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프랑스인들이 즐겨 먹는 카술레, 브랑케트 드 보, 쿠스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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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5-07-22 03:44 조회 9 댓글 0본문
카술레(Cassoulet)
카술레는 뚝배기에 흰색 굵은 콩과 돼지 껍데기, 돼지 넓적다리뼈, 양파, 당근, 월계 수, 백리향, 마늘, 툴루즈 소시지, 오리고기 조림, 돼지 갈비, 돼지 등심, 소금, 후추 등을 넣고 약한 불에 뭉근하게 끓여내는 음식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돼지비계와 돼지 뒷다리 부위, 자고새, 셀러리, 파를 집어넣기도 하고, 빵가루를 뿌리기도 한다. 그리고 다 익었다 싶으면 토마토를 네모지게 잘라서 집어넣기도 한다. 우리도 명절이 끝나면 처치 곤란한 음식들을 모조리 집어넣고 정체불명의 찌개를 끓여 먹지 않는가.
그렇다 하더라도 카술레 요리를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한 재료는 세 가지다. 흰색 굵은 콩과 돼지껍데기, 뚝배기. 흰색 굵은 콩은 멕시코가 원산지로 16세기에 카트린 드 메디치가 프랑스로 시집을 오면서 씨를 들고 왔고, 그녀는 돌이 많은 충적토에서 매우 잘 자라는 이 콩을 자신의 백작령인 이 지역에 심 도록 권장하면서 대규모로 재배되기 시작했다. 또 카솔이라고 부르는 뚝배기는 끓을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일단 뜨거워지면 잘 안 식는다는 장점을 갖고 있으며, 돼지 껍데기는 국물을 걸죽하게 만들어주는 일종의 콜라겐 역할을 한다.
카술레는 우리의 찌개처럼 찬장에 남아 있는 고기와 야채 같은 식재료들을 몽땅 집어 넣고 오랫동안 끓여서 가족들이 둘러앉아 먹는 서민 음식이다. 카술레는 뚝배기(카술이라고 부르는)가 나팔 모양으로 벌어져 있기 때문에 익히면 딱 딱한 껍질이 표면에 형성되는데, 이 껍질이 생겨야만 카술레 요리가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다. 최소 3시간 이상은 끓여야 생기는 이 껍질은 거기 들어간 고기와 콩이 입안에서 살살 녹을 정도로 완전히 익었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파리에는 카술레를 내는 식당이 많이 있지만, 나는 그중에서 유서 깊은 개인 저택들이 양쪽에 늘어서 있어서 발자크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생도미니크 거리 129번지의 <마르스의 샘(La Fontaine de Mars)>이라는 식당이다. 미국인(오바마 가족도 엘리제궁의 초 대를 사양하고 점심때 이 식당을 찾았다)과 캐나다인들이 많이 찾는다. 푹 삶은 오리 조림과 타르브 산 큰 콩, 툴루즈 소시지가 무쇠로 만든 뚝배기에 담겨져 나온다.
브랑케트 드 보(Blanquette de Veau)
이처럼 각종 고기와 야채를 넣고 푹 삶아 먹는 탕 요리는 카술레 말고도 많다. 그 중 하나인 송아지 고기 스튜(Blanquette de Veau)도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음식이다. 특히 우리는 고기와 야채를 푹 삶아서 먹는 육개장이라든가 설렁탕, 갈비탕 같은 탕 요리를 프랑스 사람들보다 더 선호하니까 말이다. 프랑스에서 뵈프 부르기뇽(Boeuf Bourguignon)이라든가 포토푸(Pot au feu) 같이 비슷한 요리도 있다. 원래 이 블랑케트 드 보는 18세기까지만 해도 귀족들만 즐기는 요리였다. 블랑케트(blanquette)라는 이름이 말해주듯이 흰살 고기(viande blanche)는 귀족들의 전유물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요리는 오래 동안 잊혀졌다가 19세기에 다시 등장하여 대중적인 요리가 되었고, 2006년에는 프랑스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요리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블랑케트 드 보라는 요리의 조리법 역시 우리가 탕을 끓이는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송아지 고기 찬물에 넣어서 피 빼고 또 찬물에 삶아서 거품 걷어내고 ...다시 오래 동안 삶은 다음에 야채 집어넣고 또 끓이고...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와 다르게 고기를 삶은 국물을 졸여 전분 넣고 걸죽하게 만든 다음 생크림을 첨가하여 소스를 만든다는 것. 그리고 트뤼프(송로버섯)나 당근 등 야채를 옆으로 가늘게 잘라 얹는다.
