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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나의 파리광장 답사기- 생트 제네비에브 광장 (Place Sainte-Geneviève) 첫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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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4-10-01 04:48 조회 1,52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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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림원, 아니 한림식당을 나와 콩트르스꺄르프 광장에서 팡테옹 광장(Place du Panthéon)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나: 어떻게......많이들 잡쉈어?

-레오나르: 트레 트레 봉!

-클레르: 커피 한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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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구글 맵 


사진 속 빨간 문의 건물이 앙리 4세 고등학교(Lycée Henri-IV)이다. 예전의 문 색깔은 녹색이었다. 우측이 생테티엔 뒤 몽(Saint-Étienne-du-Mont) 교회. 교회와 고등학교 사이의 골목을 빠져나오니 생트 제네비에브 광장(Place Sainte-Geneviève)이다. 우리는 어느덧 파리 중심부에 위치한 몽타뉴 생트 제네비에브(Montagne Sainte-Geneviève) 꼭대기를 산책하는 중이다.


-나: 아니, 여기는 죄다 생트 제네비에브야. 언덕도, 성당도, 광장도, 도서관도......

-레오나르: 에헴, 그러니까 프랑스 파리를 지키는 수호성인이 바로 생트 제네비에브인데…...이 광장이 생트 제네비에브 수도원(Abbaye Sainte-Geneviève de Paris) 자리였다 이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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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트 제네비에브 광장                                                                                    이미지 출처: 구글 맵 


생트 제네비에브는 5세기, 그러니까 한반도가 삼국시대였던 시기의 인물로, 파리 주민들의 보호자로서 파리를 위협한 외적들로부터 도시를 지킨 여성이다. 프랑스 애국주의의 상징인 잔다르크(Jeanne d'Arc)가 깃발 휘날리며 말 타고 달리던 때보다 무려 천년 전의 서사이다.

이곳을 지날 때면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바로 2011년 개봉한《미드 나이트 인 파리(Midnight in Paris)》다. 생테티엔 뒤 몽 교회는 이 작품에서 중요한 촬영장소였다.


파리에 도착한 헐리우드 시나리오 작가인 남자 주인공은 이 교회 계단에 앉아 있다. 자정이 되자 총소리가 나더니 빈티지 자동차가 도착한다. 그리고 그는 100년 전 파리로의 시간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당시에 파리에 거주하던 ‘주량 측정 불가자’ 헤밍웨이, 그리고 그와 더불어 소위 ‘길 잃은 세대(lost generation)’의 작가들을 이야기할 때 꼭 등장하는 미국 작가로 술고래이자 권투 선수이며《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의 저자인 피츠제럴드(Francis Scott Fitzgerald)와도 조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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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드 나이트 인 파리>의 한 장면                                                                  이미지 출처: filmhafizasi.com/


이 영화의 감독은 1920년대에 자발적으로 파리에 거주하던 젊은 미국 작가들에 주목하는데, 이들이 차후에 미국 문화사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1920년대는 금주령이 지배한 시대이다. 젊은 미국 작가들은 단지 금기와 금지 혹은 금주를 피하기 위한 이유로 파리에 체류하였던 것일까? 도대체 이들을 파리와 사랑에 빠지게 하는 요소는 무엇이었나? 이들을 사로잡은 파리의 매력을 추적하던 감독은 어쩌면 다음과 같이 시나리오의 밑그림을 그렸을 것이다. 아래는 나의 가상 인터뷰이다. 가상이므로 믿거나 말거나.


-나: 시나리오 작업의 시작 단계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감독: 먼저 은유가 필요했어요. 이 영화를 통하여 말하고자 하는 방향성이자 핵심 의도를 대변하는 메타포가 필요했지요.

-나: 시나리오를 직접 쓰시죠?

-감독: 네. 제가 쓴 시나리오로 제가 연출합니다.

-나: 이 영화와 관련하여 말씀하신 은유…라는 게?

-감독: 헐리우드를 상징하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설정했어요. 그러기 위해 실제로 카우보이 모자가 잘 어울리는 텍사스 출신의 배우이자 할리우드의 시나리오 작가 활동을 하는 배우를 캐스팅했고요.

-나: 오언 윌슨(Owen Wilson) 말이지요 ? 혹시 그의 이름이 오슨 웰스(Orson Welles)와 흡사해서인가요?

-감독: 앗 ! 그러고 보니 그런 면도 있군요.

-나: 영화 속에는 수많은 예술가들의 담론과 등장이 있어요. 영화《안달루시아의 개(Un Chien Andalou)》를 만든 루이스 부뉴엘(Luis Buñuel)과 살바도르 달리 (Salvador Dalí), 피카소 등 스페인 출신 예술가들은 왜죠?

-감독: 공동제작사가 스페인 회사라서요. 호호호. 농담입니다. 뭐, 꼭 그래서 그런 건 아니고, 1920년대에 파리에 체류 중이던 젊은 미국 작가들이 미국 국경 밖으로 문화적 시각의 지평을 넓혀 새로운 미국의 문학과 문화의 역사가 시작되었어요.

저에게는 일종의 무의식도 있었던 것 같아요. 아마 이 영화 속 ‘헐리우드 맨’의 파리 방문과 다양한 예술과들과의 조우는 오늘날 헐리우드에서 반복되고 있는 다양성 결여의 경향에 변화가 있기를 바라는 저의 희망과 의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미 알고들 계시겠지만, 이 영화의 감독은 우디 알렌(Woody Alle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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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독, 우드 알렌          이미지 출처: www.purepeople.com. ©Abaca


그는 파리에서 촬영을 위한 아지트가 필요했다. 이 노장 감독은 배우들이 리허설을 할 수 있고 분장과 의상실도 갖춘, 게다가 반드시 외곽이 아닌 파리 시내의 장소를 원했다. 까다로운 그가 선택한 곳이 바로 오래된 영화관을 개조해 만든 파리 12구의 스튜디오 아벨14(Studio ABEL14). 지금 이 생트 제네비에브 광장 앞 조그만 카페에서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레오나르의 가족이 운영하는 곳이다. 촬영 작업이 없는 날이면 다양한 출신의 사람들이 각자 술과 안주를 들고 와 마시고 떠들며 서로 다른 예술 세계에 말을 거는 장소이기도 하다. 

마치 영화 속 1920년대의 파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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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일- 10대학 비교문학 연구자, 무성영화 변사. 저서로는 « Les débuts du cinéma en Corée(Ocrée Editions, 2021) », « Le cinéma coréen contemporain : A l'aube de Parasite (Ocrée Editions, 2023)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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