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프랑스 한인유학생회 창립, "함께 만들어가는 유학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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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5-03-04 05:38 조회 437 댓글 0본문
프랑스 한인유학생회 창립 멤버들, 왼쪽부터 이근혁, 한지수, 조연화
해마다 적지 않은 한인 학생들이 꿈과 비전을 품고 학업을 위해 프랑스로 찾아오고 있다.
이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프랑스에서는 오래전부터 유학생들이 한인 사회의 주축을 이루어 왔다. 하지만 그런 한인 학생들을 하나로 모아줄 구심점이 부재했다는 점은 늘 아쉬움으로 남아 있었다. 물론 과거에도 유학생회가 존재했지만, 지속적으로 명맥을 이어오지는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최근에 출범한 제38대 프랑스 한인회에서 학생부장을 맡게 된 이근혁 씨가 프랑스 한인유학생회를 새롭게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K-문화의 세계적 인기로 프랑스 내 한국 유학생들에 대한 관심과 문화 교류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는 가운데, 한인유학생회의 새로운 출범은 매우 고무적인 소식이다.
이근혁 학생부장은 유학 초기에 1~2년간 한인 유학생 커뮤니티를 찾아 헤맸지만 찾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로 '파리철학회'를 알게 되었고, 그곳에서 학문적 교류뿐만 아니라 같은 고민을 나누고 공감할 수있는 사람들의 존재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깨달았다. 그는 유학생으로서 프랑스인들과의 교류도 중요하지만, 한국인들과의 연결과 지지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앞으로 유학생회가 의미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파리광장>은 프랑스 한인 유학생회의 창립 멤버인 이근혁 (역사학 전공), 한지수 (아동문학 전공), 조연화 (철학 전공) 씨를 만나, 협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유학생회를 만든 취지는 무엇인가요?
프랑스에는 정말 많은 한인 유학생들이 있습니다. 2023년 재외동포청에서 낸 통계에 따르면, 프랑스 내 한인 유학생의 수는 약 4,500명으로, 이는 전체 체류자 중 약 30%를 차지합니다. 또한 유학생 신분으로 프랑스에 왔다가 정착한 분들도 상당히 많고, 앞으로 유학을 꿈꾸는 분들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한인 유학생들의 역량을 결집하고, 서로 돕고 성장할 수 있는 공동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비유하자면, 많은 비가 내리고 있는데 이 물이 다 흘러가 사라질 뿐, 이를 담아낼 그릇이 없는 상황 같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유학생회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유학생회 출범 과정을 설명해주세요.
약 20여년 전 철학 전공자 중심으로 '파리철학회'가 결성되었다고 합니다. 이 단체는 매달 정기적으로 세미나를 열며 인문학 전공자 중심의 관계망을 형성해 왔습니다. '파리철학회'에서 수년간 세미나를 들어오던 이근혁 학생부장은 2025년에 유학생 컨퍼런스 개최를 구상을 했습니다. 그리고 1월 21일, 제38대 한인회의 첫 임원회의에서 그 계획을 제시했습니다. 이에 김종희 한인회장님이 적극적으로 화답해주시고, 나상원 한인회 고문님도 이번 기회에 프랑스 유학생회를 조직해볼 것을 제안해주셨습니다. 그렇게 해서 '파리철학회'와 별도의 조직으로, 프랑스 한인유학생회 설립을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유학생회 임원과 멤버 구성은 어떻게 되나요?
현재 저희 유학생회는 3명의 임원이 주축이 되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소수임에도 불구하고, 저희 각자는 능동적이고 자발적으로 역할을 수행하며 강한 팀워크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인 행사 기획과 네트워크 관리, 프로그램 진행을 맡고 있는 이근혁 씨 가장 먼저 한지수 씨에게 영입을 제안했습니다. 한지수 씨는 로고 디자인, SNS 운영, 회의록 정리 등을 도맡아 유학생회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운영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영입된 조연화 씨는 정보를 폭넓게 습득하고 공유하며, 유학생들의 필요에 맞추어 각종 행사를 창의적으로 계획하고 진행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자발적으로 첫번째 멤버로 가입해주신 윤여준 선생님은 각종 회의에 참여해 영화제 기획 등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제공하며, 학생회의 방향성 설정에 균형 잡힌 감각으로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유학생회의 설립 목적과 주요 활동은 무엇인가요?
프랑스 한인유학생회는 한인 유학생의 전문성을 높이고, 유학 생활을 풍부하게 하며, 한불 간의 교류를 강화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탐구', '향유', '공유'라는 세 가지 키워드(3E)로 요약해볼 수 있습니다.
첫번째 모토 '탐구(Exploration)'는 학문적 및 문화적 경험을 공유하고, 학생들의 성장을 지원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연구 방법과 시간/체력 관리법을 포함한 다양한 주제의 아뜰리에를 열어 인문, 예술, 과학 등 다양한 전공자들 사이에서 지적인 교류를 촉진하고 연구 기술을 발전시키도록 지원하고자 합니다. 5월경에는 유학생 컨퍼런스를 개최하여 특정 주제를 여러 전공자들이 발표하고 토론하는 행사를 준비 중입니다. 현재 행사 장소를 계속 문의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모토인 '향유(Enrichment)'는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유학생들의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박물관 및 미술관 방문, 민화 배우기, 공연 관람, 와인 아뜰리에 등을 통해 유학생들의 취미와 기호를 발전시키며 문화적 안목을 키우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또한, 전공자가 직접 설명하는 탐방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미 한국 고서 전공자와 함께 기메 박물관에 다녀왔고, 추후 과학 전공자와 함께 국립기술공예박물관을, 중세 문학 전공자와 함께 클뤼니 중세사 박물관을 방문할 계획입니다.
