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나의 파리광장 답사기- 생트 제네비에브 광장 (Place Sainte-Geneviève) 두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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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4-10-15 06:28 조회 1,032 댓글 0본문
이미지: 구글 맵
사진 좌측이 생트 제네비에브 도서관이고 우측은 팡테옹이 되시겠다. 그 사이로 생트 제네비에브 광장이 보인다. 이곳에 서 있는 두 건물은 생테티엔 뒤 몽 (Saint -Étienne-du-Mont) 교회와 앙리 4세 고등학교(Lycée Henri- IV)이다. 이 학교의 모토는 Domus Omnibus Una (라틴어로 "모두를 위한 집" )이다. 라틴어 이야기가 나오는 걸 보니 확실히 우리가 있는 곳이 라틴 구역임이 실감난다.
생트 제네비에브 광장에서 생트 제네비에브 거리(Rue Sainte-Geneviève)로 들어서면 작고 겸손한 카페들이 있다. 우리는 자리를 잡고 수다를 떨기 시작한다.
나 : 학교라면 학을 떼고 대학입학시험 당일 학교 담을 넘으신 우리 레오나르님께서 학교들로 득실거리는 이 라틴구역의 늙어 삐그덕 거리는 나폴레옹 시대의 초소형 아파트로 이사를 오셨을까 ? 커다란 나무와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쉬렌느(Suresnes)의 집은 팔아 잡수셨나 ?
한참 수다를 떨다 보니 우리가 주문한 커피와 맥주가 나왔다. 냉장 보관이 안된 맥주를 주문한 까탈쟁이 레오나르 덕에 내가 시킨 커피도 늦게 나왔다. 예술가들은 까탈스럽다.
이미지: Unesco
프랑스국립도서관(BNF)에서 인쇄술의 역사에 대한 특별전이 있었다. 이 기간 동안 파리와 서울의 국립도서관의 회의가 있었다. BNF에서의 회의를 마치고 유네스코를 방문할 일이 생겼다. 마침 친구 알렉스가 근무하고 있었다.
우선 규모 면에서 BNF와 비교가 안되는 유네스코의 아담한 도서관을 둘러보았다. 알렉스가 직원 식당(Cantine)에서 점심을 먹자고 제안했다. 그런데 와우 이곳의 직원 식당은 파리 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멋진 풍경과 함께 일종의 우장함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간사하게도 갑자기 유네스코의 위상이 달라졌다. 식사 후 알렉스는 땀을 흘리며 여기저기를 보여주면서 가이드 역할을 해주었다. 여러 예술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데 자연조명의 마술사 건축가 안도 타다오(Ando Tadao) 와 빅토르 위고(Victor Hugo)의 “불쌍한 사람들에 대한 길고도 긴 이야기”인 <레 미제라블(Les Misérables)>을 가냘픈 갈비살 조각으로 단 한방에 표현하는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 선생의 작품이 있어 흥미로웠다.
그의 작품을 보면 고단한 인생 짊을 끌며 걸어가는 불쌍한 우리들을 보게된다.
내가 아는 지인들의 작품 속에서 자코메티의 아우라를 종종 발견하게 되는데 내 친구 클레르도 그러하다.
우리는 거닐다가 피카소의 작품 <이카루스의 추락(La Chute d'Icare)> 앞에 섰다. 가이드가 된 알렉스가 다시 땀을 뻘뻘 흘리며 기다란 썰을 풀기 시작한다.
그리고 결론은 "피카소 아저씨가 아주 까탈스러워. 이 장소에 작품을 전시하기로 합의했는데 막상 설치가 완성되자 공간이 답답하다고 난리를 치는 바람에 프로젝트가 엎어질 뻔했다"고 라고…
피카소의 작품 <이카루스의 추락> 이미지: www.radiofrance.fr
미국감독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 역시 까탈스럽다. 그는 자신의 영화가 상영 예정인 극장을 방문하여 영화의 이미지 및 음향의 상태를 확인하고 자신이 바라던 방향이 아닌 경우 상영을 취소할 정도이니 프로듀서는 죽을 맛일 것이다.
