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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재형 작가의 <프랑스의 전통 음식> - 슈크루트(Choucroute), 갈레트(galet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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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5-06-10 04:11 조회 32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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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크루트(Choucroute) 

슈크루트는 우리가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이라는 작품으로 잘 알고 있는 프랑스 동부, 독일과 라인강을 가운데 놓고 마주보 고 있는 알사스 지방의 음식이다. 이 지방의 각 마을은 나름대로의 슈크루트 요리법을 갖고 있다고 한다. 간수로 발효시킨 흰 배추를 바닥에 깔고 여러 종류의 소시지와 돼지 비계, 소금에 절인 돼지 어깨 부위, 훈제 햄, 감자 등을 얹어서 맥주나 백포도주(알사스 산 리슬링이나 실바네르)와 함께 먹는 이 요리야말로 알사스 지방의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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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크루트(Choucroute)


이 요리에 쓰는 흰 배추는 보통 시장에서 볼 수 있는 종류보다 훨씬 커서 무려 7킬로씩이나 나가는 것도 있다. 이 흰 배추는 이 지역의 북부에서 재배, 7월에서 11월 사이에 수확한다. 수확한 배추는 겉껍질과 속심을 제거한 다음 최대한 얇게 써는데, 지금은 대부분 이 작업을 기계로 해내고 있다. 하지만 지금으로 부터 10여 년 전만 해도 슈크루트를 파는 상인들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주민들에게 이 배추를 사들였다고 한다. 왜냐하면 각 가정에서는 겨울에 먹을 양을 집에 저장해두고  있었던 것이다. 자, 그럼 슈크루트의 맛을 결정하는 이 배추 절임을 어떻게 하는지 알아보자. 


흰 배추를 얇게 썰어서 흙으로 빚거나 나무로 만든 항아리에 배추, 소금, 배추, 소금... 식으로 번갈아가며 쟁인다. 그러면서 독특한 맛을 내기 위해 노간주나무 열매를 집어넣는다. 그런 다 음 압착을 시키는 것인데, 가정에서는 나무 뚜껑을 덮고 무거운 돌을 올려놓으면 된다. 그러면 소금이 배추의 수분을 흡수하면서 간수가 생기고, 이 간수 덕분에 배추가 오래 저장되는 것이다. 발효는 기온에 따라서 짧게는 3주일, 길게는 8 주일이 걸린다. 그러고 나면 무게는 절반 가량으로 줄어들지만, 이 절인 배추야말로 망간, 아연, 불소 따위의 성장에 필요한 미량원소들과 비타민을 함 유하고 있어서 건강에 아주 좋다. 그래서 농민들은 슈크루트로 겨울에 비타민 C를 보충했고, 바닷사람들은 오랫동안 고기잡이를 나갈 때는 슈크루트를 가지고 나가서 괴혈병을 예방하였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비타민은 익히지 않은 것이 건강에 가장 좋다. 좋은 슈크루트 배추는 사각사각하고, 색깔이 또렷하며, 냄새가 너무 강하지 않아야 한다. 이 흰 배추는 원래 중국산이다. 만리장성을 쌓는 일꾼들이 이걸 먹고 건강을 유지했다는 것이다. 그러던 것을 몽고족과 타타르족이 유럽에 들여왔다. 또한 발효한 배추는 발칸제국 국가들에서 오랜 전통을 갖고 있고, 알사스 사람들은 중세 때부터 이것을 먹어왔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슈크루트는 돼지고기와 먹어야 가장 잘 어울린다. 제대로 된 슈크루트에는 훈제햄과 삶은 고기, 뒷다리 관절 부위 살, 간으로 만든 동그랑땡, 순대, 굽거나 훈제한 소시지, 스트라스부르그 소시지, 굵고 짧은 소시지 등 온갖 형태의 돼지고기가 다 들어간다. 또한 프랑스에서 사는 한국인들은, 이 슈크루트 배추가 한국의 시큼한 김치 맛을 내므로 김치가 없을 때 찌개를 해서 먹어도 아주 좋다. 



