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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재형 작가 <프로방스 여행> 연재(11) -프로방스의 작가 마르셀 파뇰(지난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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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4-05-07 04:26 조회 1,76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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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광장은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이재형 작가의 프랑스 르퓌 산티아고 순례길 저서

<프랑스를 걷다>와 <나는 왜 파리를 사랑하는가>연재 이후, 

<프로방스 여행-내 삶이 가장 빛나는 순간으로>연재합니다.

연재를 허락해 주신 이재형 작가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빵집 마누라의 연인이 된 양치기는 뜨내기일 뿐 마을 사람이 아니다. 그는 공동체의이방인이다. 그러니 마을이 균형을 되찾으려면 양치기가 떠나야 한다. 그런 다음 빵집 주인이 아내를 용서하면 모든 것이이전으로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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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르셀의 여름>중,  <어머니의 성>의 한장면  


나는 이 영화에서 배우 라이무가 연기한 빵집 주인이 가출했다가 집으로 돌아온 고양이를 야단치는 유명한 장면을 잊지 못한다. 사실 그가 야단치고 싶었던 건 고양이가 아니라 젊은 남자와 바람이 나서 야반도주를 했다 돌아온 빵집 마누라 오렐리였다.


마르셀 파뇰은 4부작으로 펴낸 자전적 성장소설 《마르셀의 여름》 (《아버지의 영광》, 《어머니의 성》, 《비밀의 시간》, 《사랑의 시절》)에서 프로방스에서 보낸 자신의 어린 시절과 청소년 시절에 대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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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의 작가, 마르셀 파뇰
 

 

《어머니의 성》 말미에서 마르셀은 어떻게 해서 1941년에 우연히 라 뷔진이라는 성을 사들이게 되었는지를 설명한다. 그리고 이 성을 둘러보다 어릴 때의 추억을 기억해 내고 깜짝 놀란다.


어린 시절, 그의 가족은 매주 주말 바스티드 뇌브라는 별장까지 가기 위해 9km를 걸어야 했다. 더더구나 어머니는 무거운 가방을 들고 어린 제르민까지 안고 가야 해서 더욱 힘들어했다. 그러다가 마르셀의 아버지는 우연히 제자인 부지그를 만난다. 운하 관리인인 그는 운하를 따라가는 지름길을 이용하면 별장까지 훨씬 빨리 갈 수 있다고 알려준다. 하지만 이 지름길로 가려면 사유지를 통과해야만 했다. 그래서 부지그는 이 사유지에 있는 3채의 집을 통과할 수 있는 열쇠를 마르셀의 아버지에게 건네준다. 이로써 마르셀의 가족은 별장까지 30분도 채 안 걸려 갈 수 있게 된다.


결국 첫 번째 집주인과 두 번째 집의 관리인에게 들키지만 이들은 좋은 사람들이어서 아무 문제가 안 생긴다. 그러나 세 번째 집의 관리인은 매우 고약한 인물이다. 그는 이 일을 윗선에 보고하여 마르셀의 아버지가 학교에서 쫓겨나도록 하겠다고 큰소리치지만 마르셀의 가족은 가족애로 더욱 똘똘 뭉쳐 이 문제를 해결한다.

 

이 작품은 1990년 이브 로베르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는데, 여기서 마르셀 가족이 몰래 지나가다가 첫 번째 집주인에게 들키는 장소가 바로 라 뷔진성(Château de la Buzine)의 정원이다. 하지만 이 집주인은 장군 출신으로 험악한 인상과는 달리 마르셀의 어머니에게 장미꽃을 선물할 만큼 낭만적이고 젠틀한 신사다. 수십 년 뒤에 이 성의 주인이 된 마르셀은 이 사유지를 통과할 때마다 집주인에게 들킬까 봐 가슴을 졸였던 어머니를 먼 기억 속에서 다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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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뷔진성 

 

라 뷔진성은 마르세유 생샤를 기차역에서 동쪽으로 15km 정도 떨어진 마르세유 11구에 자리 잡고 있다. 19세기에 지어진 이 건물은 지금 마르셀이 원했던 대로 지중해 영화센터로 쓰이고 있으며, 5ha나 되는 공원이 성을 둘러싸고 있어서 잠시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기 좋다.


라 뷔진성에서 북쪽으로 5km가량 떨어진 벨롱 마을에 가면 마르셀 가족이 주말과 여름 바캉스를 보냈던 별장 바스티드 뇌브(Bastide Neuve - 115, chemin des Bellons, 13190 Allauch)가 있다.


마르셀은 《아버지의 영광》에서나는 이 별장에서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날들을 보냈다라고 말한다. 다 허물어져 가는 농가를 보수한 이 별장은 1층에는 식당, 2층에는 방들이 있다. 이 별장에서는 아래쪽으로 올리브밭과 트레이으 마을이 내려다보이고, 뒤쪽으로는 《아버지의 영광》과 《어머니의 성》의 배경인 해발 731m의 가를라방 산괴가 멀리 올려다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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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트빅투와르산 


2009년 여름, 나는 이 두 작품을 번역하기 전에 사전답사를 위해 생트빅투아르산이 아스라하게 멀리 보이는 가를라방 산괴에 오른 적이 있다. 그때 여기서 나는 이 작품에 등장하게 될 붉은색의 거대한 원추형 바위산 테트 루즈(붉은 머리)와 그보다 조금 더 높은 타우메산, 그리고 아주 멀리 하늘에 닿아 있는 듯 가를라방 산괴에서 가장 높은 가를라방산을 보았다. 《아버지의 영광》에서 마르셀이 그랬던 것처럼 꽤나 더운 날씨여서 몹시 목이 말랐었고, 그처럼 계곡에서 길을 잃고 오랫동안 헤매었기 때문에 그때의 등정은 지금도 내 기억 한켠에 남아 있다.

(다음 호에 계속)


<글 사진: 이재형 작가>


1, 이재형 작가와 함께 하는  "파리구석구석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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