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파리아줌마 단상> 항상 그 자리에 있을 줄 알았는데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4-01-08 22:43 조회 1,475 댓글 2본문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니 한 시대가 지나가 버린 느낌이었다.
시간은 그렇게 흘러가면서 차츰 우리 주위를 변하게 하나 보다.
항상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은 사람이었는데, 언제나 연락하면 없는 자리 따로 내어 본인은 늦게 퇴근하더라도 바로 오라고 할 것 같았는데...
아이들과 나의 주치의가 곧 은퇴한다는 소식을 얼마 전에 들었다. 작은 아이 손목이 아파 찾은 진료 대기실에서 다른 환자 손님에게 들은 것이다. 소스라치게 놀랐다. 항상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은 의사 선생님이었기 때문이다.
그날 나이를 물어보니 67살이라고 한다. 거의 20년 동안 알고 지낸 사람 나이를 이제야 알았다. 그는 나이보다 젊어 보였다.
아이들 어린 시절부터 찾았던 의사 선생님이다. 큰 아이 9살 때 원인 모를 통증으로 고생할 때, 그리고 작은 아이가 폐렴을 앓을 때도...
그는 아이들을 위해 토끼나 양 같은 동물 문양의 도장을 만들어 진료가 끝나고 나면 ‘뭐 할래?’ 하면서 아이들 손등에 찍어주곤 했다. 작은 아이는 이 도장 찍힘을 꽤 좋아했다.
프랑스의 전형적인 고지식한 의사 선생님이다. 언젠가 의료 보험에 문제가 있을 때 다시 진료서를 만들어 주면서 보험청에 보내라고 한 적이 있었다. 환자가 보험 혜택 없이 진료를 받는 건 있을 수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의 은퇴 소식을 듣고 미루어놓았던 피검사를 받았고, 결과를 들고 갔다. 한국에서 사 온 조그마한 선물을 하나 가지고 갔다.
그는 필요한 것들을 일러주고는 ‘이제 끝이네요’라고 한다. 이에 나는 '더 이상 못 뵙겠네요' 하며 선물을 건넸고, 그는 한국 선물을 좋아했다.
아버지가 떠났고, 항상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았던 우리 주치의 선생님도 떠난다. 영원한 건 없는 이 세상인데 살다 보니 자주 잊어버리곤 한다. 시간은 흐르고 있고, 모든 것들은 사라지기도, 변화하기도 하며, 또 나아가기도 한다.
비가 억수 같이 쏟아졌던 오늘 오후, 떠난 아버지 생각에, 곧 의사직을 그만 둘 주치의 선생님이 떠오르면서, 그렇게 내 주위가 변하는 게 좀 슬퍼졌다. 그런데 감상에 젖어 있기보다는 빨리 다른 주치의 찾아야 한다.
<파리아줌마>
댓글목록 2
최고관리자님의 댓글의 댓글
최고관리자 작성일공감합니다. 구관이 명관이라고.. 새로운 주치의 찾았기는 헀는데, 허구한 날 대체 의사고.. 그래서 옛날 주치의가 더 그리웠어요 ㅎ 여긴 본인이 정신 바짝 차리고 챙길것 챙겨가며 살아야 하는ㅜㅜ 그러다 보니 많은 것을 배우기도 하고요
JNlove님의 댓글
JNlove 작성일맞습니다. 현실적으로 주치의를 찾는게 급선무 입니다. 저 역시 지난해 말부터 주치의를 비롯해 두 명의 전담 전문의가 (저한테) 어떤 예고도 없이 그만두는 바람에 지금 아무도 없는 상태입니다. 10년 정도 정기적으로 봐온 환자인데 어찌 그리 책임감 1도 없이 문을 닫아버리는지.... 다른 의사 소개를 부탁했는데 안되었고, 주치의는 부탁한 의료기록지도 날려버리고 잠수?행인지라... 그냥 죽으란 말인가 ? 싶더라구요. 평호에는 뭐든 편지로 해결하더니 그 잘난 편지 한통도 안 써주고...현재 급한불은 우선 한국가서 꺼야지 하고는 있는데, 이렇게 의사 만나는게 힘들어서야... 이 나라는 진정 교묘하고 교활한 방식으로 가진자거나 젊거나 천하무적의 건강한 자들만의 나라구나...싶어 크게 실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