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재불화가, 고 한묵 화백 « 조우(遭遇), 모던아트협회 1957-1960 »전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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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5-10-24 02:05 조회 97 댓글 0본문
고 한묵 화백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사진 제공: 노치욱 작가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김성희)은 1세대 모더니스트들의 삶과 예술을 통해 한국 현대미술사의 전환기를 조명하는 전시 《조우(遭遇), 모던아트협회 1957-1960》을 2025년 10월 2일부터2026년 3월 8일(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한다. 모던아트협회 창립을 주도한 재불화가, 고 한묵 화백의 처음 공개되는 작품들을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다.
한묵은 한국 기하학 추상미술의 1세대 화가로 1957년 황염수, 유영국 등과 모던아트협회를 결성했고, 1961년에는 작업에 집중하고자 교수직을 관두고 프랑스로 떠나 주로 파리에서 활동했다. 한묵은 한국 기하학적 추상회화의 선구자로 기록된다.
모던아트협회는 해방과 한국전쟁을 겪은 뒤 새로운 미술을 지향한다는 이념으로 중견 화가들이 모여서 1957년에 창립했다. 한국 최초로 현대회화 그룹의 성격을 지닌 단체로서 화단의 주목을 받았으며, ‘국전의 일방적인 방법론에 상대적인’ 동인전을 표방하고 출발하여 화단에 모더니즘의 새로운 양식을 심고자 했다. 협회는 일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추상화와 질서와 사유를 중요시하는 온건한 모더니즘을 실험하며, 1957년부터 1960년까지 여섯 번의 전시를 열었다.
작가들은 일상 풍경, 자연, 역사, 신앙적 생각 등을 추상적으로 표현했고, 특정 스타일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실험을 이어갔다. 이로써 모던아트협회는 한국적 모더니즘을 집단적으로 논의한 첫 사례가 되었다. 창립회원으로는 한묵, 유영국, 이규상, 황염수, 박고석이었고, 후에 김경, 정규, 문신, 천경자, 정점식 등이 조우했다. 1962년 11월 제7회전을 마지막으로 해체되었다. 비록 활동은 멈췄지만, 생활과 예술을 연결한 조형적 실험은 이후 단색화 기하학적 추상과 민중미술의 현실 참여에도 영향을 주었다.
이번 전시는 협회의 작품과 기록을 모아, 1950년대 후반 한국 미술계의 논의와 실험의 장을 다시 보여주고 있다. 전시는 김경, 문신, 박고석, 한묵, 황염수, 유영국, 이규상, 임완규, 정규, 정점식, 천경자 등 11명의 작가가 참여한 모던아트협회의 활동을 중심으로, 156점의 작품과 30점의 아카이브를 선보인다. 전쟁 직후의 궁핍한 현실과 재건의 긴장 속에서, 이들이 추구한 ‘현대회화의 문제’와 ‘제3의 실험’을 다시 살펴볼 수 있다.

전시 제목에 사용된 서체 「모던아트協會」는 제1회 모던아트협회 전시 리플릿에 실린 한묵의 글씨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전시는 ‘모던아트협회 이전(살며, 그리며)’, ‘모던아트협회 1957-1960(열린 연대)’, ‘모던아트협회 이후(서로의 길)’, 세 시기로 구성된다. 협회의 형성과 전개, 해산 이후의 변화를 따라가며 당대 작가들의 예술적 실험이 지닌 시대적 의미를 돌아본다.
1부, ‘살며, 그리며’-모던아트협회 이전
한국전쟁은 미술가들의 삶과 창작 환경을 근본적으로 뒤흔든 사건이었다. 한묵의 <꽃과 두개골>(1953), <모자(母子)>(1954)는 전쟁의 비극을 담고 있으며, <판자집(하꼬방) 풍경>(1953), 박고석의 <범일동 풍경>(1951) 등은 피난지에서의 삶을 그렸다. 문신의 <서대문에서>(1958), <도시풍경>(1959)은 서울에서 활동을 시작한 그가 보여준 새로운 조형 실험을 담고 있다. 이 작품들은 모던아트협회가 학연과 지연, 성별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예술적 실험을 포용한 열린 공동체였음을 보여준다.
2부, ‘열린 연대-모던아트협회 1957-1960
모던아트협회 활동 시기 작품 71점이 작가별로 전시된다. 1957년 한묵, 박고석, 황염수, 이규상, 유영국이 참여했던 동화화랑에서의 제1회전을 시작으로 1960년까지 여섯 차례 전시가 이어졌으며, 문신, 정점식, 정규, 김경, 천경자, 임완규가 합류하면서 활동의 폭이 넓어졌다. 당시의 신문비평과 기사를 바탕으로 출품작을 확인해 전시와 자료를 구성하면서 제4회 전시 출품작인 박고석의 <탑>(1958), 제5회 전시 출품작인 황염수의 <나무>(1950년대), 한묵 <태양의 거리>(1955) 와 전시 사진 등을 발굴, 최초 공개한다. 협회는 특정 양식을 강요하지 않고, 구상, 추상, 표현주의, 절대추상 등 다양한 조형 언어를 수용했다.
3부 ‘서로의 길-모던아트협회 이후
모던아트협회가 해산된 이후, 1970년 중반까지 개별 작가들의 작업과 활동을 보여주는 작품과 아카이브로 구성되었다. 1961년 문신과 한묵이 각각 «도불(渡佛)전»을 치루고 파리로 유학을 떠나고 뒤이어 김경(1965), 이규상(1967), 정규(1971)가 순차적으로 짧은 삶을 마감하면서 1960년 6회 전시를 끝으로 모던아트협회는 해산되었다.
« 조우(遭遇), 모던아트협회 1957-1960 »전시장 전경 사진 제공: 노치욱 작가
유영국의 <새벽>(1966), 한묵의 <무제>(1965)는 처음으로 공개되는 작품으로, 추상적 조형 실험을 지속하면서 독자적인 화풍이 자리잡던 초창기 작업을 보여준다. 박고석의 <소>(1961) 역시 처음 공개되는 것으로, 그의 작품으로서는 이례적인 기하학적 추상 회화이다. 정규의 도자기, 판화, 유화와 문신의 부조, 펜드로잉 작업도 함께 선보인다. 또한 1963년 개인전에 출품한 이규상의 회화, 1960년대 후반 박고석의 산 그림 등은 작가들의 예술적 변모를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2층의 보이는 수장고에는 1970년대부터 ‘장미의 화가’로 알려진 황염수의 장미 연작과 팬지, 해바라기, 양귀비를 그 작품 22점을 집중 감상할 수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또한 전시기간 동안 연구 및 기획자 대상의 ‘현대미술사 라운드테이블’ 한국전쟁 전후 시대적 맥락과 현대미술의 전개를 주제로 한 교사 및 학생 대상 프로그램, 유화의 보존과학 관련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모던아트협회의 형성과 전개, 그리고 해산 이후의 흐름을 보여주는 작품과 자료를 통해 1950년대 후반 한국 미술가들의 치열한 고민과 실천을 돌아보고자 한다. 모던아트협회 작가들이 던졌던 질문, ‘예술은 어떻게 시대의 현실과 만나고, 생활과 사유의 언어가 될 수 있는가’는 여전히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자료 제공 : 노치욱 작가, 파리광장 재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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