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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다섯 번째 꿈, 봉주르 파리> 발간한 재불화가, 오천룡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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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5-10-21 05:00 조회 4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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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생활 50여 년의 회고록

-"20세기 역사서, 미술사서, 철학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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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불화가 오천룡 화백이 <다섯 번째 꿈, 봉 주르 파리> 라는 제목으로 파리 생활 50여 년의 회고록을 발간했다. 4년 전 발간된 <서울의 햇빛, 파리의 색채>가 절판되었기 때문에 출판사를 바꾸고 책 제목을 바꾸어 재출판된 책이다. 오천룡 화백은 서울대 미대를 졸업하고 “서양 그림이 과연 어떻게 생겼는지 실제로 한번 보고 싶다”며 1971년 프랑스 파리로 왔다. 이후 아카데미 그랑드 쇼미에르를 거쳐 파리국립고등미술학교에서 수학했다. 


그의 작품은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변화가 있었다. 예전 그의 아틀리에에서 접했던 작품들에서 입체적인 느낌을 받은 기억이 있다. 색상의 가치를 최고로 살리는 작가가 색을 생략하고 선 작업을 했던 작품들을 접했기 때문이었다. 색채에서 무채색으로 또 다시 색채로 가는 과정을 이야기 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얼마전 100년 된 파리의 식당에서 만난 오천룡 화백과는 작품 이야기 보다는 세상살이 이야기를 더 많이 하게 되었다. 파리에서 50여 년을 산, 나이 80을 훌쩍 넘긴 한국 화가가 프랑스와 프랑스인들, 그리고 세상을 보는 시선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그날 지난 8 월에 발간한 그의 회고록을 건네 받았다. 표지는 오 화백이 17세, 26세, 그리고 71세에 그린 작품들로 장식 되어있었으며, 그의 서명이 세로로 그림들 사이에 흩날리듯 자리하고 있었다. 책 제목이 <다섯 번째 꿈, 봉주르 파리>다. 왜 ‘다섯 번째 꿈’일지 궁금했는데 책을 읽어 보고는 바로 알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편안했고, 자주 미소가 머금어지는 순간들이 있었으며, 그 옛날 프랑스에서 활동하던 한국 화가들의 삶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지금의 프랑스가 있기까지의 역사와 거기에 함께한 인물들에 대해 잘 알 수 있었다. 파리 8대학 조형미술과에서 수학한 홍현아 화가는 책의 추천글에서 «수필집의 형식을 띠고 있으나, 오히려 20세기 역사서, 미술사서, 철학서라고 할 만큼 많은 것을 품고 있는 책이었습니다. 서울과 파리라는 지리적 여행만이 아니라 작가가 온몸으로 겪은 전 후 한국미술의 역사와 서구 유럽미술의 흐름을 솔직하고 친절한 어법으로 설명해줍니다. 미술을 전공하는 학생은 물론, 창작활동으로 어려움에 빠진 분들께 추천하고 싶습니다. »라고 했다. 


책을 읽고 난 뒤 인터뷰를 위해 다시 오천룡 화백을 만났다. 


책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어떻게, 왜, 책을 발간하셨는지요 ? 

-파리에서 살아온 삶의 이야기에요. 먼저 온 사람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알리고 싶었고요, 책 서문에도 말했지만, 내가 과연 누구인가? 그것을 알고 싶었어요. 그래서 태어나서부터의 역사를 글로 만들어본거에요. 회고록이에요. 제 일생을 회고한거죠. 더 오래 살아 90 살이 되면 그때는 참회록을 쓸거에요. 사람이 태어나서 참회를 한 번하고 죽어야 되잖아요. 


글쓰기를 생활화하셨던가요?

-컴퓨터가 비인간적이라 좋아하지 않았어요. 고독하게 사는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 프낙에서 컴퓨터를 사고,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여기는 한글 자판이 없으니 한글 자판을 찾아서 프린트를 해서 벽에 부쳐서 암기하기 시작했는데, 2년 후에 안보고 치게 되 었어요. 그렇게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글 게재하고 블로그 관리하기에 네이버가 편리했어요. 블로그에 글이 천개 이상 올라가 있어요. 거기에 제 삶이 담겨져있어요. 이 책은 블로그에 있는 글뿐만 아니라 다른 글도 있어요. 

글은 3D에요. 글이라는건 읽는 순간에 그때의 공간이 그대로 살아나요. 사진은 그냥 평면이쟎아요. 그런데 글로 쓰면 3 dimension으로 보여요. 공간이 그대로 담겨 있는 것은 글이에요. 사진은 하나의 현상이지만 글은 진실이고 사실이에요. 제가 쓴 글을 읽으면 사진을 봐서는 생각지 못한, 그때 당시의 추억이 글자로 앞에 펼쳐져요. 그래서 글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요즘 사람들이 책을 안보는 것 같은데요 글이 3D 라고 하신게 인상적입니다. 책을 워낙 좋아하시는거 같습니다.

