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올림픽 : «노숙자 수 천명 파리 외곽으로 쫓아낸 정부» 에 외신 집중 보도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4-07-21 06:28 조회 1,228 댓글 0본문
프랑스 정부가 « '2024 파리 하계 올림픽대회 »를 앞두고 수 천명의 노숙자와 이민자들을 버스에 태워 파리 밖으로 쫓아내고 있다»고, 지난 10일(현지시간)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파리 시 당국자들은 도시 전역의 노숙자들에게 리옹, 마르세유 등으로 향하는 버스를 탈 것을 권유하고 있다. 파리 시의 책임자에 따르면, 파리 시에서 퇴거 당한 ‘노숙자들의 규모는 지난 해에만 약 5000명이며, 이들 대부분은 독신 남성’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당국 관계자들이 ‘다른 지역에 주거 공간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NYT의 취재 결과, 이들 대부분은 파리와 멀리 떨어진 지역의 낯선 거리에서 다시 노숙자가 되거나, 추방 위기에 처한 것으로 확인됐다. NYT는 "(프랑스) 정부는 다른 지역에 주거지를 약속했지만, 버스를 따라 가본 결과 절박한 상황을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프랑스의 80개의 단체(세계의사들, 카톨릭 구호단체, 기아 퇴치 행동 등 포함)로 구성된 사회활동 단체 'Le Revers de la médaille(메달의 뒷면)' 소속 활동가들이, ‘올림픽이 수도(capital)에서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에 항의하며, 파리 오르세(Musée d’Orsay)미술관 앞에서 지난 3월 24일(현지 시각) 시위했다. 사진: AFP
사실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프랑스 국내, 특히 수도 파리의 노숙자 문제는 어제 오늘 불거진 것이 아니다. 이와 관련해, 일부 사회 단체들은, 올림픽 이전 "사회적 정화"라며, 당국의 이 같은 ‘노숙인 추방’ 조치를 지속적으로 비난하고, 당국은 "빈곤을 감추고자 한다"는 (이들의) 주장을 계속해서 부인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사례가 비단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0년 밴쿠버 올림픽이나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의 경우, 거리에서 구걸하는 사람들에게 벌금을 부과하고, 음식 배급 장소를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두며, 노숙자를 강제로 이동시키는 법이 제정되기도 했다. 올림픽의 이미지를 망치지 않기 위해 ‘노숙인들을 방치할 수 없다’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2024년 파리 올림픽도 노숙자들을 곳곳으로 흩어지게 하고, 도심에서 멀리 보내고, 눈에 띄지 않게 하면서 지속적인 거주가 가능한 정식 주거지를 제안하지 않는 상태에서, (당국이 주장하는) 진정한 ‘사회적 정화’를 이룰 수 있는 기회로 만들 수 있을까 ?
왜 마크롱 정부는 노숙자를 버스로 이동시키는가 ?
현 행정부는 이 같은 버스 운행이 ‘올림픽 개최와는 관련 없다’는 입장을 강력히 피력했다. 파리 시의 주택난을 완화하기 위한 ‘자발적 참여 프로그램’이라는 설명이다. 파리와 그 주변에 살고 있는 10만 명의 노숙자를 수용할 쉼터 공간이 부족해, 정부는 작년 전국에 10여개의 임시 쉼터를 설치한 바 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NYT은 정부 주택담당자가 "올림픽 경기장 근처 거리에 있는 사람들의 신원을 파악하고 올림픽 개최 이전에 이들을 다른 지역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언급한 ‘이메일을 입수’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중앙아프리카지역 차드 출신의 모하메드 이브라힘(Mohamed Ibrahim)은 NYT에 "올림픽 때문에 쫓겨났다"고 인터뷰했다. 올림픽 빌리지 근처의 버려진 시멘트 공장에서 퇴거 당한 그는 파리 남쪽의 빈 건물로 이사했다. 하지만 지난 4월 경찰이 해당 건물에서 주민들을 쫓아내면서 버스를 타고 남서쪽 2시간 거리인 오를레앙 외곽의 한 마을로 이동하게 됐다. 동일한 버스에 탑승했던 중앙아프리카 공화국 출신 우마르 알라멘느(Oumar Alamine)역시 "무작위로 티켓을 준다"면서 "오를레앙으로 가는 표라면, 오를레앙으로 간다"고 전했다.
올림픽 선수촌과 신축 경기장 등의 시설이 설치된 파리 동북부 센생드니(Seine Saint-Denis) 지역은 파리 외곽의 대표적인 빈민가로 거주민3명 중 1명이 이민자일 정도로 이민자 비중이 높다. NYT는 지난해부터 이 지역에서 경찰이 시 공무원과 함께 노숙자 캠프, 버려진 건물을 급습하는 빈도를 확대했고, ‘사람들을 다른 지역으로 쫓아냈다’고 전했다. 수단 출신으로 샤를 드골 공항에서 비행기 청소일을 하는 요세프 아메드(Yussuf Ahmed)는 "그들은 우리에게 주거와 사회적 도움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찰이 와서 사람들을 포위하면서 버스를 타야만 하는 분위기가 강제적으로 조성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NYT에 따르면, 버스에 탑승한 이들은 새로운 도시에 도착한다. 이후 최대 3주간 대피소에서 생활하며 망명 자격 심사를 받았다. 망명 자격이 있는 이들의 경우 이 과정에서 장기 거주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임시거주지에 있는 사람들의 약 60%는 장기 거주지를 얻지 못했다고 NYT는 전했다. 일부는 추방 명령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사람이 새로운 도시에서 다시 노숙 생활을 하게 되는 셈이다. 오드리 가리노 (Audrey Garino) 마르세유 부시장은 NYT과의 인터뷰에서 "마르세유에서 노숙자들을 위한 거처를 마련할 돈은 없지만, 파리에서 노숙자들을 데려올 돈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NYT가 방문한 오를레앙 보호소에는 직원조차 없는 것으로 보도됐다. 이와 관련해, 아메드(Ahmed)는 "주거와 사회적 도움을 약속 받고 버스에 탔지만, ¬우리가 도착했을 때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를 버스에 태우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욱이 ‘지역 보호소에서는 이들을 수용할 수 없다’고 ‘떠날 것’을 요구했다. 해당 취재를 위해 프랑스 파리, 오를레앙 일대의 거리 캠프, 버려진 건물, 비상 쉼터를 찾아 노숙자들을 만난 NYT는 "이들은 (결국) 다시 불법 거주자(squatters)가 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결국 전 세계의 대형 스포츠 행사 경험을 통해 ‘거리의 사회 정화 위험은 확실히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1980년대 이후 많은 올림픽 개최 도시에서 마치 ‘표준 절차’처럼 된 것이다. 그리고, 현재로서는 2024년 파리 올림픽이 이러한 흐름에 합류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한편, 지난 수개월에 걸쳐 80개 이상의 NGO와 인권 연맹 등 여러 단체들은 파리 올림픽 준비 기간 도시의 "사회적 정화"에 대해 지속적인 비판과 경고를 하며, 올림픽 조직위원회에 공개 서한을 보낸 상태다. 이들은 또 올림픽이 다가올 수록 임시 캠프가 더 빠른 속도로 철거되고 있으며, ‘노숙자, 성매매 종사자, 이민자 등 사회적으로 가장 취약한 인구가 파리 중심가와 올림픽 경기장 주변에서 배제되고 있다’고 고발한다.
<파리광장 / 현경 dongsimjeong@gmail.com>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