쿠스쿠스(Couscous)
132년 동안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알제리가 1962년에 독립하면서, 알제리에 정착해서 살고 있던 프랑스인들을 검은색 구두를 신고 있어서 피에느와르(pied-noir)라고 불리웠다.(알베르 카뮈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알제리 독립 이후 프랑스인들뿐 아니라 많은 알제리인들도 나라를 떠나야만 했다. 주로 프랑스 남부에 정착한 이 피에느와르들과 알제리인들은 크고 작은 도시에 식당을 열어 프랑스 사람들에게 쿠스쿠스 요리를 선보였다.
쿠스쿠스는 굵은 밀가루를 물에 넣어 불린 다음 수증기로 익히는 요리다. 쿠스쿠스 요리용 2단냄비는 겹쳐진 두 개의 냄비로 이루어져 있다. 아래쪽 냄비에는 물과 국물이 들어가고, 바닥에 구멍이 뚫려 있는 위쪽 냄비에는 굵은 밀가루가 들어간다. 그런 다음 여과기를 냄비 위에 올려놓고 뚜껑을 덮으면 된다. 쿠스쿠스는 단순한 요리로 만드는 방법은 수없이 많다. 단 하나의 조건이 있다면, 국물이나 수프를 넉넉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알제리에서는 쿠스쿠스를 손으로 먹으며, 식사에 초대받은 손님들은 각자 둥근 밀가루 전병을 만들어온다. 쿠스쿠스 요리에는 양고기 스튜가 잘 어울리지만, 야채는 절대 빠지면 안 된다. 이슬람교를 믿는 알제리에서는 라마단 기간 중에 일부러 쿠스쿠스 요리에 콩과 건포도를 집어넣는다. 그리고 고춧가루에 커민과 고수, 카라웨이, 말린 토마토를 섞어 만든 아리싸 양념을 소스에 섞어 쿠스쿠스 요리의 맛을 알싸하게 만들기도 한 다. 요리사들은 자기만의 비법으로 향료를 섞어 소스를 만들며, 그 비법을 남에게 말해 주지 않는다. 쿠스쿠스 요리에는 잘게 다진 고기로 만든 둥근 전병이나 꼬치구이, 양고기나 소고기로 만들어 고춧가루로 맛을 돋운 메르게즈 소시지를 집어넣기도 한다.
한편으로 쿠스쿠스 요리는 주로 듀럼밀의 배아를 굵게 갈아서 생긴 가루로 만드는데, 때로는 밀 대신 보리를 쓰기도 한다. 또 한편으로 쿠스쿠스 요리의 주재료인 밀이나 보리를 2단냄비에서 증기로 여러 차례 삶은 다음 여기에 여러 가지 지방질을 섞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쿠스쿠스 요리는 짜게 만들 수도 있고 달게 만들 수도 있다. 쿠스쿠스가 짠 맛이 나는 메인 요리일 때는 굵은 밀가루에 강하게 양념을 한 소스와 여러 가지 야채, 그리고 붉은 고기나 흰 고기, 때로는 생선을 곁들인다. 또 단맛이 나는 디저트로 먹을 때는 밀가루에 꿀과 향신료, 건과를 집어넣는다.
여하튼 진짜 알제리 쿠스쿠스 요리는 네 가지 기본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만 한다. 우선은 곡물(밀이나 보리)을 빻아서 굵은 밀가루나 보릿가루를 얻어야 한다. 두 번째는 굵은 밀가루(혹은 굵은 보릿가루)를 빚고 체로 치고 말린다. 세 번째는 이 굵은 밀가루를 쿠스쿠스 요리용 2단냄비에서 증기로 찐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찐 굵은 밀가루에 올리브유와 가시나무유를 끼얹거나 버터를 섞는다. 쿠스쿠스 요리는 들어가는 여러 가지 종류의 소스와 향신료, 야채, 고기가 들어가기 때문에 그만큼 요리법도 다양하며, 부족과 공동체들 간의 환대와 나눔, 공생을 상징하여 아주 오래 전부터 가족행사(결혼이나 출산) 나 여러 의식(장례식이나 기념일)에 자주 등 장한다.
<이재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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