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재형 작가 <프로방스 여행> 연재(29)-엑상프로방스(Aix-en-Provence), 세잔이 평생 떠나지 않은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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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4-10-01 04:58 조회 1,159 댓글 0본문
파리광장은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이재형 작가의 프랑스 르퓌 산티아고 순례길 저서
<프랑스를 걷다>와 <나는 왜 파리를 사랑하는가>연재 이후,
<프로방스 여행-내 삶이 가장 빛나는 순간으로>연재합니다.
연재를 허락해 주신 이재형 작가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세잔이 그린 생트빅투아르산
폴 세잔(1839~1906)은 프로방스의 도시 엑상프로방스(Aix-en-Provence)에서 태어나고 죽었다. 현대 예술의 선구자로 간주되는 이 위대한 예술가는 입체파 화가들과 야수파 화가들을 포함한 많은 아방가르드 화가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마티스와 피카소는 세잔을 ‘우리 모두의 아버지’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엑상프로방스에 있는 그라네 미술관(Musée Granet - Place Saint-Jean de Malte, 13080 Aix-en-Provence)은 1838년에 문을 열었다. 이는 세잔 자신이 이 미술관을 방문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은 전 세계의 많은 미술관에서 세잔의 작품을 볼 수 있지만, 그라네 미술관은 그가 태어난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그의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이곳에는 세잔의 작품 10점이 전시되어 있으며, 그중에는 에밀 졸라의 초상화도 있다. 두 사람은 같은 거리에 있는 부르봉 중학교의 같은 반 친구였고, 이 미래의 작가는 세잔이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자신을 구해주자 감사의 뜻으로 사과 바구니를 선물했다.
세잔의 아버지는 엑상프로방스 서쪽의 자드부팡(Jas-de-Bouffan)이라는 곳에 별장을 한 채 사서 1870년에 가족과 함께 자리 잡았다. 그는 1885년 세잔을 위해 이 집 지붕 밑 방에 작은 아틀리에를 만들어주었다. 세잔은 고향인 엑상프로방스에서 화가의 길을 걷기 시작하여 1859년부터 1899년까지 40년 동안 집과 농가, 연못, 동상 앞과 작은 숲, 마로니에 길, 정원에 화가(畵架)를 세우고 36점의 유화와 17점의 수채화를 그렸다.
입체파 미술이 탄생한 채석장
엑상프로방스 동쪽에 위치한 비베뮈스 채석장(Carrièes de Bibémus - 3080, chemin de Bibémus, 13100 Aix-en-Provence)은 입체파 미술이 탄생한 장소다. 18세기까지 채석장이었던 이 7ha 넓이의 바위 고원을 발견한 세잔은 여기에 자리를 잡고 1895년에서 1900년 사이에〈붉은 바위〉를 비롯한 11점의 유화와 16점의 수채화를 그렸다. 〈붉은 바위〉는 매우 단순해 보이는 작품으로, 명암이 들어간 나무들과 뚜렷하게 두드러지는 오렌지색 바위, 푸른 하늘이 그려져 있다.
전통적인 원근법은 완전히 무시되었고, 기하학적이며 추상적인 바위가 오른쪽 윗부분에 툭 튀어나와 있어서 이상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미국의 예술사학자 존 리월드는 세잔이 그린 풍경화 중에 매우 예외적으로 이 작품에서는 바위와 나무들이 나란히 그려진 것이 불균형하고 어색해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경이로운 균형을 이룬다고 결론짓는다.
세잔의 아틀리에
엑상프로방스 북쪽 로브 언덕에 있는 세잔의 아틀리에(Atelier de Cezanne - 9, Av. Paul Cézanne, 13100 Aix-en-Provence)는 그가 1902년부터 죽을 때까지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그림을 그린 곳이다. 책상, 나무 의자, 이젤, 병들, 도자기들…. 빛에 잠긴 이 장소를 채우고 있는 이런 사물들만으로도 세잔의 존재를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세잔은 1901년 엑상프로방스 북쪽에 2천 프랑을 주고 생트빅투아르산이 보이는 이 대지 7,000m2의 낡은 농가를 샀다. 이 농가는 전형적인 프로방스 스타일로, 1층에 거실 2개와 화장실, 부엌, 작은 사무실이 있고, 2층에는 아틀리에가 있다. 세잔은 이 아틀리에에서〈욕녀> 시리즈와〈정원사 발리에의 초상화〉,〈정원 풍경〉,〈생트 빅투아르산〉, 정물화 등 수십 점의 작품을 그렸다.
화가들의 땅
세잔의 아틀리에에서 북쪽으로 10분쯤 걸어 올라가면 화가들의 땅(Terrain des Peintres)이 나타난다. 세잔은 바로 여기서 자주 생트빅투아르산을 그렸다. 화가들의 땅은 프로방스를 상징하는 실편백과 올리브나무가 서 있는 정원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세잔이 생트빅투아르산과 주변을 그린 그림 여러 점이 복제되어 있다. 이곳에서 생트빅투아르산을 바라보면 세잔이 어떻게 해서 이 산으로부터 영감을 얻었는지 알 수 있다. 나는 화가들의 땅에서 좋아하는 가수 프랑스 갈이 부른 〈세잔, 그리다〉를 듣는다.

화가들의 땅 전경
평생 영감을 얻었던 생트빅투아르산
생트빅투아르산은 세잔의 영원한 뮤즈다. 그는 젊었을 때 졸라나 바이유 같은 친구들과 함께 오랫동안 생트빅투아르산을 돌아다니고 나서 하늘을 찌를 듯 삐죽삐죽 솟아오른 이 석회암 산을 그리기 시작한다. 이 산은 44점의 유화와 43점의 수채화에 등장한다. 세잔의 아틀리에는 이 산 쪽에 면해 있었다. 그가 이 산을 그린 작품들에는 대부분 해가 후경에서 산을 환히 비추고 전경에는 풀과 나무, 집 등이 있다. 생애 말기인 1882년에서 1906년 사이에 이 산은 점점 더 세잔을 매혹했고, 그는 이 거대한 산의 세모진 모습을 좋아해서 이 산을 거의 대부분 전경에 그렸다. 세잔은 사랑하는 이 산을 그리다가 죽기를 바랐는데, 불행하게도 이 일은 실제로 일어났다. 빗속에서 마지막으로 이 산을 그리다가 세상을 떠난 것이다. 이렇게 해서 그의 영혼은 생트빅투아르산 속에 영원히 깃들게 되었다

생트빅투아르산
칼리송
프로방스에서 크리스마스 때 먹는 13가지 디저트 중 하나인 칼리송(Calisson)은 엑상프로방스를 대표하는 과자로 15세기부터 프로방스 사람들의 혀를 즐겁게 했다. 이 지역에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르네왕이 먹는 과자를 만드는 사람이 1454년 이 왕의 결혼식 때 아몬드가 주성분인 칼리송을 만들었다고 한다. 어린 잔 드 라발 여왕 이 당과의 이름을 묻자 그는 프로방스어로 “이건 달콤한 과자(Di calin soun)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칼리송의 제조법은 만드는 사람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재료는 모두 같다. 지중해 변의 지역에서 수확한 아몬드와 압트에서 만든 설탕에 절인 멜론, 그리고 천연 설탕 시럽이다. 껍질을 제거한 아몬드를 설탕에 절인 멜론과 섞은 다음 갈아서 반죽을 만든다. 이 반죽을 효모를 사용하지 않은 얇은 빵으로 만든 받침 위에 올려놓는다. 그런 다음 설탕과 달걀 흰자로 만든 아이싱으로 덮어 완성한다.

칼리송
<이재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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