세 번째 모토인 '공유(Engagement)'는 지식과 정보를 나누며 서로가 함께 발전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현재 오픈 채팅방, 인스타그램, 네이버 카페를 운영하여 유학생들 간의 정보 공유를 촉진하고, 커뮤니티의 결속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추후 언어교환 프로그램, 'Café des langues'를 통해서 한국과 프랑스 학생들이 서로의 언어와 문화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추후에는 한국과 프랑스 학생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영화제도 개최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학생회가 있었다가 없어지곤 했는데, 이번에 창설된 유학생회의 전망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과거에서 두 차례의 학생회가 있었다고 합니다. 1963년에 ‘재프랑스 한인학생회’가 결성됐고, 2005년에는 ‘재불유학생단체협의회’가 구성되었다가 여러 어려움으로 인해 맥이 끊겼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어려움은 여전히 많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기술 발전에 힘입어 과거보다 더 효율적으로 유학생회를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픈채팅방, 네이버 카페, 인스타그램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 덕분에 유학생들 사이에 연결과 소통이 참 쉬워졌습니다. 그리고 구글 독스나 구글 폼, 구글 포토 같은 도구들을 통해서 행사 조직과 의견 조율이 한층 수월해졌습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ChatGPT와 같은 인공지능 도구 덕분에 문서 작성 시간과 정보 검색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현재 2월 28일에 첫 아뜰리에를, 3월 2일에 첫 박물관 탐방을 가며 10-20명의 분들과 함께 첫 모임을 가졌습니다. 이렇게 모임을 거듭해가면서 장차 지속 가능한 유학생 커뮤니티로 성장해가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협회 중에 롤모델이 있나요?
저희는 프랑스 한인 과학기술협회 (Association des Scientifiques Coréens en France, ASCoF)를 롤 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이 협회는 1976년에 설립된 프랑스 내 한인 과학자들의 모임으로, 체계적인 조직, 탄탄한 구성, 확실한 멤버십을 갖춘 모범적인 단체라고 생각합니다. 이 단체가 갖추고 있는 역량과 인적 자원 및 정보의 축적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저희 유학생회도 먼 훗날 성장해서 재정적으로 자립할 뿐 아니라, 한불 문화 교류와 한인 사회에도 기여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감히 상상해봅니다.
-협회 임원으로서의 활동이 학업에 방해가 되지 않나요?
학업과 활동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분명 도전이 되는 일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유학생회 임원으로서 봉사하는 이 활동 자체를 하나의 학습 과정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책에서 얻는 지식 이외에도, 사람들과 소통하고 협력하는 경험은 또 다른 형태의 중요한 배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최소한의 시간과 노력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내는 경제적인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은 과감히 미루고, 우선순위를 설정하여 중요한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학생들의 행정/생활 지원 같은 활동은 현재 저희의 자원으로는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주로 일요일 저녁에 미팅을 진행하여 그 시간에만 핵심적인 논의를 합니다. 평소에는 카카오톡방을 통해 지속적으로 의견을 교환하고, 구글 문서로 효율적으로 소통하면서 각자의 일정에 맞추어 활동합니다. 일을 분담함으로써 짧은 시간에 집중하여 일을 세분화하고 나누어 처리하는 방법도 익혀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각자가 학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방향이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2월 14일에 한인회 임원분들과 나눈 간담회를 통해 유학생회의 향후 방향성에 대해 중요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우선, 정관을 정립하고 창립총회를 개최하여 유학생회를 정식 협회로 등록함으로써 공식 단체로서의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절감했습니다. 또한, 추후 멤버십 제도를 만들어서 회원들에게 소속감과 정체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추후 재외동포청에 예산을 신청하여 운영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도 추진해보고자 합니다.
현재 저희는 오를레앙, 리옹, 몽펠리에, 앙제 등 프랑스 여러 도시의 유학생들과 함께 교류하고 있고, 앞으로 이 네트워크를 프랑스 전국으로 확장해 나가고자 합니다. 저희 유학생회가 서로 다른 지역의 유학생들이 연결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성장하기를 꿈꾸어봅니다.
-끝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아직 출범한지 한달 밖에 안되어 많은 지원과 후원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프랑스 한인회를 비롯한 여러 기관과 소통하며 많이 배우고 성장해가고 싶습니다.
저희 행사에 참여하셔서 함께 배우고, 즐기며 정보를 나누어 주세요. 프랑스에서 유학 중이신 분들과 예전에 유학하셨던 분들을 모두 환영합니다. 또한, 저희가 운영하는 다양한 온라인 공간에서 여러분의 전공이나 생활 정보를 정기적으로 공유해 주시면 큰 도움이 됩니다. 지금 축적해둔 글이 나중에 새로 유학을 올 분들에게 귀중한 자료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프랑스 한인유학생회가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커뮤니티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많은 동참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파리광장편집부>
프랑스 한인유학생회 (Association des Étudiants Coréens en France)
네이버카페 : cafe.naver.com/franceetude
이메일주소 : france.etude.cor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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