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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재형 작가의 <파리의 연인들>(8) 알랭 푸르니에와 이본 드 갈레 - 문학청년의 지고지순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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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5-03-25 05:27 조회 12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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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푸르니에(Alain Fournier)


 <대장 몬느, Le Grand Meaulnes>는 프랑스 작가 알랭 푸르니에의 자전적 소설이다. 이 소설은 청소년인 오귀스탱 몬느가 신비로운 저택을 발견하고 그곳에서 열린 파티에 참석하게 되는 이야기다. 그는 그 경험에 사로잡히고, 파티에서 만난 이본을 향한 사랑은 그의 삶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이 작품은 청춘의 향수와 이상주의를 탐구한다. 


이 작품은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인 1913년에 출판되었으며, 프랑스의 평화롭고 번영했던 벨 에포크 시대의 종말을 반영하는 작품으로 자주 언급된다. 작품 속에는 곧 전쟁의 참혹함에 가려질 낭만주의적 분위기와 이상을 추구하는 정서가 담겨 있어 시대적 감성을 강렬하게 드러낸다. 


 ‘프티팔레 미술관의 돌계단을 걸어 내려가라. 센 강을 향해 천천히 걸어보라. 감동적인 산책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자, 이제 눈을 감으라...’ 


지금으로부터 120년 전인 1905년 6월 1일. 예수님이 승천하신 것을 기념하는 이 날, 장차 <대장 몬느>를 쓰게 될 알랭 푸르니에 그랑팔레 미술관에서 열리는 “보자르 살롱전”을 보고 나서 공상에 잠긴 채 이 미술관의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일순, 그는 밤색 외투를 입은 날씬하고 우아한 큰 키의 아름다운 금발 머리 여성과 눈이 마주쳤다. 이 처음 보는 여성과 눈이 마주쳤을 때 알랭 푸르니에는 열여덟 살, 라카날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알랭 푸르니에가 죽고 나서 얼마 뒤에 그의 친구이자 고등학교 동창생인 작가 자크 리비에르는 이렇게 말했다: 


“이 우연한 만남은 그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었습니다. 바로 이날부터 그는 이 여성을 열렬히 사랑하게 되었지요. 그는 이 여성 때문에 슬퍼하고 이 여성 때문에 행복해하게 될 것입니다.” 


알랭 푸르니에는 이 여성이 누구인지도 모 르는 채 그녀를 따라갔다. 이 여성은 센 강 쪽으로 걸어가더니 바토무슈에 올라탔다. 그녀는 사랑에 빠진 이 미래의 작가가 멀찌감치 지켜보는 가운데 바토무슈를 타고 가다가 투르넬 부두에서 내리더니 생제르맹 거리에 있는 자기 아파트로 향했다. 그는 그녀를 다시 만나고 싶어서 매일 같이 그녀의 아파트 앞을 서성거렸다. 


드디어 6월 10일, 그는 이 여성이 그녀의 아파트 창문 뒤에 서 있는 것을 얼핏 보았다. 알랭 푸르니에가 자기 아파트 앞에 서 있는 것을 보고 놀란 그녀는 그에게 다정하게 미소지었다. 다음 날 아침, 그는 그녀의 아파트 아래 층에서 그녀의 외출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가 손에 기도서를 들고 나타났다. 그는 점점 더 대담해져서 그녀에게 "당신은 아름다워요"라고 속삭였다. 그녀가 생제르맹데프레 교회로 가는 전차에 오르기 직전이었다. 그녀는 그를 다정하게 밀어냈다. 그러자 그는 그대로 물러나는 대신, 멀찍이서 그녀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미사가 끝나자 그는 다시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다. 이번에는 그녀가 그와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 그들은 앵발리드 다리 방향으로 가는 전차를 탔다. 그들의 "위대하고 아름답고 이상하고 신비로운 대화"가 펼쳐지는 동안, 알랭 푸르니에는 그녀 앞에 앉아 그를 영원히 바꿀 이 만남의 모든 세부 사항을 열심히 기록했다. 