■ 갈레트 

프랑스 북서부 지역을 브르타뉴 지방이라고 부르는데, 이곳을 대표하는 음식(간식?) 이 갈레트다. 브르타뉴 식당에 가면 짠 갈레트와 단 갈레트를 먹으면서 사과주를 곁들인다. 아니면 그냥 가볍게 간식으로 먹기도 한다. 메밀로 만든 크레프인 갈레트(서양전병)는 아마도 인류가 가장 오래 전부터 먹어온 음식일 것이다. 이 빵 대용식품은 편편하고 뜨거운 돌에 익혔는데, 브르타뉴 지방에서는 이 돌을 잘레(jalet)라고 부른다. 그래서 갈레트(galette)라고 부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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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레트(galette) 


메밀(blé noir)은 사실 밀(blé)이 아니라 여뀌와 비슷한 작물이다. 원산지는 아시아이며, 여기서 러시아와 동방제국으로 다시 퍼져나갔다. 프랑스에는 십자군들이 짐에 넣어 가지고 왔으며, 이들은 메밀이 짙은 색깔을 띠었다는 이유로 사라쟁(sarrasin)이라고 불렀다. 브르타뉴 농민들은 메밀을 많이 재배하는 데, 넉 달 만에 익는 데다가 브르타뉴 지방 한 가운데의 메마른 땅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이다. 농민들이 더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메밀로는 빵을 만들 수가 없기 때문에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오직 메밀가루와 소금, 물로만 만드는 갈레트는 오랫동안 브르타뉴 사람들의 기본식품이었다. 브르타뉴 여성들은 자신이 갈레트를 능숙한 솜씨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서 그것을 굽는 법이 어머니에게서 딸로 계속 전해져 내려왔다. 


갓 결혼한 여성이 새로 살게 될 집에 들어가면 우선 갈레트를 한 장 구워서 가구에 던지는 것이 이곳 풍습이었다. 앞으로 태어나게 될 아이들을 보호해주고 집안을 행복하게 해달라는 의미로 이 집에서 전에 살았던 사람들에게 일종의 공물을 바치는 것이었다. 흰 밀가루가 더 간단하게 갈레트를 만들 수 있고 값도 더 쌌으므로 메밀은 사람들로 부터 잊혀져갔다. 지금은 브르타뉴 지방에서도 거의 대부분 값이 싼 중 국산 메밀가루를 사용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브르타뉴 농민들은 진짜 메밀을 생산하기 위해 이 지역의 새로운 품종을 다시 재배하고 있다. 이 품종으로는 색깔이 더 진하고 향이 더 강하며 값도 더 비싼 메 밀가루를 만들 수 있다. 


갈레트는 전통적으로 장작불에 굽는다. 그러면 불맛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거의 대부분 장작불 대신 요리용 전기불판을 사용한다. 지금은 갈레트 속을 닭고기나 달걀, 소시지, 치즈, 야채, 생선으로 채워서 브르타뉴라는 지리적 경계를 넘어서고 있다. 맛있는 크레프는 밀가루 외에도 달걀이라든가 버터, 우유, 설탕 등 옛날에는 귀했던 식재료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초기의 요리법이 파리에서 전해졌다는 사실은 놀랍지가 않다. 하지만 크레프, 하면 브르타뉴라는 지역을 떠올리는 것은, 갈레트를 굽는 노하우가 이 지역에서 수백 년 동안 축적된 덕분이다.


크레프는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디저트가 되었다. 브르타뉴의 선원들이 여행을 마치고 가져온 럼주와 등화수(燈花水), 바닐라, 계피 등은 크레프에 풍미를 더해주었다. 미국의 패스트푸드 체인이 프랑스를 점령하기전만 해도 크레프는 모든 프랑스 사람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빠른 시간에 허기를 채울 수 있는 가장 대중적인 형태의 간식이었다. 



<이재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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