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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파리아줌마의 <파리 유학생, 그때 그 시절>-유학을 위한 반공교육이 의무적이었던 그 시절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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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5-03-25 05:01 조회 38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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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1970년대 혹은 80년대 한국 드라마에서 비행기가 하늘로 날아올라 가로지르는 게 마지막 장면으로 나오곤 했었다. 그렇게 드라마는 끝이 난다. 당시는 멀고도 먼 미지의 나라 외국에 갔으니 이야기는 끝이다. 당시 외국은 정말 먼 나라였다. 나라가 가난하기도 했거니와, 외국 여행은 언감생심이었다. 


1983년부터 50세 이상과 공무원, 기업인 일부에게 제한적으로 외국행이 허용되었고, 1987년에는 40세 이상으로 확대,그리고 1989년에 전 국민 해외여행 자유화가 시행 되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경제 성장과 국제화가 가속화되면서, 1989년부터 모든 국민이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할 수 있도록 규제가 풀린 것이다. 그리고 그해 여름 나는 파리로 유학을 왔다.


불문학과 대학원을 준비하다가 이왕 공부할 거면 프랑스에 가서 제대로 공부하고 싶어졌고, 파리에 있는 대학들에 등록 요청을 보냈는데. 파리 8대학에서 나를 받아 주겠다는 편지를 받은 것이다. 그리고 당시 아버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파리로 떠나올 수 있었다.


인천 공항도 없던 시절이라 김포 공항에서 에어프랑스를 타고 그야말로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왔다. 당시 소련(러시아)의 영공 통제가 엄격했기에 유럽으로 가는 대부분의 항공기는 알래스카 쪽으로 경유할 때였다. 아마 내가 탔던 에어프랑스는 알래스카가 아닌 방콕 쪽으로 경유했던 것 같다. 


비행 시간이 20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내가 느끼기에는 방콕에서 3시간 쉬고,족히 24시간은 넘게 걸린 것 같았다. 하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미지의 프랑스, 파리에 대한 호기심이 충만했기 때문이었다. 내 나라를 떠나고, 가족을 떠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 같은 거, 별로 없었다.어학 연수 차 이미 6개월 전에 파리에 정착한 선배언니의 안내를 받을 예정이라 든든했다.


하지만 좀 슬프기는 했다. 더 옛날에 유학 간다고 극장의 '대한뉘우스"에 나올 정도는 아니었지만, 멀리 떠난다고 대구에서 이모 가족과 사촌 동생, 대학 선배 언니까지 김포 공항으로 나를 배웅하러 왔다. 대구에서 아버지 차로 김포공항까지 왔다. 아버지가 운전을 했고 엄마와 나는 뒷자리에 있었는데 엄마는 대구에서 김포까지 오는 동안에 내 손을 놓지 않고 꼬옥 잡고 있었다.


그렇게 많은 이들의 배웅을 받으며 탑승구로 들어가는데 엄마는 이미 울어 코가 빨개져 있었고, 아버지는 한껏 웃는 얼굴로 나를 배웅했는데, 눈에 눈물이 가득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아버지의 그 모습은 내가 살아가는 동안 좀처럼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나중에 당시를 회상하며 아버지는 "아이를 어디다 내다 버리는 심정"이라고 했고, 엄마는 "팔 하나 떼어놓은 것 같았다"고 했다. 그렇게 당시는 유학 가는 게 큰 일이었다. 그때는 그랬다. 


유학을 위한 반공 교육은 필수  

유학생들을 위한 반공 교육은 1960년대 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한국에서 의무적인 교육으로 진행되었다. 이 교육은 주로 공산주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반공 사상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하는데, 1989년 파리로 오기 위해 의무적으로 서울의 동숭동 대학로 어디쯤에서 반공 교육을 받았다. 


교육 내용은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고, 두터운 검은 뿔테 안경을 쓴 분이 몇 시간 동안 강의를 했던 기억이 난다.

"이 지루한 강의는 언제 끝나나" 싶었고, 강의가 끝난 뒤 어떤 용지에 교육받았다는 인증 도장을 찍어주었는데, 그것이 내가 파리로 떠나올 수 있는 필수 서류들 중의 하나였다. 


36년이 지난 지금, 기억에는 검은 뿔테 안경을 쓴 강사와 파리로 떠나기 위한 반공 교육 잘 받았다는 인증 도장의 이미지만 흐릿하게 남아 있는 걸 보니 그 교육은 그리 필요치는 않았던 것 같다. 

지금의 파리 유학생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것들이 당시에는 있었다. 그때는 그랬다.


 *파리아줌마의 <파리 유학생,그때 그 시절>이야기는 계속됩니다.


<파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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