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재형 작가의 <프랑스인들의 국민 먹거리 치즈, 그리고 에플레트 고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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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5-07-01 06:27 조회 59 댓글 0본문
■ 프랑스인들의 국민 먹거리, 치즈
300여 가지가 넘는 프랑스 치즈
프랑스 사람들은 365가지가 넘을 만큼 종 류가 다양한 자기 나라의 치즈에 자부심이 강하다. 프랑스인 한 명이 1년에 먹는 치즈가 평균 15킬로를 넘는다고 하니 가히 치즈는 커피와 더불어 프랑스인들의 밥상에 빠져서는 안 되는 국민 먹거리라 할 수 있다. 포도주처럼 치즈도 원산지 명칭 통제 라벨 (AOC)이 붙어 있다. 프랑스를 점령했던 로마인들은 로크포르(Roquefort) 치즈와 캉탈(Cantal) 치즈를 즐겨 먹었고, 그 이후로 중세기에는 수도원에서 수도사들이 브리(Brie) 치즈와 콩테(Comté) 치즈, 묑스터(Munster) 치즈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으니 그 역사도 결코 짧지가 않다.
그럼 치즈는 어떻게 만들까? 모든 유제품이 그렇듯 치즈 제조의 첫 번째 단계는 낙농가에서 시작된다. 여기서 농민들이 소젖을 짜는 것인데, 요즘은 자동화되어 소젖을 손으로 짜는 대신 기계를 이용한다. 짜낸 소젖은 냉장고에 보관한다. 그런 다음 소젖을 분석해서 소비 기준에 맞는지를 확인하고 나면 보냉(保冷)이 된 운반차가 와서 수집, 우유 보관소로 싣고 가서 처리한 다음 치즈로 가공한다. 저온 살균은 소젖에서 해로운 미생물을 제거하는 기술로서 두 개의 열판 사이에서 15 초 동안 72도의 온도로 가열한다. 치즈를 만드는 소젖은 이 단계를 거칠 수 있지만 의무는 아니다. 치즈는 생우유로 만들 수도 있고, 아니면 살균된 우유로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응고 조작은 치즈를 만들 때 매우 중요한 단계인데, 응유 효소(소의 위에서 나오는 효 소)와 유산균이 활동하게 함으로써 우유가 응고되게 하는 것이다. 응고 단계가 끝나면 카에(Caillé), 즉 프레쉬 치즈라고 부르는 것을 얻을 수 있다. 이 카에를 원하는 치즈의 형태에 따라 여러 가지 틀에 집어넣는다. 그 다음 단계는 카에와 유장(소젖 성분에 서 단백질과 지방을 빼고 남은 부분)을 분리 시키는 물 빼기다. 이렇게 하면 카에를 좀 더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다. 프레시 치즈나 화이트 치즈는 이 마지막 단계를 거치면 먹을 수 있다.
그밖의 다른 치즈들은 아직 몇 단계를 더 거쳐야만 최종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얻은 프레시 치즈는 틀에서 꺼내 소금을 치는데, 가는 소금을 뿌리거나 아니면 소금물에 담가놓는다. 이렇게 하면 치즈는 살균과 보존 효과는 물론 독특한 맛도 갖게 된다. 치즈 제조의 마지막 단계는 숙성이다. 숙성 기간은 치즈 종류에 따라 다르다.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몇 달 동안 지하 숙성실에서 발효되어 가는 것이다. 숙성이야말로 노하우와 인내를 필요로 하는 단계다.
■ 에플레트(Espelette) 고추
나바르(Navarre)를 지나 생장피에드포르 (Saint-Jean-Pied-de-Port)로 향하면서 바스크(Basque) 지방으로 들어가게 되면, 가을에 이곳을 걷는 순례자는 좀처럼 보기 힘든 장관에 깜짝 놀란다. 끈으로 길게 엮은 빨간 고추가 남향인 집집마다(집 건물 정면이나 베란다), 그리고 카페나 식당마다 건조되어 가는 진풍경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고추 화환은 두 달 후에 내려지고, 고추는 화덕에 한 번 더 말린 다음 빻는다. 프랑스에서 유일하게 재배되는 이 고추는 우리 청양고추보다 덜 맵지만 향은 훨씬 더 강하다. 많은 바스크 지방 특산물에 들어가는 이 고추는 특히 해 산물 요리에 집어넣으면 감칠 맛이 난다. 이 고추를 “에플레트의 고추”라고 부르는 데, 에플레트(Espelette)는 생장 북쪽에 있는 마을이다. 이 고추는 16세기에 서인도제도에서 프랑스로 전해져 처음에는 약제로 쓰이다가 검은 후추가 부족해지자 대신 양념이나 육류의 방부제로 사용되었다고 전해진다.
에플레트(Espelette) 고추 말리는 풍경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고추가 재배된 곳은 에플레트다. 시간이 지나면서 에플레트 고추에는 포도주처럼 AOC, 즉 원산지 증명 라벨이 붙여졌고, 지금은 매년 10월 네 번째 주 주말에 에플레트에서 2만 명 이상이 운집한 가운데 고추 축제가 벌어진다. 바스크인의 음식 취향은 독특한데, 그것은 매운 고추와 토마토, 양파, 마늘, 바욘 햄, 건조시킨 돼지비계, 에플레트 산 고춧가루를 다양한 방법으로 섞는 “바스크 식” 준비 과정에서 특히 잘 드러난다. 그들은 닭고기 에 빨간 고추를 위주로 한(이 점에서 라따뚜이(ratatouille) 요리와 구분된다) 야채를 곁들이거나 달걀 프라이를 얹어 피페라드(piperade) 요리를 만든다. 이 야채들은 가늘게 자른 소고기를 넣어 만드는 하추아 요리나 홍합과 작은 바다가재를 넣는 바스크 식 생선수프인 토로 요리에도 들어간다.
고추에 대한 사랑은 맛은 순하지만 향이 매우 강한 뾰족한 피미엔토스 델 피킬로(Pimientos del Piquillo) 요리에서도 나타난다. 이것은 말린 대구나 새우 살, 꼴뚜기, 혹은 그냥 쌀로 고추 속을 채워 만드는 요리다. 대서양에 면한 라부르 지역(바욘과 비아리츠, 생장드뤼즈로 이어지는)에서는 해산물을 많이 먹는다. 바스크 돼지는 생장피에드포르 서쪽에 펼 쳐져 있는 알뒤드(Aldudes)계곡에서 자란다.
생명력이 매우 강하고 털이 검정색과 분홍색을 띤 이 돼지를 태어난 직후에 드넓은 숲 지대에 풀어놓으면 주로 밤과 도토리, 나무뿌리를 먹고 자란다. 이 바스크 돼지가 15개월에서 18개월 동안 숲에서 자유롭게 지내며 낟알 식물을 먹고 살이 쪄서 무게가 150킬로 정도 나갈 때 잡는다. 바스크 돼지 고기로는 안심 부위에 고춧가루를 묻힌 다음 건조시키는 로모라는 이름의 햄과 제쥐라고 불리는 큰 소시지, 순대를 만든다. 그리고 바스크 돼지고기로 만드는 최고급 제품은 에플레트 고춧가루를 뿌려 14개월에서 18개월 동안 말리는 햄이다.
<이재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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