청소년 큐브릭은 공부를 못하던 아니 공교육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던 학생이었기에 늘 인터뷰에서 "나는 학교에서 아무것도 배운 것이 없었다"라고 말하고 다녔다. 사춘기 큐브릭은 사진과 촬영 그리고 영화에 빠졌다. 그리고 마침내 영화감독이 되어서는 천재적 예술가라 불리게 된다.
이미지: Museum of the City of New York
위의 사진은 사진가 된 20세의 큐브릭이다. 행복해 보인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말에 의하면 “그는 영화 연출 역사상 최고의 거장이며 우리는 모두 이 분의 영화를 모방하느라 허덕였다."라고 그의 천재성을 묘사한다.
《터미네이터》(1984),《트루 라이즈》(1994),《타이타닉》(1997), 그리고《아바타(2009)》를 연출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새로운 영화를 볼 때면 그가 나를 다시 놀라게 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항상 그러했다."라는 말로 그의 재능에 경배를 올린다.
스탠리 큐브릭은 1953년에 첫 영화로 감독 데뷔하는데 이때가 신상옥 감독의 데뷔와 거의 같은 시기이다. 그리고 두 사나이들은 같은 해인 1999년 마지막 영화를 연출한다. 큐브릭 감독은 마지막 영화까지 새롭고 신선하며 이 세계 저 너머에 사는 생물체에 존재할 법한 천재성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아이즈 와이드 셧(Eyes Wide Shut)으로 톰 크루즈, 니콜 키드먼이 주연을 맡았다. 나는 그의 영화를 볼 때마다 천재성이란 학습만의 결과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미지: Pleiade
발자크는 진리의 비밀을 찾는 절대의 추구(La Recherche de l’absolu)의 욕망을 우둔한 가식과 허영이라 여기고 “이러한 기만과 사기는 학교의 공교육에서 이루어지는 데 들여다보면 이게 다 인간들의 우스꽝스러운 코메디일 뿐이다.” 라고 인류에 경고하신다.
이 경고를 알아챈 사람들 중에는 프랑수아 트뤼포(François Truffaut)라는 어린이가 있다. 그는 초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전세계 땡땡이의 일인자가 된다. 늘 학교 담을 넘은 그는 어두운 영화관에서 안정과 행복감을 찾았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그는 다시는 학교로 돌아가지 않는다. 이후 그는 영화감독이 되는데 발자크 선생님의 말씀과 자신의 땡땡이 달인의 시절 그리고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질풍노도 시기를 그의 첫 영화 <사백번의 구타(Les Quatre Cents Coups)>에 담아낸다. 영화의 주인공은 문제가 많은 어린 트뤼포를 연기하였다. 영화 속 문제아 소년은 발자크를 신으로 여겨 집에 제단을 만들어 촛불을 켜고 아예 제사를 지낸다.
이미지: 영화 <사백번의 구타 (Les Quatre Cents Coups)>
이 영화로 초등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인 감독은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고 영화는 전세계 시네필 혹은 애극가(愛劇家)들의 전설이 된다. 우디 알랜 감독이 가장 사랑하는 영화 리스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다시 광장으로 돌아와서, 아무튼 생트 제네비에브 광장에 위치한 앙리 4세 고등학교 (Lycée Henri- IV)는 12세기에서 18세기까지 있었던 생트 제네비에브 수도원 건물을 사용하고 있는 공립학교이다.
그런데 앗! 이 학교에서 몰려나오는 중딩과 고딩들 속에 보이는 저 소녀 ! 그녀는 누구인가 ?
이미지 : Paris Match
강창일 파리 8대학 연극영화 박사, 파리 10대학 비교문학 연구자, 무성영화 변사.
저서로는 « Les débuts du cinéma en Corée(Ocrée Editions, 2021) », « Le cinéma coréen contemporain : A l'aube de Parasite (Ocrée Editions, 2023)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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