, 유일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핸드폰이 작가 자신의 자화상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작가는 핸드폰을 사용하는 모습이 자신을 잘 표현할수 있는 것 같아, 자신이 사용하는 모습들을 저장해서 나열하고 있다고 한다. 작가는 이 작업을 계속 진행해 가면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스티로폼과 종이의 흰 배경에 아크릴 물감으로 흰 꽃을 그려내는 이성아 작가의 회화 시리즈는 단색화 속에 이미지를 드러나게 하거나 반대로 감추는 작업을 통해, 추상과 구상 사이의 경계를 넘나든다.
작업 바탕 재질을 다양하게 한 이유는 같은 하얀색이라도 바탕 재질에 따라서 다른 하얀색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스티로폼이 유성인데 그 위에 아크릴이라는 수성 물감을 사용하면 작품 보존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작가는 종이와 꽃 말린 것을 붙여놓고 그 위에 아크릴 물감을 덧칠했다고 하는데, 그는 몇 년이 지나서 벗겨지거나 뜯어질지라도 그게 하나의 히스토리가 되기에 좋을 것 같다고 한다. 작품을 잘 보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간이 지나 작품이 변화하는 과정을 보는 것도 의미있다고 했다. 작품 속에는 어느 정도 색이 들어가 있는데, 작가는 그 색을 지워나가는 작업을 하고 있다. 빛에 따라 바탕 색의 뉘앙스가 보여지기도 한다. 왜 하얀색이냐고 작가에게 물었다. 이에 작가는 벽이 흰색이라는 것을 기준으로 그 위에 흰색 그림을 걸 의도로 작업을 했다고 한다. 왜냐하면 흰색위에 흰색은 눈에 띄지 않는다. 작품은 존재하는데 잘 보이지 않는다.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간감을 느끼고자 했다. 작품을 마주하고 있는 나와 그 공간 안에서 그림들이 벽하고 어우러져 있는, 회화만이 아닌 공간 작업까지 연결시켜보고자 택한 하얀색이었다고 한다.
이날 오프닝 행사로 팝재즈 가수 뤼디아 송 Rudia Song의 공연이 있었다. 한국, 프랑스, 미국 곡 6곡을 들려주었는데, 감미로운 재즈의 선율이 가을의 정취를 더해 주었다.
<파리광장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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