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파리에 27년째 살고 있다. 동서 10킬로, 남북 8킬로의 면적에 200만 명이 모여 사는 이 대도시에 산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집값도 비싸고, 교통도 불편하며, 날씨도 그다지 좋지 않다. 치안도 조금 불안하다. 게다가 나 같은 외국인이 겪어야 하는 어려움도 존재한다. 

하지만 나는 이 도시를 떠날 생각이 조금도 없다. 나는 여러 가지 이유로 파리라는 도시를 여전히 좋아한다. 그림 보는 것을 좋아하는 내게 파리는 무엇보다도 예술의 도시다. 새삼 소개할 필요가 없는 루브르 미술관에서는 <모나리자>나 <밀로의 비너스>, <승리의 여신> 등 3만 6천 점에 달하는 걸작을 볼 수 있고, 오르세 미술관에서는 마네와 모네, 세잔, 르누아르, 고흐 등 우리 눈에 익은 화가들의 작품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예술의 도시 파리는 과거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파리에서는 일 년 내내 현대 미술 전시회와 영화제, 야외 콘서트 등 예술적 다양성을 보여주는 수많은 축제와 문화 행사가 열려 파리지앵들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준다. 그래서 작가 헤밍웨이는 “파리는 날마다 축제다”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나는 이런 파리를 천천히 걷는 것을 좋아한다. 

20개의 구로 나누어진 파리의 동네들은 나름대로 고유한 역사와 문화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나는 유서 깊은 카페와 서점 으로 유명한 라탱 지구에서부터 17세기 저택이 즐비한 마레지구, 활기 넘치는 다문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벨빌, 파리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예술가 마을 몽마르트르를 즐겨 찾는다. 또 생제르맹데프레 지구는 문학과 철학의 메카로 문학 카페와 유서 깊은 서점은 이 동네의 영혼이라 할 수 있다. 

파리는 또한 패션의 도시이기도 하다. 물론 일 년에 두 차례 열 리는 패션 위크로도 유명하지만, 파리를 패션의 메카로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파리지앵들이다. 단언컨대, 파리에서 똑같은 옷을 입 고 다니는 파리지앵은 단 한 명도 없다. 그들은 각자 나름대로 패션 감각을 발휘한다. 그들이 입고 있는 개성 넘치는 의상을 구경하며 걷는 것만으로도 파리에 살 충분한 이유가 된다.

파리는 미식의 도시고, 이것이 내가 파리를 사랑하는 또 하나의 이유이다. 파리는 수백 년의 전통을 가진 음식인 에스카르고와 양파 수프, 푸아그라, 슈 크루트 등에서부터 미슐랭 식당의 세프들이 창의성을 발휘하여 만들어내는 세련되고 우아하며 개성 있는 음식까지, 그 어느 도시에 서도 경험할 수 없는 다양하고 풍부한 미식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파리의 미식하면, 디저트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파리에서 맛볼 수 있는 디저트는 종류가 너무 많아 고르기가 쉽지 않다. 그중에서도 바삭바삭한 바게트와 황금색 크루아상, 달콤한 마카롱, 입 안에서 녹는 에클레르 등의 디저트는 전 세계의 미식가들을 파리로 유혹한다. 파리는 쇼핑의 도시이기도 하다. 

파리에서의 쇼핑은 화려한 샹젤리제 거리나 몽테뉴 거리, 라파에트 백화점에서 명품을 사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파리지앵들은 매우 다양한 상품을 갖추고 있는 센강 남쪽의 봉마르 세 백화점을 선호하며, 나는 이따금 몽마르트르에서 멀지 않는 파리 최대 규모의 생투앙 벼룩시장을 찾아가 빈티지 상품을 고르는 것을 좋아한다. 또 파리지앵들의 일상을 알고 싶으면 바스티유 재래시장이나 바티뇰 재래시장을 찾아가 그들과 얘기를 나누며 그들의 삶을 엿보는 것을 좋아한다. 이 몇 가지 이유가 나를 거의 30년 동안 파리에 붙잡아두고 있다. 

<이재형 작가>

이재형 작가와 함께하는 2월 "파리 미술관 투어"

<나는 왜 파리를 사랑하는가>와 <프랑스를 걷다>, <내 삶이 가장 빛나는 순간으로: 프로방스 여행> 쓴 이재형 작가가 2월 파리 미술관 투어를 진행합니다.

-일시: 2월 16일 일요일

-코스: 오르세 미술관 – 오랑주리 미술관 – 로댕 미술관

-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요금: 80유로(입장권은 별로 구입), 3인 이상일 경우 진행합니다

-모이는 곳: 추후 공지 

-연락처: 카톡 - korearoad26 혹은 전화번호 - 07 81 53 02 83

-이재형 작가의 <프로방스 여행-내 삶이 가장 빛나는 순간으로> Ebook 구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