콩코르드 다리에서 그들은 서로에게 이름을 알려주며 헤어졌다. 이 젊은 여성은 자기가 약혼했다고 그에게 알려주었다. 그런 다음 더 이상 자신을 따라오지 말라고 말하며 돌아섰다. 그녀가 다시 몸을 돌렸고, 두 사람은 오랫동안 서로를 바라보았다. 알랭 푸르니에는 이본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 그는 1년 후 그녀의 집을 찾아가 그녀를 잠깐 보려고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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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an-Daniel Verhaegh 감독의 영화 <대장 몬느, Le Grand Meaulnes>의 한 장면


1년 후, 그는 그녀가 결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1909년 이본 드 키에브르쿠르가 딸을 낳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그는 절망에 빠졌다. 그는 무려 8년의 세월이 지나고 나서야 친구인 자크 리비에르와 이본의 여동생 덕분에 로슈포르에서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침착했다. 


"나는 동정 같은 건 받고 싶지 않다. 나는 결코 불행한 사랑을 한 적이 없다. 여덟 해가 지난 지금도, 그리고 나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이본 드 갈레가 내게 허락해 준 것에 나는 여전히 경이로움을 느낀다. 우리를 가로 막은 것은 단지 운명이었을 뿐이다." 


한편, 1910년, 알랭 푸르니에는 모자 가게를 운영하는 잔 브뤼노라는 여성과 연애를 하게 된다. 그는 2년 후 이 관계를 정리하며, 훗날 자신의 <서신집>에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진정한 사랑을 찾지 못했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증명하기 위해 이 모든 일을 했던거야."


 1913년 5월 16일, 알랭 푸르니에는 드디어 이본 드 키브르쿠르와 다시 만나게 된다. 자크 리비에르가 그녀의 부모님이 자신이 사는 곳인 로슈포르 근처에 거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성사된 만남이었다. 그들의 마지막 만남은 해군 정원에서 이루어졌다. 5월 16일, 그들은 다시 함께 걷고, 조심스럽게 거리를 유지하며 벤치에 앉았다. 


작별 인사를 할 때, 그녀는 "우정의 의미"로 하얀 장갑을 낀 손을 그에게 건넸다.

다음 날, 알랭 푸르니에는 건성으로 테니스를 치고 있었고, 그때 그의 친구가 "그녀가 왔어"라고 알렸다. 이번에는 두 사람의 대화가 한결 밝고 경쾌했다. 그들은 조금씩 마음을 터놓으며, 서로의 추억과 계획을 공유했고, 그녀가 유쾌한 말투로 질문했다.


 "그때 전차에서 무엇을 쓰고 있었나요? 궁금했어요. 자꾸 뭔가를 끄적이고, 또 끄적이더군요…" 


그가 대답했다. 

 "언젠가 보여드릴게요…" 


그녀는 그의 농담에 크게 웃었고, 다음 날 두 사람은 또 만났다. 그녀는 그가 건네준 잡지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그날 오후 두 살과 네 살 된 두 아이를 데리고 다시 찾아왔다. 알랭 푸르니에는 그 아이들을 자신의 무릎에 앉혔다. 그녀의 남편은 이 만남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는 아홉 달 전에 쓴 편지를 그녀에게 건넸다. 


그 편지에서 그는 그녀에게 간청한다. 


"다시는 나를 버리지 말아요. 파리의 한 다리 위에서 혼자, 당신을 영영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절망 속에 남겨지지 않게 해줘요." 


그는 그녀가 편지를 읽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편지를 접어 그에게 돌려주고, 목이 메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알랭 푸르니에의 친구인 마르그리트 오두가 쓴 책 <마리-클레르>의 헌정본을 보내주겠다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며 덧붙였다. "우정을 위해서요." 하지만 그녀는 곧, 3년 전 힘든 시간을 보낼 때 그를 자주 떠올렸다고 고백했다. 그러고 나서 두 사람은 헤어져야만 했다. 


알랭 푸르니에는 "당신이 내게 준 우정으로 만족할 수 있어야겠지요..."라고 말하며 절망 속에 그 자리를 떠났다. 그는 그녀에게 자신이 쓴 소설 <대장 몬느>를 보냈다. 그녀는 답장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자크 리비에르는 나중에 그녀와 그녀 의 어머니를 만났다고 전하며, 그들이 "축하 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고 알랭 푸르니에에게 알려주었다. 


두 사람의 관계는 1914년 3월 14일 알랭 푸르니에가 보낸 마지막 카드로 끝났다. 8월 1일, 알랭 푸르니에는 동원되어 전선에 합류했다. 9월 22일, 그는 그의 중대원 전원과 함께 에파르주 구역의 도마르탱라몽타뉴 자치구에서 실종되었다. 1991년 11월, 그의 시체와 그의 동지 20명의 시체가 무덤에서 발견되어 발굴되었다.



<이재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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