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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재형 작가, <나는 왜 파리를 사랑하는가> 연재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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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3-10-17 04:08 조회 1,657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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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세 미술관 일곱번째


파리광장은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이재형 작가의 프랑스 르퓌 산티아고 순례길 연재를 마치고,  

이재형 작가의 파리 저서, (<나는 왜 파리를 사랑하는가> 2022년 디이니셔티브 출판)를 연재합니다. 

                                                                                       이 모든 것을 허락해 주신 이재형 작가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11. 클로드 모네, <푸른 수련(Nymphéas bleus)>, 204 x 200cm, 5, 35번 전시실

  모네는 정원 가꾸는 걸 좋아해서 직접 정원에 심을 꽃을 고르고 재배까지 했다. 변이와 연작의 작가인 모네는 지베르니 주변의 자연에 도취되었고, 1883년 봄 이곳에 땅을 사 정원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생라자르역>에서 연작을 시작했던 그는 <루앙 대성당> 연작이라든가 지베르니에서 그린 <건초더미> 연작을 통해 현실은 현실 그 자체와 결코 동일하지 않으며 같은 주제라도 대기조건과 계절, 시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이 정원은 그의 캔버스였다. 그는 자기가 고른 갖가지 색깔의 꽃들을 뒤섞어가며 정원에 그림을 그린 것이다. 붓이 아니라 작가의 손이 자연을 재구성하였다.

그런데 이 꽃들 중에서 그가 특히 좋아하는 꽃은 수련이었고, 수련은 그가 꽃이라는 주제와 그것의 물속에서의 반영이라는 주제를 결합하도록 도와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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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네 <푸른수련>

그는 그의 전기를 쓴 귀스타브 제프루아에게 이렇게 썼다. [...] 나는 일에 완전히 몰두해 있습니다. 물과 반영으로 이루어진 이 풍경은 하나의 강박이 되었어요. 이제 나이가 들어 힘에 부치지만, 나는 내가 느끼는 것을 표현하고 싶어요. [...].

그의 인상파 미학은 <수련> 연작에서 완벽하게 실현되었다. 모네는 1897년부터 1926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250점의 <수련> 연작을 그렸다. 이것은 반복 작업을 통해 모네의 관심이 주제가 아닌 작품 그 자체로 옮겨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1904년부터 그는 연못 주변의 풍경을 제거하고 오직 수련과 그것의 물속에서의 반영만 그린다. 이로써 일체의 배경이 사라진 그의 <수련> 연작은 독자적인 자율성을 획득한다.

이렇게 해서 그의 <수련> 연작은 현대미술의 발판을 마련하였다. 같은 주제를 그린 그의 <수련> 연작 작품들은 별개로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속에서, 그리고 서로 간의 관계 속에서 감상해야 한다.

현실과 그 현실이 반영되는 물이라는 거울은 일체를 이룬다. 수련은 물속에서(그림 속에서) 시간에 따라 끊임없이 흔들리며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관람자는 그림이 된 물의 세계 속에 잠기고, 거리의 개념을 잃어버린다. 그는(혹은 그녀는) 그 어떤 외부요소에 의해서도 방해받지 않고 말 그대로 작품에 의해 감싸인다. 그는(혹은 그녀는) 말 그대로 색으로 둘러싸이고, 그림의 크기에 압도당하여 미학적 감동을 느끼고 순수한 감각에 사로잡힌다.

그는 죽기 직전에 이렇게 말했다. ...나의 유일한 공로라면, 그건 순간적이며 일시적인 빛의 효과 앞에서 나의 느낌을 표현하려고 애쓰면서 자연 앞에서 직접 그린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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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 <우산을 들고 왼쪽으로 돌아서 있는 여인>  <우산을 들고 오른쪽으로 돌아서 있는 여인>
 

모네는 여덟 점의 대형 <수련> 연작(1917-1929) 1922년부터 국가에 기증했고, 이 작품들은 1927년부터 오랑주리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 조형예술과 추상예술 사이에 있는 이 작품들을 통해 모네는 자신의 예술을 인상파 미술보다 더 먼 곳으로 밀어냈고, 배경도 없고 시작도 끝도 없는 <수련> 연작은 미국의 추상적 표현주의자들이 구상한 올 오버 미학을 예고한다.

 

12. 클로드 모네, <우산을 들고 오른쪽으로 돌아서 있는 여인(Femme à lombrelle tournée vers la droite)> 1886, 131 x 88cm, 5, 35번 전시실 ; <우산을 들고 왼쪽으로 돌아서 있는 여성(Femme à lombrelle tournée vers la gauche)>, 1886, , 131 x 88cm, 5, 35번 전시실.

  

나란히 붙어 있는 이 두 작품에서 우산을 들고 있는 여성은 쉬잔 오슈데(1868-1899). 모네는 첫 번째 아내 카미유가 파리 북쪽의 베퇴유에서 1879년 사망하자 1892년 화상 에른스트 오슈데(1891년 사망)의 미망인인 알리스 오슈데와 결혼하여 지베르니에 자리 잡는다. 알리스와 에른스트 사이에는 여섯 명의 자녀가 있었고, 쉬잔은 큰딸이었다.

 지베르니에서 모네를 위해 가장 많이 포즈를 취한 사람이 바로 쉬잔이었다. 모네가 툭하면 불러내 햇빛 아래서 몇 시간씩 포즈를 취하게 하는 바람에 쉬잔은 새 아버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모네의 모델 노릇하기가 지겨워서 그랬는지 쉬잔은 1890년 미국에서 온 화가 테오도르 얼 버틀러와 눈이 맞아 1892년 어머니가 모네와 결혼한 지 열흘 뒤에 결혼을 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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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 <노르웨이식 나룻배> 

 하지만 그녀는 결혼 뒤에 시름시름 앓다가 1899년 세상을 떠난다. 그리고 그녀의 막내여동생 마르트 오슈데는 어머니를 잃은 조카들을 보살펴주다가 형부와 정이 들어 결국은 결혼까지 하게 된다.

 오르세 미술관에서는 오슈데 자매들이 뱃놀이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노르웨이식 나룻배(En norvégienne)>, 1887)을 볼 수 있는데, 가운데가 쉬잔이다. 


<글 사진 : 이재형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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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2

댓글목록 2

MRSH님의 댓글

MRSH 작성일

작가님 글 . 그림 너무 좋아요 ♡

최고관리자님의 댓글의 댓글

최고관리자 작성일

그렇죠?~^^