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스, 딸의 삶을 화폭에 담다

‘마티스와 마르그리트: 아버지의 시선’ 전시에서                                                   ©한지수

아버지 마티스, 딸을 기록하다

파리 16구의 파리 시립 현대미술관(Musée d’Art Moderne de Paris)은 유럽에서 가장 큰 현대미술관 중 하나로, 피카소·샤갈·모딜리아니를 포함한 20세기 대표 작가들의 작품 15,0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현재 20세기 미술의 거장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1869-1954)를 조금 다른 각도로 들여다보게 만드는 '마티스와 마르그리트: 아버지의 시선(Matisse et Marguerite: Le regard d’un père)' 전시가 진행 중이다. 기존의 마티스는 색채의 마술사, 대담한 형태의 탐구자, 혹은 야수파(Fauvisme)를 대 표하는 인물로 기억되지만 이번 전시는 예술가 이전에 한 아버지로서 마티스를 조명한다. 

딸의 얼굴로 빚은 시간의 초상 

전시는 마티스가 평생 동안 딸 마르그리트(Marguerite Matisse, 1894-1982)를 모델로 그린 100여 점의 작품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아버지의 눈을 통해 기록된 그녀의 얼굴은 시기별로 변화하며 하나의 자전적 서사를 이룬다. 잦은 병치레와 수술의 상처를 감춘 검은 리본을 단 모습에서부터, 청년 시절 당당한 시선을 마주한 초상까지, 딸의 성장기와 함께 마티스의 화풍도 자 연스럽게 변화한다. 마티스가 마르그리트를 모델로 삼아 남긴 작품을 통해 부녀 간의 유대와 예술적 교감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예술적 실험의 동반자 

마티스가 딸에게서 발견한 감정은 단순한 부성애를 넘어선다. 그는 마르그리트를 가장 믿음직한 모델로 여기며 끊임없는 실험적 시도를 거듭했다. 평면적 구성과 대담한 색채의 탐색, 인물과 공간의 관계 재구성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화면 너머로 고스란히 드러나는 깊은 애정이 인상적이다. 마티스는 딸을 일종의 자기 반영적 존재로 보았다. 그래서 그녀를 그리는 순간에야 비로소 자신이 늘 갈망해온 화가와 모델이 하나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마티스와 마르그리트: 아버지의 시선’ 전시에서                                                   

©한지수

시선의 깊이를 담은 마지막 초상들 

전시 끝 부분에는 마르그리트가 제2차 세계대전 중 레지스탕스로 활동하다 체포·고문을 겪었던 시기의 초상화가 놓인다. 전후 아버지와 딸이 다시 마주한 장면에서 붓질 하나하나에 담긴 인간적 깊이를 마주하게 된 다. 마티스는 마르그리트를 삶을 함께 나눈 예술적 동반자로 여겼다. 그는 딸의 성장과 내면의 변화를 꾸준히 포착했고 그 감정의 축적이 이번 전시의 핵심이다. 그가 딸 마르그리트에게 바친 수많은 초상화들은 단순한 그림을 넘어 시간과 감정을 함께 짜내어 담은 기록이자 한 인간으로서의 애정과 사랑, 그리고 끊임없는 대화의 산물이다. 

붓으로 남긴 유산 

마티스의 색과 선 이면에 숨은 한 인간으로서의 모습과 아버지로서의 사랑은 그를 이해하는 새로운 길을 열어준다. 전시는 시간순으로 구성되어 있어, 한 가족의 내밀한 연대와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마르그리트의 생애를 목격하게 된다. 더 나아가, 마르그리트가 남긴 자작 드로잉과 기록물도 함께 전시되어 그녀를 단순한 뮤즈가 아닌 주체적인 존재로 보다 입체적으로 만나게 된다.

함께 그리는 참여의 시간

전시장 말미에는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한 창의적인 아뜰리에 공간도 마련돼 있다. 다양한 독서 공간과 놀이가 준비되어 있어, 전시 관람 후 아이와 어른이 함께 자유롭게 창의적인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 

전시 정보 

•전시 기간: 2025년 4월 4일 - 8월 24일 

•위치: Musée d’Art Moderne de Paris (11 Avenue du Président Wilson 75116 Paris) 

 •요금: 일반 17€/할인 15€ (18-25세, 학생) 

 •운영 시간: 10시 - 18시 (월 휴무) 

<한지수 hanjisoo031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