-글쓰기 위해서도 많이 읽어야 돼요. 아는 화가에게 그림만 그리지말고 책을 많이 보라고 해요. 어떤 젊은 화가 작품이 달라졌고, 무언가 찾으려고 하길래, "오늘부터 가서 세익스피어의 <햄릿> 다시 읽어봐, <로미오와 줄리엣>을 다시 읽어봐 그럼 그림을 바꿀수 있을거야"라고 했어요. 작가가 자기가 태어 나고, 배웠던 여건 속에서 창작을 하려고 하는데, 내 생각에는 그런데서 창작이 안돼요. 옛날에 세익스피어 같은 작가들이 어떻게 새로운 세계를 보이려고 했을까, 그리고 옛날의 역사는 왜 그렇게 흘러갔는가, 그것을 알아야 내가 흘러갈 길을 찾는거에요. 

나에게 관심 있는건 책과 여행이에요. 유럽에 안가본 곳이 없어요. 그리스에 여러번 갔어요. 아테네, 크레타 섬 등, 거기에 가서 기원전 문명이 어땠는지는 들여다 보면서 내가 할 일을 알게 되었어요. 


선생님 작품이 많은 변화를 거친 것으로 압니다.

-제 작품은 많이 변했어요. 이태리 여행을 하면서, 모든 그림에 나오는 주제가 무엇인지 몰랐어요. 예를 들면, 라파엘로가 <성모자상 >을 보면, 성모 마리아 옆에 아기 예수가 있고 또 한 명의 아기가 있어요, 성모자상인데, 마리아는 알겠고, 아기 예수도 알겠는데, 그 옆에 있는 양 가죽 옷을 입는 아기는 누구인 지 모르겠는거에요. 그런 것을 해석하기 위해서 성경을 읽었어요. 그리고는 5년 동안 가톨릭 신자가 되었죠. 성경을 자세하게 다 봤어요. 그렇게 해서 서양 미술을 이해하게 되었죠. 왜 저 그림은 저렇게 그렸는지, 왜 저 그림에는 저 장면을 그렸는지를 모두 이해하게 되었어요. 성서를 모르면 서양 미술사를 몰라요. 그때 가톨릭 신자가 되어서 세례명을 장 바티스트(Jean-Baptiste)로 받았어요. 


화가에게 작품 기법이 달라진다는건 어떤건가요?

-저는 원래 색채를 좋아했다가 파리에 와서 고민 끝에 모노톤으로 갔다가, 다시 색깔을 찾아가는 순서였어요. 작가에게 기법을 바꾸는건 ‘각성’이에요. 다시 색깔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하고 나서 매일 노트르담 사원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보러 갔어요. 제가 피카소를 좋아하는 이유는 피카소는 변화무쌍한 사 람이기 때문이에요. 피카소는 변화하면서 각 시대마다 중요한 작품을 남겼어요. 그게 매력이었어요. 그런 작가 없어요. 


1995년부터 2002년까지 낙엽 작품을 하셨는데, 그때 접하신 낙엽과 지금의 낙엽은 다를 것 같습니다.

-시골집에서 자연을 관찰하면서 나온 작품 인데요. 낙엽은…마티스가 이야기를 했쟎아요. 마티스가 이야기하는 색깔의 가치는, 이 색깔 바로 옆에 무슨 색깔이 있는지에 따라 가치가 생긴다는거죠.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색이 얼마나 가까이 붙어있는지 멀리있는지에 대한.. 그거 때문에 낙엽 작품을 한거에요. 마티스가 나에게 준 교훈, 가르침으로 낙엽 작품을 한 거죠. 


선생님이 처음 접한 파리는 어땠어요?

-100년 된 식당 같은거에요. 불란서는 바로 이런거에요. 10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내 옆에 있어주는 식당 같은 파리죠. 


제가 보기에는 파리도 예전에 비해 많이 변한거 같은데요.

-변한 것만 보고 싶어하니까 그래요. 변하지 않은 거부터 출발해야지 변한거부터 보면 되겠어요 그건 하나의 현상일 뿐이에요. 그건 불란서가 아니거든요. 이전부터 어땠는지 볼 줄 아는 눈을 가진 화가들이어야 해요. 원래는 변하지 않는 것을 알아야 보이죠. 


랑도네(트래킹)을 좋아하시는 것으로 압니다. 

-언젠가부터 걷기 시작했어요. 풍경도 사람도 새롭게 보였어요. 같은 풍경도 차를 타고 가면서 보는 것과 걸으면서 보는게 달라요. 걸으면서 말을 많이 하면 피곤해요. 프랑스인들하고 함께 걷고 나면 개운해지고 새로 출발하는 느낌이 들어요. 그러면서 프랑스의 문화, 습관에 익숙해졌어요. 불란서가 어떤 나라인지, 불란서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이 책을 읽어보게 되면 파리를 잘 알게 될 것 같습니다

-네. 파리를 굉장히 잘 알게 돼요. 프랑스인들의 문화, 철학, 미술역사 등이에요. 


프랑스에 미술 공부를 하러 오고자 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겠어요.

-그렇죠. 먼저 책을 읽어본 사람의 추천글에 보면 '20세기 역사서, 미술사서, 철학서라고 할 만큼 많은 것을 품고 있는 책이었다’고 해 놓았어요. 


"오천룡 화백의 ‘다섯 번째 꿈’을 응원하며…"                                  


<파리광장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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